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샤넬

Q.> 최근 패션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진 고등학생입니다. 평소 패션 잡지나 관련 기사를 즐겨 보면서 패션에 대한 애정을 키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종종 낯선 용어들이 때문에 패션이 어렵게 느껴집니다. '오트쿠튀르' '프레타포르테' 등의 용어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해주세요.

A.> 프랑스 파리는 패션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이유 때문에 패션계에서 통상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전문 용어 중에는 프랑스어로 된 것들이 많지요. '오트쿠튀르'와 '프레타포르테' 역시 프랑스어입니다. 업계에서는 별도의 자국어로 순화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하기 때문에 패션 용어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생소할 수밖에 없지요.

/사진=2014 SS Maison Martin Margiela, Valentino, 2014 FW Christian Dior, Viktor&Rolf

'쿠튀르(couture)'는 봉재, 또는 의상점이란 뜻이며 오트쿠튀르(haute couture)는 고급 의상이나 그런 옷을 만드는 의상점을 말합니다. 오트쿠튀르는 1858년 경 나폴레옹 3세 비(妃)의 전속 드레스 메이커인 찰스 프레데릭 워르트(Charles Frederick Worth)의 손에서 시작됐습니다. 그는 늘 계절에 앞서 고객들을 위한 맞춤 의상을 선보였고, 그가 발표한 의상들이 전 세계 유행을 결정하는 지표가 됐습니다. 쉽게 말해 당대 상류층을 위한 고급 맞춤 의상을 지칭했다고 볼 수 있지요.

매년 초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오트 쿠튀르 패션쇼를 시작으로 뉴욕, 런던, 밀라노, 파리 등지에서 열리는 기성복 컬렉션으로 이어집니다. 오트 쿠튀르 패션쇼는 1년에 두 번, 오직 파리에서만 열리는 쇼입니다. 오트쿠튀르 컬렉션은 원칙적으로 파리의 고급의상점조합 사무국(La Chambre Syndicale de la Couture Parisienne)을 말하는 생디카(syndicat)에 가입한 브랜드 혹은 디자이너만 참여할 수 있는데 그 가입 조건이 굉장히 까다롭습니다. 때문에 파리 오트 쿠튀르 컬렉션을 연다는 것 자체만으로 디자이너와 브랜드 모두 엄청난 자부심을 갖습니다.

오트쿠뤼르 컬렉션의 의상들을 보면 옷이라기보다는 입기 불편하고 민망할 정도로 과장된 디자인이 많습니다. 판매하기 위한 옷이 아닌 한 시대의 트렌드 주도하는 콘셉트를 제시한다는 의미를 담은 작품을 선보인다는 의미가 강합니다. 실제로 오트 쿠튀르 컬렉션에서 소개된 디자인 요소들에 영감을 얻어 대중들이 입을 수 있는 기성복으로 재탄생됩니다. 이것이 바로 '프레타포르테'입니다.

/사진=2014 FW Tory Burch, 3.1 Phillip Lim, Thakoon, Marc Jacobs

고급 기성복이라는 의미의 '프레타포르테(pret-a-porter)'는 영어의 '레디 투 웨어(Ready-to-wear)'와 같은 말로 당장 입을 수 있는 디자인의 옷을 말합니다. 과거 상류층을 위해 제작된 오트쿠튀르가 상당한 고가이기 때문에 일반 사람들을 구매할 수 없었고 여기에 경제 대공황까지 겹쳐 상류층 소비가 위축됐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디자이너들이 기성복의 보편화와 고객층을 넓히기 위해 '프레타포르테' 컬렉션을 활성화시켰습니다.

현대에 와서 파리, 뉴욕, 밀라노, 런던 등지에서 열리는 컬렉션들을 프레타포르테 컬렉션이라고 하는데요. 오트쿠튀르 디자이너들이 프레타포르테 컬렉션에 많은 비중을 두기 시작하면서 기성복의 퀄리티도 높아졌습니다. 또한 파리 외의 다른 도시들의 패션 중심지로 떠오르기 시작하면서 2000년대에 오트 쿠튀르가 잠시 주춤하기도 했습니다. 오트쿠튀르 못지않은 퀄리티로 무장한 프레타포르테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패션의 다양한 아름다움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돼 산업적 측면과 미적 측면을 동시에 만족 시켰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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