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석 미담 금지? 우리가 아는 '유느님'의 정체는

[이현지의 컬티즘<87>] 유재석의 진짜 모습을 파헤치려는 시도가 불편한 이유

머니투데이 스타일M 이현지 칼럼니스트  |  2016.04.07 10:01  |  조회 11503
컬티즘(cultism). 문화(culture)+주의(ism)의 조어. 고급문화부터 B급문화까지 보고 듣고 맛보고 즐겨본 모든 것들에 대한 자의적 리뷰이자 사소한 의견.
/사진=JTBC '투유 프로젝트 - 슈가맨' 방송화면 캡처
/사진=JTBC '투유 프로젝트 - 슈가맨' 방송화면 캡처
JTBC '투유 프로젝트 - 슈가맨'(이하 '슈가맨')이 화제다. 처음에는 유재석의 명성에 오점을 남기며 조기 폐지되지 않을까 걱정했던 프로그램인데 지금은 화제성과 시청률을 모두 잡으며 승승장구 하고 있다. 지난주에는 그룹 러브홀릭의 지선이 출연해 유재석에게 감동받았던 일화를 공개했다. 다른 진행자들과는 달리 유재석이 리허설 중간에도 공손한 태도로 자신들의 노래를 듣고 있더라는 내용이다. 그 얘길 듣자마자 유희열이 소리질렀다. "유재석 미담 금지!"

'슈가맨'의 인기와 함께 유재석의 능력이 다시 한 번 조명 받고 있다. 한 때 MC계의 투톱이었던 강호동을 비롯해 많은 진행자들이 여러 가지 이유들로 방송계에서 종적을 감춘 후에도 여전한 위력과 끊임없는 미담을 자랑하고 있다. 이쯤에선 스스로 실수를 하거나 스캔들에 휘말릴 때가 된 거 같은데 아직도 여기 저기서 찬양과 미담이라니. 그는 정말 '유느님'인걸까.

유재석이 장수하는 이유는 뭐니 뭐니해도 철저한 자기관리 때문이다. 한 순간 실수의 대표적인 원인이 되는 술, 여자, 도박도 전혀 하지 않는데다가 사생활을 전혀 공개하지 않으니 털어도 먼지가 나오질 않는 거다. 쉬는 시간에는 운동을 하거나 프로그램에 대해 고민하는 그의 철저한 자기관리와 일중독자적 면모는 이미 연예계에 정평이 나 있다. 시종일간 예의 바르고 평범한 외모와 유쾌한 성격을 지녔으니 적을 만들거나 누군가의 경쟁심을 부추기지도 않는다.

/사진=JTBC '투유 프로젝트 - 슈가맨' 방송화면 캡처
/사진=JTBC '투유 프로젝트 - 슈가맨' 방송화면 캡처
좀 심하다싶은 연예인들의 미담 릴레이는 그가 지금 '대세'이기 때문인 이유도 없지 않을 것이다. 아직까지 연예계에서 '유라인'은 건재하다. 그와 그가 끌어준 후배들이 현재 연예계를 점령하고 있는 상황에서 누구나 작은 일화라도 '미담'으로 이야기하며 그와의 인연을 과시하고 친분을 유지하고 싶을 것이다. 그렇다보니 프레임 효과로 시청자들 역시 그의 행동을 모두 '미담'으로 승화시켜 버리는 것이다.

최근에는 이 '미담'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얼마 전 '일요일이 좋다 - 런닝맨'에서는 '유재석, 그는 정말 좋은 사람인가'란 주제로 몇 가지 실험을 했다. 스케줄을 가는 차 안에서의 모습을 몰래카메라로 촬영하고, 스태프 이름을 얼마나 외우고 있는지 테스트하는 거다. 이 과정에서 스태프 이름을 다 외우지 못한 것과 차 안에서 보여준 조금은 냉정한 말투, 차 안에서 시끄러운 것을 싫어하는 까탈스러운 면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도 일었다.

하지만 나는 유재석의 이러한 모습들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심리학자 칼 구스파트 융은 "우리가 선량하고 우수하며 완벽한 인간이 되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그림자 쪽에서는 어둡고 비뚤어지고 파괴적으로 되어가려는 의지가 뚜렷해진다"고 했다. 유재석도 인간이라면 어느 정도 방송에서 보여주는 완벽함과는 다른 측면을 가지고 있어야 맞다. 몰래 카메라에서 본 평소와는 다른 표정과 말투까지 비난하고 나선다면 우리는 그에게 인간 이상이 되기를 요구하는 것이다.

유재석의 진짜 모습을 파헤치려는 시도나 자신들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았을 때 실망을 표현하는 사람들이 조금은 불편한 이유다. 유재석의 미담과 완벽한 모습이 만약에 우리의 환상이라고 한다면, 굳이 사실 여부를 까발려서 "거봐 아니잖아"라고 한다고 해서 남는 것이 무엇인가. 결국 그도 똑같은 인간일 뿐이라는 안도감 외에는 없다. 그리고 가장 오랫동안 완벽하게 사랑받던 아이콘을 없애버린 후의 씁쓸함만이 남을 것이다.

"공들여 감춰놓은 약점을/짓궂게 찾아내고 싶진 않아요/그저 적당히 속으면 그만" 아이유 노래 가사다. 유재석은 기본적으로 좋은 사람이고, 능력 있는 MC다.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 오랫동안 최고의 자리에 있을 수 없다. 그러니 그가 정치를 하겠다고 나서지 않는 이상, 굳이 그가 정말 좋은 사람인지를 증명하려고 하지말자. 우리 시대의 영웅이 초라하게 추락하는 모습을 보지 않기를 바라며 그를 응원하자. 좋은 MC, 좋은 개그맨으로 장수하길 바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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