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도 각색이 되나요? 소개팅에서 달라지는 내모습

Style M  |  2014.11.16 11:11  |  조회 1073

[김정훈의 썸㉓]상대를 위해 자신을 바꾸는 노력을 억울해 할 필요는 없다


썸. 묘한 단어가 등장했다. 짜릿한 흥분과 극도의 불안감이 공존하는 롤러코스터 마냥, 탈까 말까 망설여지기도 하고. 간질 간질. 정체를 알 수 없는 간지러움에 마냥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사랑만큼 떨리지만 이별보다 허무한 '썸'. 그리고 편식남 편식녀를 비롯한 그 밖의 다양한 '썸'에 대한 연애칼럼니스트 김정훈의 토킹 릴레이


/사진=영화 '레볼루셔너리 로드' 스틸컷


각색(리메이크)의 힘은 대단하다. 원작을 몰랐던 사람들이 하루에 2000부의 원작을 구매하기 시작했다. 최근 방영중인 드라마 '미생' 얘기다. 좋은 원작 웹툰이 바탕이 됐지만 재탄생된 드라마는 훨씬 다양한 매력이 추가됐다. 캐릭터는 스타일을 갖게 됐고 공감 가는 에피소드는 다양해졌다.

'원작의 인기만큼 호응을 얻을 수 있을까?'란 우려와 달리 원작을 몰랐던 사람들이 오히려 더 많은 시청을 하고 있다. 대부분의 각색은 성공하기 힘들다는 편견을 깬 좋은 예다. '연애 칼럼에서 웬 각색 얘기?'라고 생각할지도 모르니 본론부터 말해야겠다. 사람도 각색을 두려워하면 안 된다. 상황과 사람에 따라 자신을 리메이크 할 수 있어야 한다.

만화나 소설의 독자를 유혹하는 방법과 TV드라마 시청자를 유혹하는 방법은 다르다. 그래서 매체를 뛰어넘는 각색은 큰 도전이다. 원작의 오리지널리티를 훼손시키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정체성을 부여하는 작업은 치밀한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원작자가 관여하지 않은 상태에서 작가 및 감독을 비롯한 수많은 스텝들의 노력으로 새로운 창작물이 재탄생한다.

자신을 리메이크하는 과정 역시 어렵긴 마찬가지다. 드라마나 영화 제작처럼 역할을 분배할 수도 없이 혼자서 그 많은 과정을 해결해야 한다. 그래도 해야만 한다. '난 원래 이런 사람이니까'라는 생각에 갇히면 안 되기 때문이다. '왜 연애를 시작하기 힘들죠?'라는 고민에 빠져있다면 스스로 변화하길 두려워하진 않는지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소개팅, 미팅, 헌팅, 선, 친목모임 등 당신이 이성을 만날 수 있는 상황은 다양하다. 그런데 매순간 똑같은 옷에 동일한 대화주제를 갖고 타인을 대하려는 사람이 과연 매력이 있을까? 옷차림과 제스쳐, 대화의 주제와 화법 등 TPO에 맞게 태도를 변화시킬 수 있는 사람이 훨씬 인기 있다. 소개팅에서 애프터를 받아내는 방법과 파티에서 매력을 어필하는 방법은 분명 다르단 걸 알아야 한다.

소개팅에서 상대방의 동의도 없이 무작정 메뉴를 시키는 건 매너가 없어 보이지만, 파티장에서 굳이 "춤을 같이 춰도 되겠습니까?" "어떤 술을 드시겠어요?"라고 물어보는 건 오히려 매력을 반감시킨다. 파티에서 처음 만난 상대가 소개팅에서나 나올 법한 호구조사를 하고 있으면 상당히 지루할 거다. 소개팅에 화려한 파티드레스를 입고 나온 여자라면 아무리 섹시하다해도 그 넌센스에 자리를 뜨고 싶어질 것 같다.

타인에게 먼저 말을 건네지 않는단 원칙을 친목도모 모임에서까지 적용시키는 것도 에러다. 당신이 여자든 남자든 마찬가지다. 혼자서 술만 홀짝이다 쓸쓸히 귀가하기 싫다면 상대에게 먼저 말을 건넬 줄 알아야 한다. 관심 있는 이성에게 대화를 거는 게 가벼움이 아닌 적극성으로 오히려 비춰지는 상황이니 걱정할 필욘 없다. 당신의 원칙을 이해하고 다가올 사람을 마냥 기다리다간 평생 그 자리에 쓸쓸히 머물러 있어야 할 거다. 그런 사람은 상대방을 받아들일 여유나 배려심이 부족해 보여 매력이 없다.


다시 연애를 시작하기 힘들어하는 이들 중에도 각색이 필요한 사람들이 있다. 이전의 연애 방식을 현재의 연인에게 그대로 적용하려는 이들이다. 버릴 건 버려야 한다. 바람기가 다분했던 옛 연인을 만나는 동안 생긴 과한 집착, 그런 이들과의 헤어짐으로 인해 생긴 관계에 대한 불신 등은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는데 불필요한 것 들이다. 자취하는 전 여자 친구에게 길들여진 남자는 부모님 눈치를 봐야 하는 지금 여자 친구의 속을 헤아리지 못하고 귀가를 막는다. '예전에 만났던 오빠는 나 절대로 지갑 못 열게 했는데?'라는 말을 하며 남자들의 신경을 긁는 여자도 있다. 이들 모두 각색의 중요성을 깨달아야 하는 사람이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해 줄 사람을 만나면 되잖아?'라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만나는 사람에 맞춰 수시로 자신을 변화시키는 게 과연 옳은지에 대한 고민도 할 수 있다. 맞다.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당신을 사랑해 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난다면 당연히 반가울 거다. 하지만 그런 사람을 만나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그러니 각색의 과정을 즐길 줄도 알아야 한단 얘기다. 근본적인 자아를 바꾸는 게 아니다. 상황에 맞게 태도를 달리할 여유를 가지라는 말이다. 각색과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변화는 캐릭터 추가와 엔딩의 변형이다. 자신을 각색한다는 건 당신에게 정해진 우울한 엔딩을 새롭게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

물론 각색은 어렵다. 어설프게 시도했다간 재미없는 패러디물이 탄생할지도 모른다. 그저 순간적인 시선 끌기에만 급급한 모습으론 이성을 매혹시킬 수 없다. 그래서 제대로 된 각색을 위해선 원작(자기 본연의 모습)을 잘 파악하고 어울리는 변화를 시도하는 치밀하고 성실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 과정엔 당연히 스트레스도 수반될 거다. 상대를 위해 자신을 바꾸는 노력을 지나치게 억울해 할 필요는 없다. 사랑하면 노력은 당연한 것이다. 그리고 그 노력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과정 역시 사랑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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