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사용자 4천만 시대, '웹드라마'의 미래는?

[이현지의 컬티즘<30>] 다양한 시청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콘텐츠에 달려있다

머니투데이 스타일M 이현지 칼럼니스트,   |  2015.01.12 09:38  |  조회 6030
컬티즘(cultism). 문화(culture)+주의(ism)의 조어. 고급문화부터 B급문화까지 보고 듣고 맛보고 즐겨본 모든 것들에 대한 자의적 리뷰이자 사소한 의견.
/사진=웹드라마 '연애세포' 공식 페이스북
/사진=웹드라마 '연애세포' 공식 페이스북
어린 시절 주말 저녁 8시 드라마는 내게 특별했다. 바빠서 일주일간 제대로 얼굴을 볼 수 없었던 온 가족이 모두 모여 저녁을 먹으며 가족 드라마를 보는 시간이 참 행복했었다. 조금 더 커서는 주중 밤 10시에 하는 청춘 드라마의 '본방사수'를 위해 약속을 뿌리치고 집으로 향하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 그런 일은 거의 없다. 텔레비전 앞에 10분도 앉아 있을 시간도 없을뿐더러 시간이 있더라도 스마트폰을 이용해 재밌는 부분만 잘라놓은 짧은 영상을 보는 것을 더 선호하게 됐다.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상황이기 때문인지 최근에는 '웹 드라마'라는 것이 인기다. 편당 10분 남짓, 10~15화 정도의 '웹 드라마'는 포털 사이트에서 클릭 한 번으로 시청할 수 있고, 길이가 짧아서 이동 중에도 스마트폰으로 쉽게 접할 수가 있다. 내용도 복잡하지 않고, 굳이 1화를 봐야 2화가 이해되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시간있을 때마다 보고 싶은 드라마를 골라서 본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대부분의 영상을 시청하는 현대 도시인들에게 최적화된 콘텐츠가 등장한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TV 드라마 한 편을 스마트폰으로 시청하기 위해서는 파일을 다운로드 받고, 핸드폰에 옮겨야 한다. 그나마도 드라마 특성상 뒷이야기가 너무나도 궁금한데 중간에 끊기기라도 하면 그 아쉬움이 너무 커서 마음먹고 자리 잡고 봐야 해서 다 보는데 시간이 꽤 걸린다. 이러한 기존 TV 드라마가 집에서 정성들여 싸간 도시락이라면 웹 드라마는 패스트푸드점에서 파는 후렌치 후라이다. 정성들여 싼 도시락이 더 맛있을지 모르겠지만 후렌치 후라이가 확실히 입맛을 자극하고 먹기도 쉬워서 자주 접하게 된다.

내가 웹 드라마를 처음 접한 것은 드라마 제작사 IHQ가 제작한 '연애세포'다. 장혁, 김우빈, 김유정 등 인기 배우의 캐스팅으로 초반부터 화제가 됐던 '연애세포'는 본편 재생수가 600만을 넘어서며 웹 드라마의 가능성을 널리 알렸다. '연애세포' 뿐만 아니다. 지난해 1월 선보인 '후유증'는 400만을 돌파했으며 원작인 웹툰 역시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고 한다. 네이버가 공개한 웹 드라마의 누적 재생수는 전년대비 7배 증가 했으며 2014년에 소개된 웹드라마 중 6편의 본편 재생수가 100만 이상 돌파했다.


/사진=웹드라마 '출출한 여자', '출중한 여자' 공식 페이스북
/사진=웹드라마 '출출한 여자', '출중한 여자' 공식 페이스북
문화체육관광부는 웹 드라마 제작 활성화를 위해 올해 최대 5억원 규모 제작지원사업을 진행한다고 한다. 네이버는 발 빠르게 미리보기 유료화를 도입해 수익체계를 공고히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9월말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수가 전 국민의 80%인 4000만을 넘었다. '스마트폰 이용자 4천만 시대'에 발맞춰 웹 드라마는 크게 성장할 수 있는 사업이다. 하지만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부분은 4000만 명에는 다양한 연령대와 다양한 취향을 가진 시청자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다. 그들을 시청자로 끌어들이지 못한다면 웹 드라마는 젊은 세대들의 가벼운 오락물에 머물고 말 것이다.

나는 '연애세포'를 끝까지 다 시청하지 않았다. 초반 눈길 끌기에 성공한 만큼 꾸준히 시청자들의 클릭수를 이끌어내는 깊이와 내용적 완성도가 아직은 부족하다. 소소한 재미를 넘어서는 완성도 있는 작품, 보는 사람들의 공감을 일으킬 수 있는 다양한 소재의 작품이 나오기를 바라는 것은 너무 이른 욕심일까. 스마트폰 유저로서, 그리고 이렇게 즐길만한 콘텐츠가 다양한 방식으로 제작되고 있다는 것은 매우 반가워하고 있는 시청자의 한사람으로써 웹 드라마가 스스로를 특정 장르에 국한시키지 않고 다양한 시도를 통해 내용과 소재적인 측면에서 더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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