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ID가 국민 걸그룹이 되기 위해 넘어야 할 산 '2집 증후군'

[이현지의 컬티즘<34>] 지속적으로 시청자의 눈길을 끌 콘텐츠를 갖고 있어야 한다

머니투데이 스타일M 이현지 칼럼니스트,   |  2015.02.09 09:10  |  조회 3755
컬티즘(cultism). 문화(culture)+주의(ism)의 조어. 고급문화부터 B급문화까지 보고 듣고 맛보고 즐겨본 모든 것들에 대한 자의적 리뷰이자 사소한 의견.
/사진=머니투데이 DB
/사진=머니투데이 DB

가수들에게는 '2집 증후군'이라는 것이 있다. 앞선 앨범이 큰 성공을 거두면 그 다음에 발매하는 앨범은 그에 못 미치는 정도가 아닌 바닥을 치게 된다는 것. 실제로 혜성같이 등장해 1집을 성공하고, 등장한 속도보다 더 빠르게 사라져간 가수들이 꽤 많다. 남아있는 팬들에겐 미안하지만 K-POP, D.BACE 등 들어본 듯, 들어보지 않은 가수며 그룹들이 꽤 있지 않은가. 1990년대 중반 '마카레나' 열풍을 몰고 왔던 로스 델리오나 2012년 브리트니 스피어스를 포함한 전 세계 사람들에게 말춤을 추게 만들었던 싸이 역시 마찬가지다.

물론 이 2집 증후군을 성공적으로 극복한 가수들도 있다. 예를 들어 '버스커 버스커'를 보자. 사실 오디션 프로그램 우승자들이 실제 시장에 나왔을 때는 경쟁력이 많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맥락에서 벗어난 출연자들이 거대 소속사에서 몇 년이나 트레이닝을 받은 여타 가수들과 비교하여 경쟁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일테다. 하지만 '버스커 버스커'는 좋은 노래들로 대중적인 사랑을 받은 1집에 이어 2집까지 "역시 버스커"라는 평을 들으며 오디션 출신의 타이틀을 넘어선 대중 가수로서의 자리매김에 성공했다.


/사진=KBS2 '해피투게더 3' 방송화면 캡처
/사진=KBS2 '해피투게더 3' 방송화면 캡처


그렇다면 궁금해진다. 누가 2집 증후군을 성공적으로 극복할 수 있을까 하는 것 말이다. 최근 제시카의 탈퇴와 연이은 스캔들로 몸살을 앓는 '소녀시대'의 뒤를 이어 국민 걸그룹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쏟아져 나오는 아이돌 그룹들 중엔 어떨까. 특히 '직캠'으로 주목받고 인기 순위를 역주행하며 화려하게 인기몰이 중인 그룹 EXID가 2집 증후군의 굴레를 벗어나 지속적으로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잔류할 수 있을지가 궁금하다.

사실 2집 증후군을 쉽게 극복한 가수들은 공통점이 있다. 지속적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많이 가지고 있고 그것을 자유자재로 내세울 내공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처음 눈길을 끌었었던 기본적인 매력을 잃지 않으면서도 팬들에게 지속적으로 색다른 매력을 발휘해야 한다. EXID의 경우 가장 주목받는 멤버인 하니가 예능 프로그램으로 진출하는 것도 방법이다. 만약 주목받지 못했던 다른 멤버들에게 색다른 매력이 있다면 그런 모습들도 적극적으로 시청자들에게 어필해야 한다.

각각의 멤버가 다른 콘셉트를 잡아 시청자들을 공략하는 것도 방법이다. 1990년대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H.O.T.나 젝스키스, 신화 등이 멤버 각각의 다양한 매력으로 사랑을 받았었던 것을 생각해보자. 멤버 각자의 팬과 그룹 전체의 팬들이 합쳐진다면 '국민 걸그룹'으로 불리는 것은 시간 문제다.

살면서 누구에게나 세 번의 기회가 온다고 한다. 연습생들에게 데뷔와 함께 큰 사랑을 받은 첫 번째 앨범은 인생의 기회다. EXID가 매우 우연한 기회에 얻게 된 이 인기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지금 이 시점이 매우 중요하다. 유튜브에 영상을 올린 팬에게 식사를 대접할 생각을 할 것이 아니라, 이 기회를 발판 삼아 어떻게 날아오를지를 궁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두에게 그렇듯, 준비가 되지 않은 시점에 찾아온 기회는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날아가 버릴 것이다.


EXID가 국민 걸그룹이 되기 위해 넘어야 할 산 '2집 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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