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드라마의 대모' 임성한, 대체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걸까?

[이현지의 컬티즘<40>] 파격적인 장면에 치중해 임성한 만의 장점을 놓치고 있다

머니투데이 스타일M 이현지 칼럼니스트,   |  2015.03.23 10:42  |  조회 4690
컬티즘(cultism). 문화(culture)+주의(ism)의 조어. 고급문화부터 B급문화까지 보고 듣고 맛보고 즐겨본 모든 것들에 대한 자의적 리뷰이자 사소한 의견.
최근 뉴스에서 화제가 되는 사건들은 너무 충격적인 경우가 많다. 잉꼬부부로 알려졌던 서세원과 서정희 사건 역시 그렇다. 서정희의 증언만으로는 사건 전말이나 맥락적인 상황을 정확히 알 수 없으나, "기분 좋은 표정을 짓지 않으면 약을 먹였다"라든지 "여직원을 딸 서동주와 비슷하게 성형시키려고 했다"라는 말은 일단 수많은 소름끼치는 상상들을 불러일으킨다. 이 외에도 자신의 딸을 임신시킨 재혼남을 감옥에서 나오게 하기 위해 딸에게 자신의 재혼남과 결혼하라고 한 엄마의 사연이 나오는 뉴스를 보고 있노라면 "이거야말로 정말 막장이구나"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이 상황에서 문득 떠오르는건 우리 사회에 '막장'이라는 단어를 통용시킨 장본인, 막장계의 대모라고 불리는 임성한 작가다. 임성한 작가의 최근작인 '압구정 백야'가 또 다시 '막장' 논란에 휩싸이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는 청소년 시청 보호시간대에 지나치게 비윤리적이고 극단적 상황을 방송했다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에 민원이 제기되어 심의에 올랐고, 현재 전체회의로 상정된 상태라고 한다. 한마디로 '막장 인증'을 한 셈이다.

물론 전작들에서 '막장'이라는 낙인이 진하게 찍힌 임성한 작가의 작품은 시작 전부터 '막장'이라는 프레임 안에서 드라마를 보려는 시청자들과 매체들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드라마가 끝나는 동시에 모든 매체들은 이번 회에는 어떤 장면이 나왔는지를 밝히며 조롱하기 바쁘다. 시청자들 역시 마찬가지다. 그렇기에 방송사 자체도 그리고 임성한 작가도 '조심하고 있다'는 이 작품이 지속적으로 도마에 오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임성한 작가 작품이 방심위의 제재를 받은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 작품인 '오로라 공주' 역시 비슷한 이유로 법정제재인 '관계자 징계' 및 '경고' 조치를 받았었다. 당시 의견 진술을 위해 출석했던 장근수 MBC 드라마 본부장은 심의위원들에게 "앞으로는 이런 작가와 계약하지 않겠다는 내부방침을 정했다"고 말했고 위원들은 이를 감안해 당초 '과징금' 의견에서 '관계자 징계' 및 '경고'로 제재 수위를 낮춘 바있다.

이쯤되면 여러가지가 궁금해진다. 시청자들이 막장드라마라고 욕하면서도 계속 보는 이유, MBC가 제재를 받고 욕을 먹으면서도 임성한 작가를 놓치 못하는 이유, 그리고 무엇보다도 임성한 작가가 지속적으로 막장을 향해 치닫는 이유는 무엇일까. 임성한 작가의 초기작인 MBC '보고 또 보고'의 애청자로서, 나는 임성한 작가가 어휘 구사력이 뛰어나고 이야기를 긴장감있게 풀어나가는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당시에도 '겹사돈'이라는 파격적인 소재로 몇몇 시청자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지만 이는 수용 가능한 정도의 파격이었다.

이후 MBC '인어아가씨'나 SBS '하늘이시여' 역시 충격적이고 현실성이 떨어지는 장면들이 몇몇 등장하기는 하지만 긴장감있는 서사 구조나 유려한 대사 구사력 이라는 그녀의 장점은 여전히 남아있었다. 하지만 이후의 작품들부터는 빈번한 CG의 사용이라든지, 현실감 떨어지는 사건의 전개, 실소를 자아낼 수 밖에 없는 대사들, 여기에 신인배우들을 주연으로 채용하면서 연기력 논란까지 더해져서 드라마는 그야말로 '막장'으로 치닫고 만다.

어쩌면 임성한 작가는 '막장 드라마'라는 것이 자신의 브랜드이며 개성이라고 생각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좀 더 그 개성에 충실하기 위해서, 좀 더 파격적인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자신이 가지고 있던 장점을 놓치고 만 것은 아닐까. 하지만 현실에서도 '막장'이 판치는 이 시대에 사람들이 드라마에서 보길 원하는것이 무엇인지 임성한 작가 자신이 조금 더 신중하게 생각해보길 바라는 마음이다.

'막장 드라마의 대모' 임성한, 대체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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