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프리티 랩스타'의 아이돌, 새로운 영역을 만든다
[이현지의 컬티즘<65>] 힙합 아이돌과 스타성 갖춘 언더그라운드 래퍼들이 새 영역을 만든다
머니투데이 스타일M 이현지 칼럼니스트, | 2015.09.17 09:32 | 조회 4621
컬티즘(cultism). 문화(culture)+주의(ism)의 조어. 고급문화부터 B급문화까지 보고 듣고 맛보고 즐겨본 모든 것들에 대한 자의적 리뷰이자 사소한 의견.
/사진=Mnet '언프리티 랩스타 2' |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언프리티 랩스타'나 '쇼 미 더 머니'와 같은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많은 일을 해냈다. 몇몇 언더그라운드 래퍼들을 스타로 만들었고, 힙합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불러일으켰으며, 출연 아이돌들에게는 뮤지션으로서의 아우라를 덧씌워줬다. 그리고 지나친 흥미위주의 편집과 편파판정, 출연 래퍼의 가사 논란 등으로 끊임없이 논란과 비난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분명한 사실은, 이 프로그램들이 현재 아이돌로 대표되는 대중음악 영역과 힙합신(hiphop scene) 모두를 뒤흔들고 있다는 것이다.
힙합신을 먼저 보자. 한 평론가는 '쇼 미 더 머니'에 대해 "힙합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어 보인다"라고 말했다. 사실 상업적인 방송 콘텐츠에 힙합 정신을 강요할 수는 없다. 어떻게든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 수 있는 방향으로 방송은 흘러가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눕독을 심사위원으로 앉혀놓고 진행했던 즉석 미션은 힙합 전문가가 아닌 내가 보기에도 착잡했다. 앞에 마이크를 하나 세워놓고 10분 안에 싸이퍼(cypher, 래퍼들이 비트에 맞춰 자신의 이야기를 프리스타일 랩으로 표현하는 것)를 해야 하는 미션으로 마음이 급해진 래퍼들이 몸싸움까지 하며 벌어진 난장판에는 어떤 스웨그도, 프리스타일도 없었다. 확실히 힙합은 이 방송에서 농락당하고 있다.
하지만 '쇼 미 더 머니'는 이런 시스템을 욕하는 래퍼들의 모습까지 프로그램에 포함시키며 더욱 화제를 만들어 가고 있다. 결국 아무리 순수한 힙합정신을 부르짖어봐도 결국은 그 시스템 안에서 더 놀아나게 되는 상황인 것이다. 방송 출연을 보이콧하고, "영혼을 팔았다"고 비난하면서도 출연을 결심하는 언더그라운드 래퍼들이 끊임없이 나오는 것은, 사실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정통 힙합신 안에서 '순교'할 수 밖에 없는 한국 힙합시장의 현실 때문이기도 하다.
/사진=Mnet '쇼 미 더 머니 4' 방송화면 캡처 |
아이돌들은 힙합신의 래퍼사이로 들어가 스타성을 지닌 채 힙합 뮤지션의 거칠고 자유로운 이미지, 그리고 음악에 대한 전문적 이미지를 획득한다. 하지만 아이돌답지 않다는 비난과 확실히 갈리는 호불호, 진정성에 대한 논란은 지속적으로 이들이 안고 가야할 리스크로 남는다.
"쇼 미 더 보이콧하는 사이퍼에/쇼 미 더 머니 출연자가 세 명이나 있는데/What the fuck man/어차피 X나게 혼란스러운 상황/지금 한국 힙합." 김봉현 대중음악평론가는 올티의 이 가사를 인용하며 "지금은 한국 힙합 대혼란의 시대"라고 명명했다. 힙합 대혼란의 시대. 착하지 않은 아이돌과 스타성을 갖춘 언더그라운드 래퍼들이 대중문화에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 과도기를 지나, 한국 힙합신과 아이돌의 정체성은 어떤 변화된 모습을 갖추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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