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한 남자' 이병헌, '나쁜 남자' 김현중의 공통점
[이현지의 컬티즘<37>] 간통죄 폐지, '권선징악' 가치관을 담보할 사회 시스템이 사라져간다
머니투데이 스타일M 이현지 칼럼니스트, | 2015.03.02 10:41 | 조회 8324
컬티즘(cultism). 문화(culture)+주의(ism)의 조어. 고급문화부터 B급문화까지 보고 듣고 맛보고 즐겨본 모든 것들에 대한 자의적 리뷰이자 사소한 의견.
/사진=머니투데이DB |
신문 사회면에서 연일 '간통죄 폐지'에 대한 찬반과 우려의 목소리로 떠들썩한 이 때, 연예계에선 '김현중 사건'이 단연 핫 이슈다. 지난해 폭행사건으로 한 차례 연예계를 뒤흔들었던 김현중의 전 연인이 이번에는 임신 소식을 전했다. 처음에는 "이게 무슨 막장 드라마 같은 스토리냐", "역시 남녀 관계는 알 수 없다"는 반응들이 주를 이루었다. "전 연인이 김현중의 발목을 잡기 위해 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소문도 돌았다. 하지만 그녀가 디스패치와의 심도 깊은 인터뷰를 진행한 이후 여론은 달라지고 있다.
또 한 사람은 배우 이병헌이다. 미국에서 체류하던 이른바 '로맨틱한 남자' 이병헌은 '간통죄 폐지'가 결정된 날 귀국하면서, 또 '김현중 사건'이 터지면서 다시 도마에 올랐다. 사실 이병헌이 간통죄 폐지가 결정된 날에 입국했다고 그 저의를 의심하는 것은 과도하다. 폭행당한 전 연인이 임신 소식을 들고 나타난 '김현중 사건' 역시 이병헌이나 간통죄와는 크게 연관성이 없다. 그런데 이 세 가지 사건은 우리에게 묘하게 비슷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왜일까.
/사진=KBS |
법이 너무 많은 부분을 통제하는 것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법은 최소한의 도덕이다'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이는 법으로 정해져있지 않더라도 도덕적으로 행동해야 하는 동시에 법이 도덕의 최소한의 부분만을 강제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부부 관계, 남녀 관계 등 사생활적인 부분을 너무 깊이 관여하는 측면이 있다는 것은 '간통죄'가 지난 62년간 수차례 존폐위기를 겪으며 충분히 거론됐다.
하지만 이론과 현실이 늘 일치할 수는 없다. 배우자를 두고 바람을 피우며 가정을 파탄 위기로 몰거나, 임신한 여자친구를 두고 다른 여자와 여행을 가는 것 모두 비난받아 마땅하다. 비난받는 것에 그치지 않고 법적으로라 어떤 처벌을 받았으면 하는 마음. 그렇게라도 법이 사회 도덕적 정의 실현에 일조하고 상대적 약자를 보호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도 든다.
물론 간통죄 폐지는 형사적 책임이 사라진 것이지 민사적 책임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이혼 소송에서 귀책 사유가 될 수 있고 위자료로 응징할 수도 있다. 이병헌이나 김현중의 경우 인기 연예인으로서 이미지에 금이 갔고 지속적으로 비난이 이어질테니 또 다른 의미의 처벌을 받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꺼림칙한 생각이 사그러들지 않는다. 그건 우리 머릿속 깊숙히 남아있는 '권선징악'이나 '인과응보'의 가치관을 담보하는 사회적인 시스템이 점점 사라져간다는 두려움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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