멜로디 숲에서 1박 2일…윤종신의 '멜로디 포레스트 캠프'
[이현지의 컬티즘⑰]우리 정서에 꼭 맞는, 진정 즐길 수 있는 페스티벌
머니투데이 스타일M 이현지 칼럼니스트, | 2014.09.29 09:36 | 조회 3882
컬티즘(cultism). 문화(culture)+주의(ism)의 조어. 고급문화부터 B급문화까지 보고 듣고 맛보고 즐겨본 모든 것들에 대한 자의적 리뷰이자 사소한 의견.
/사진=멜로디 포레스트 캠프 페이스북 |
너무 과하지 않게 멋을 부린 차림에 선글라스는 필수다. 현장에 도착하면 자리를 잡고 일단 셀카를 찍어 잘 노는 사람임을 어필하는 허세어린 문구와 함께 SNS에 올린다. 그리고 근처에서 먹을 것을 구입해 음악을 들으며 먹는다. 그 다음은 행사장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며 구경한다. 적당히 몸을 좀 흔들다가 자리에 돌아와 쓰러져서 잔다. 그리고 첫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온다. 물론 이것은 내 페스티벌 경험담이다. 하지만 놀라운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와 똑같이 행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구경하러 가는 것이 아니라 진짜 즐길 수 있는 페스티벌은 없을까? 찾던 중 알게 된 것이 바로 올해 처음 개최된 '멜로디 포레스트 캠프'다. 락, 인디음악, 재즈 등 다양한 음악 장르에 대한 유명한 페스티벌이 있지만 사실 이렇다 할 대중음악 페스티벌은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수 윤종신이 기획한 '멜로디 포레스트 캠프'는 확실히 다른 페스티벌과 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아직 첫 회여서 그런지 표를 구하기도 어렵지 않았다.
/사진제공=이현지 |
'멜로디 포레스트 캠프'는 이에 비해 무척 조용하고 여유로운 분위기다. 일단 무대가 1개 밖에 없고, 객석이 무대를 필두로 가로로 긴 형태다. 게다가 귀에 익은 대중음악이 흘러나오니 뒤쪽에 앉은 사람들까지 무대에 대한 집중도가 높다. 유일한 후원 업체인 동원 F&B는 행사의 성격에 맞게 화려한 부대행사 대신 커플들의 사진을 찍어주는 아기자기한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젊은 층과 외국인이 많은 여타 페스티벌과 달리 어린아이까지 데리고 온 가족 단위나 커플이 대부분인 관객 구성도 이런 분위기에 한 몫 하는 듯 했다.
/사진제공=이현지 |
자신이 하고 있는 일과 관련된 꿈을 갖고, 그것을 결국 실행에 옮기게 된다는 것은 참 멋진 일이다. 윤종신이 지난 2012년 SNS에 "나 같은 음악 하는 사람들끼리 페스티벌은 없나. 어디 큰 공터에서 모여서 한번 합시다"라고 올렸던 글을 멋지게 실현한 이 페스티벌이 감동적인 이유다. '멜로디 포레스트 캠프'는 앞으로 더 큰 사랑을 받을 것이다. 표를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질지도 모르겠다. 다만 그렇게 되더라도 처음의 기획의도와 이 따뜻한 분위기를 잃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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