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유천·김민희 등 연일 '연예계 추문'… '모를권리'도 필요하다

[이현지의 컬티즘<97>]궁금하면서도 불편한 스타들의 사생활

머니투데이 스타일M 이현지 칼럼니스트,   |  2016.06.23 07:46  |  조회 24088
/사진=머니투데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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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사건이라고 생각했다. 국내 굴지의 아이돌 스타 박유천으로부터 성폭행 피해를 당했다는 여성이 4명이나 나타났기 때문이다. 계속되는 피소 소식에 조폭 연루설까지 나오면서 사건은 연일 치열해져 가고 있다.

하지만 역대급 사건은 또 있었다. 지난 21일 배우 김민희와 영화감독 홍상수 간의 부적절한 관계에 따른 불륜 사건이 터졌다. 사실 홍 감독과 김민희의 불륜은 이미 1년여 정도 진행된 일이다. 영화계에서는 잘 알려진 사실이며 일반인들도 소위 '찌라시'를 통해 대충 눈치채고 있었다.

22세의 나이차뿐 아니라 평소 가정적이기로 소문난 유부남 감독과 여배우의 불륜이라 대중들에게 충격을 줬다. 게다가 김민희는 얼마 전 개봉한 영화 '아가씨'의 주인공으로 주목받고 있던 터였다.

하지만 더 놀라운 것은 불륜과 관련된 각종 뒷이야기는 물론, 홍상수의 부인과 김민희의 모친이 나눈 카카오톡 대화까지 공개되면서 한편의 막장 드라마가 전국적으로 생중계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김민희가 홍 감독의 부인에게 "남편 관리를 잘하라"라고 이야기했다는 사실이나 칸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김민희가 홍 감독에게 손으로 장난을 친 사실까지 실시간으로 노출되고 있다.

/사진=머니투데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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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물게 역대급 사건이 연일 터진 것은 사실이지만 올들어 갑자기 연예계가 문란해진 것은 아닐테다. 누구도 그 사실 여부를 확인할 길이 없었기에 그저 자극적인 소문 정도로 끝났던 이야기들, 여성 잡지에서 이니셜로 표시해가며 쉬쉬하던 사건들이 전면적으로 대중들에게 보여지고 있는 것은 파파라치성 언론이 등장한 이후의 현상임에 틀림없다.

추문을 일으킨 당사자들의 잘잘못을 굳이 여기서 따지고 싶진 않다. 누가 봐도 분노를 불러일으키는 잘못을 저지른 이들임에는 틀림없다. 박유천 사건에 대해서는 경찰이 시비를 분명히 가려 처벌해야 할 것이다.

김민희, 홍상수 감독의 불륜 사건은 두 사람에 대한 이미지 추락과 작품에 대한 보이콧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굳이 우리가 저들이 주고받은 카톡 내용까지 알아야 하는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스타들의 사생활은 늘 궁금하다. 완벽해 보이기만 하는 저들이 누구를 만나는지, 어떤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을지, 누구와 연애를 하는지는 늘 팬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하지만 이들의 민낯이 너무 철저히 공개되고 바닥까지 추락해가는 것을 지켜봐야하는 지금, 대중들의 마음은 불편하다. 현실과 다른 판타지를 심어주고 그로 인해 행복을 주는 연예인을 이제 우리는 싸늘한 비난의 시각과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게 됐다.

한가지 큰 사건이 일어나기까지 29번의 관련된 작은 재해들이 일어났고 사건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300번의 사소한 사고가 일어났다는 하인리히 법칙까지 들먹여지는 마당에 이제는 작은 추문이라도 있으면 믿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크고 작은 사건들이 더 터질 것 같아 불안한 이유다. 연예인들에게 끊임없이 도덕성을 강요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시청자로서 차라리 알권리보다는 모를 권리를 내세우고 싶은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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