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뮤지컬의 진수, '노트르담 드 파리'를 봐야 하는 이유
[이현지의 컬티즘<35>] 오페라 같은 매력…싱어·댄서 구별해 예술성↑
머니투데이 스타일M 이현지 칼럼니스트, | 2015.02.16 11:11 | 조회 4841
컬티즘(cultism). 문화(culture)+주의(ism)의 조어. 고급문화부터 B급문화까지 보고 듣고 맛보고 즐겨본 모든 것들에 대한 자의적 리뷰이자 사소한 의견.
/사진=마스트 엔터테인먼트 홈페이지 |
생각해보면 그렇게까지 열정적으로 공연을 보러 다녔던 것은 주변 분위기 때문이었던 것일 수도 있다. 지나다니는 거리마다 화려한 공연장들이 크게 자리 잡고 있고, 곳곳에 붙어있는 공연 포스터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전광판에서는 늘 공연에 대한 정보가 흘러나오고, 심지어 뮤지컬 '빌리 엘리엇'의 주인공 '빌리'를 찾는 뮤지컬 경연 대회는 당시 영국을 뜨겁게 달군 유명 오디션 프로그램 중 하나였다. 게다가 영국의 모든 공연장은 가장 저렴한 좌석도 무대가 아주 잘 보였고, 학생들을 위한 할인도 매우 많았다.
당시만 해도 제대로 된 공연을 많이 접해보지 못한 어린 나에게는 이런 분위기가 무척 새로웠고, 공연에 빠져드는 계기가 됐다. 특히 국내에서 한 번도 접해보지 못했던 유럽 뮤지컬은 브로드웨이 뮤지컬과는 또 다른 매력으로 내게 다가왔다. 2005년, 프랑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가 초연했을 당시 국내 뮤지컬 관람객들이 느꼈던 신선함과 감동이 어렴풋이 예측 가능한 이유다. 당시 최단기간 최다 입장 기록을 세우며 국내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이 뮤지컬이 초연 10주년 기념으로 다시 세종문화회관에서 막을 올렸다.
/사진=플레이DB 사이트 |
두 번째 특징은 노래를 부르는 싱어와 춤을 추는 댄서를 확실히 분리시킨다는 점이다. 배우가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고 대사까지 처리하는 브로드웨이 뮤지컬과 확실히 다른 지점이며, 프랑스 뮤지컬의 예술적인 측면을 부각시켜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극 중 페뷔스가 부르는 '괴로워(Dechire)'는 이 특징을 가장 잘 부각시켜주는 넘버다. 페뷔스가 한쪽에서 노래를 부르는 동안 무대곳곳에서 아크로바틱한 춤을 추는 무용수들을 조명이 잠깐씩 비춰주는 모습은 이 공연을 단순한 '쇼'가 아닌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다.
프랑스 오리지널팀이 내한한 이번 '노트르담 드 파리'를 보러 간다고 했을 때 주변 사람들은 '주옥같은 넘버', 그리고 '한국어, 영어, 프랑스어 세 버전 중 프랑스어로 들었을 때 가장 아름다운 뮤지컬'이라는 평을 들려줬다. 중요한 점은 이들이 모두 2005년의 공연을 기억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문화예술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며, 공연에 관심이 많다고 해도 대단한 일이 아닌가. 명불허전. 관객들이 10년간 기억하는 멋진 공연은 다 이유가 있었다. 프랑스 뮤지컬의 진수를 맛보고 싶다면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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