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준이 다시 '아름다운 청년'이 될 수 없는 이유 3가지
[이현지의 컬티즘<49>] 한 번의 실수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는 일도 종종 있다
머니투데이 스타일M 이현지 머니투데이 칼럼니스트, | 2015.05.26 09:33 | 조회 13489
컬티즘(cultism). 문화(culture)+주의(ism)의 조어. 고급문화부터 B급문화까지 보고 듣고 맛보고 즐겨본 모든 것들에 대한 자의적 리뷰이자 사소한 의견.
/사진=머니투데이DB |
벌써 13년 전이다. 유승준이 미국 시민권 획득으로 인한 병역기피로 입국이 금지된 사건 말이다. 이 철지난 이야기들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 이유는 최근 유승준이 아프리카TV를 통해 이 사건에 대해 눈물의 사죄를 했기 때문이다. 왜 하필 지금일까, 라는 의문이 먼저 생긴다. 돈이 떨어진 것은 아니냐, 군 입대가 사실상 불가능한 시점이라 그런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하지만 사실 시점은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유승준이 이 사죄를 계기로 다시 우리의 '아름다운 청년' 유승준이 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당시 유승준은 정말 '아름다운 청년'이었다. 노래도 잘하고, 춤도 잘 췄다. 원조 몸짱이었고, 예능감도 있었다. 예의 바르고 성실하며 건강한 이미지였다. 연예인들이 좋아하는 연예인으로 손꼽힐 정도로 성격이나 사교성도 좋았다. 만약 그대로 별 탈 없이 인기를 이어갔다면 지금쯤 연기 등 기타 분야에까지 도전하며 탄탄한 거물급 스타로 자리매김했을지도 모르겠다.
다른 연예인들에 비해 더 큰 뭇매를 맞았던 것은 이런 원래 모습에 대한 배신감, 즉 '괘씸죄'가 적용됐기 때문이다. 예를 들자면, 섹시한 이미지의 백지영이 섹스 스캔들 이후 성공적으로 복귀한데 비해 단아한 이미지의 황수정이 비슷한 사건임에도 아직까지 재기하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리고 이것이 스티브 유가 유승준이 될 수는 있어도 '아름다운 청년'이 될 수 없는, 즉 입국허가가 되더라도 다시 연예계에 성공적으로 복귀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첫 번째 이유다.
/사진=아프리카 TV 방송화면 캡처 |
세 번째 이유는 그가 자신의 매력을 찬찬히 쌓아올릴 시간 없이 너무 나이가 들어버렸다는 것이다. 유승준이 나타났던 시기만 해도 그는 독보적인 캐릭터였다. 하지만 이제 몸 좋고, 운동도 잘하고, 예능감도 있는 멀티플레이형 연예인들이 차고 넘친다. 그보다 춤도 잘추고 랩도 잘하는 한 무리의 아이돌들도 있다. 한 마디로, 이제 우리는 그에게 별 관심이 없다.
병무청은 유승준의 국적회복은 논의할 가치도 없다고 일갈했다. 병무청이 본보기로 세워뒀던 사례를 번복함으로써 수많은 사람들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헛된 기대감을 심어주는 위험을 감수하고 싶진 않을 것이다. 아빠가 유명한 줄 아는 아이들이 이 사건을 알게 될까봐 두렵고, 자신의 행동이 어리석고 철없었다고 사죄하는 유승준의 진심은 믿고 싶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과 동영상은 해프닝으로 끝날 것이다. 씁쓸하지만, 세상에는 한 번의 실수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는 일도 종종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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