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보다 어른이 집중하는 영화…'주토피아'의 멋진 신세계

[이현지의 컬티즘<91>] 애니메이션의 역습, 우린 아직 유토피아를 꿈꾼다

머니투데이 스타일M 이현지 칼럼니스트  |  2016.05.05 09:15  |  조회 2841
컬티즘(cultism). 문화(culture)+주의(ism)의 조어. 고급문화부터 B급문화까지 보고 듣고 맛보고 즐겨본 모든 것들에 대한 자의적 리뷰이자 사소한 의견.
영화 '주토피아' 포스터/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영화 '주토피아' 포스터/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주말에 '주토피아'를 봤다. 며칠 전 회식 자리에서 "너는 나무늘보, 나는 토끼, 부장은 늑대"해가며 주토피아 놀이를 하는데 끼지 못해서 뒤처지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주변 사람들이 영화 얘기만 꺼내면 '주토피아'를 추천하기 때문이기도 했다. 워낙 애니메이션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보고나니 과연 인기를 끌만한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권선징악이나 한계를 극복한 성공 스토리 등이 자녀 교육에 좋을 것이라는 판단에 어린이 관객들의 손을 잡고 온 어른들이 영화를 보러 온다. 귀여운 캐릭터와 쉽고 재밌는 이야기 구조는 초반 어린이 관객을 끌기에 충분하다. 아이들은 영화관에서 숨소리도 내지 않고 집중해서 영화를 본다. 하지만 그 옆에서 어른들은 더 숨을 죽이며 영화에 몰입한다. 그렇게 입소문을 타며 어른 관객들이 몰려들기 시작해, 영화는 3개월째 박스 오피스 1,2위를 다투며 롱런하고 있다.

영화관에서만 세 번을 봤을 정도로 나는 '쿵푸팬더'의 왕 팬이다. 2008년 당시 꽤 대중적인 인기를 끌었던 '쿵푸팬더'는 애니메이션이 어린이들이나 덕후들 만이 아니라 모든 세대가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이후 대박을 터뜨린 2014년의 '겨울왕국'에 이어 작년에는 '인사이드 아웃'까지 어른 관객들의 취향을 저격하는 애니메이션들이 속속 등장했다.

(왼쪽부터) 영화 '쿵푸팬더3' '인사이드아웃' '겨울왕국' 포스터/사진=20세기 폭스, CJ엔터테인먼트, 월트디즈니 스튜디오 모션 픽쳐스,
(왼쪽부터) 영화 '쿵푸팬더3' '인사이드아웃' '겨울왕국' 포스터/사진=20세기 폭스, CJ엔터테인먼트, 월트디즈니 스튜디오 모션 픽쳐스,
이러한 애니메이션들의 인기비결은 먼저 퀄리티에 있다. 영화 '주토피아'에는 작고 귀여운 햄스터부터 거대한 코뿔소까지 약 80만 마리의 포유동물이 나온다. 디즈니 제작진은 동물을 생생하게 표현하기 위해 8개월 동안 샌디에이고의 사파리 공원과 케냐 등지에서 동물의 겉모습과 행동을 관찰했다. 또한 동물의 몸에 난 털이 자연스럽게 움직이도록 보이기 위해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만들었다. 이 소프트웨어는 빛의 경로를 계산해 털이 자연스럽게 빛나게 한다. 결국 노력과 기술력의 힘으로 더 이상 조잡하지 않은 양질의 애니메이션이 탄생한 것이다.

물론 내용도 좋다. 우리 주변에 누구나 있을 법한 캐릭터가 동물로 나온다. 예를 들자면, 여우 같은 사람, 늑대 같은 사람이 여우와 늑대로 분해 나오는 격이다.

살고 싶은 도시 '주토피아'는 마치 아메리칸 드림을 가능하게 했던 '뉴욕' 한복판을 떠올리게 하고, 토끼 경찰관 주디의 모습은 여성이 사회생활을 할 때 겪어야 하는 장애물들을 풍자하며, 주디와 여우 사기꾼 닉이 해결하는 연쇄 실종사건 역시 블록버스터를 방불케 할 만큼 현실감과 스릴이 넘친다. 인간세계에 대한 절묘한 묘사와 풍자는 그렇기 때문에 더욱 관객들의 집중도를 높인다.

영화 '주토피아' 스틸컷'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영화 '주토피아' 스틸컷' /사진=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음악도 한 몫 한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흥행 요소의 적어도 30프로 이상, 아니 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해도 모자라지 않은 것이 OST다. 유명한 영화에는 그 영화와 함께 기억되는 OST가 늘 있기 마련이다. 애니메이션은 더욱 그렇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겨울왕국'을 떠올리면 "레릿고~"부터 외쳐대는 것처럼. '주토피아'는 그 지점에서도 성공적이었다. 마지막에 가수 샤키라의 목소리를 가진 가젤이 등장해 부르는 '트라이 에브리씽(Try Everything)'의 뮤직비디오는 약 50일 만에 전 세계 7000만뷰를 돌파했다.

월트 디즈니의 CCO 존 라세터는 '주토피아' 제작진에게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동물영화를 만들라는 도전과제를 줬다. 각 동물들의 비율부터 행동, 모습이 너무나 사실적인 가운데, 그들이 공존하는 유토피아를 그려내는 것. 그렇게 더운 기후에 사는 동물들을 위한 스퀘어, 추운 지역에 사는 동물들을 위한 툰드라 타운, 작은 동물들을 위한 리틀 로덴샤가 모여있는 '주토피아'가 탄생했다.

어쩌면 관객들이 '주토피아'를 보는 이유는, 우리의 삶 속에서도 표준에서 벗어나는 모든 종류의 사람들이 인정받고 배려 받으며 살 수 있는, 모두가 함께 어우러져 행복한, 토끼도 경찰관이 될 수 있는 우리들만의 '유토피아'를 여전히 꿈꾸고 있기 때문일 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런 유토피아가 어딘가에 있을 것이라는, 언젠가는 올 것이라는 희망의 끈을 여전히 우리가 놓지 않고 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가정의 달에 더욱 어울리는 재밌고 감동적인 영화다.

아이보다 어른이 집중하는 영화…'주토피아'의 멋진 신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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