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OA는 '바보 어벤져스'가 될 수 없을까

[이현지의 컬티즘<93>] 설현 지민 '긴또깡' 발언 논란…무지가 가장 큰 죄인가?

머니투데이 스타일M 이현지 칼럼니스트  |  2016.05.19 08:15  |  조회 4024
/사진=머니투데이 DB
/사진=머니투데이 DB
연예계 전설처럼 회자되는 이야기들이 있다. 베이비복스 간미연이 장미를 영어로 'lose'라고 쓴 사건이나 사칙연산을 너무나도 당당히 틀려버린 채연의 이야기다. 이들은 얼마 전에 무한도전의 '바보 어벤져스'라는 이름으로 뭉치기도 했다.

옛날 이야기만은 아니다. '너 자신을 알라'로 유명한 위인을 셰익스피어라고 말한 미쓰에이 수지,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을 이수만이라고 말한 포미닛 현아도 있다. 이외에도 김종민, 은지원, 정준하, 길 등 상식에 약한 모습을 보이는 연예인은 수도 없이 많다. 그리고 이들은 자신의 무지를 희화화해 웃음을 준다.

지난 주 설현, 지민, 안중근 의사가 나란히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다. 지난 3일 방송된 온스타일 '채널 AOA' 4회에서 나온 장면이 지난주에 와서야 논란이 됐기 때문이다. 논란이 된 장면은 그룹 AOA의 설현과 지민이 인물 사진을 보고 답을 맞혀야 하는 퀴즈를 푸는 도중에 안중근 의사 사진을 보고 "긴또깡"(김두한 일본식 표현)이라고 말하는 등 오답을 말하며 장난스러운 태도를 보였다는 것이다.

/사진=온스타일 '채널 AOA' 방송화면 캡처
/사진=온스타일 '채널 AOA' 방송화면 캡처
확실히 안중근 의사의 얼굴을 몰라봤다는 것은 상식의 부족이다. 이들이 대중으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아이돌이며, 특히 설현은 '한국 방문의 해 홍보대사'라는 점에서 이러한 부족한 상식은 낯부끄러운 일이다. 하지만 웃으며 넘어갈 수는 없더라도 이렇게까지 역사의식을 운운하며 비난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가는 의문이다.

게다가 "무지는 큰 죄라는 것을 알았다"는 눈물의 사과와 아이돌의 무지를 걱정하는 기사들이 결국 이 해프닝의 마무리이자 해결책이라는 것도 씁쓸하다.

모르는 것이 죄라면, 대체 어느 부분부터 모르는 것이 무지이며, 죄가 되는지에 대한 기준도 명확해야 한다.

예를 들어, 안중근 의사에 대해 잘 알고 있지만 얼굴을 몰랐다면 그건 무지인가. 안중근 의사에 대해 잘 모르지만 얼굴만 알고 있다면 그것은 무지인가. 설현과 지민이 안중근 의사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했지만 안중근 의사에 대해 아예 모르고 있다고 단언할 수 있는가.

/사진=머니투데이 DB
/사진=머니투데이 DB
이 사건을 온라인 뉴스로 처음 접했던 나 역시 처음에는 반감이 들었다. 마치 설현과 지민이 독립운동가 안중근 의사를 '긴또깡'으로 부르며 일본인 취급하고 희화화한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기사 제목들이 거의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영상에서는 그렇게까지 불편한 느낌을 주는 장면은 없었다. 게다가 주로 문제를 풀고 이야기하는 것은 지민이고 설현은 핸드폰 검색을 하느라 별로 참여하고 있다. 그럼에도 기사 제목에서는 설현이 이 사건의 주인공처럼 이야기된다. 실시간 검색어에도 '설현, 안중근'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방송 후 일주일이나 지나서, AOA의 컴백을 며칠 앞두고서야 이러한 논란이 점화된 것도 이상하다. 결국 비난을 쏟아내는 이들 중 상당한 수가 방송을 보고 불편해서가 아니라 언론에서 이 사건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먼저 접한 뒤 자세히 알지 못한 채로 논란을 증폭시켰음을 알 수 있다. 결국 이렇게까지 논란이 커지게 된 데 언론의 영향이 컸다는 것이다.

'무한도전-바보 어벤져스' 편에서 은지원은 "기준이 다를 뿐, 바보는 없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시청자들이 연예인에게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비난하거나 옹호하는 것은 그들의 자유다. 그리고 해당 연예인이 그에 대해 반박하거나 사과하는 것 또한, 그들의 몫이다.

하지만 무지가 가장 큰 죄라는 명제가 진리처럼 여겨져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언론이 이런 논란의 한 편에 서서 심판관이 되려고 해서는 안 될 일이다.
AOA는 '바보 어벤져스'가 될 수 없을까
  • 페이스북
  • 트위터
  • 프린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