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용준 인기 여전? 日서 화장품 팔아보니..

[화장품 한류로드를 가다](3) 일본 : 이석우 아모레 日법인장

도쿄(일본)=전혜영 기자  |  2013.03.29 05:45  |  조회 28530
"팬 되면 쉽게 배신 안해… 日 시장 'K뷰티' 미래 방파제 될 것"

배용준 인기 여전? 日서 화장품 팔아보니..
"한국에선 언제 적 '욘사마'냐고들 하지만 일본은 아직 배용준의 인기가 뜨겁습니다. 마음을 얻긴 어렵지만 한번 팬이 되면 쉽게 배신하지 않는 일본 시장의 특징을 보여주는 예죠."

한류라는 말이 생기기도 전인 지난 1999년부터 14년째 일본 사업부 수장을 맡고 있는 이석우 아모레퍼시픽 일본법인장(58·사진)은 일본에서 성공하려면 '일본 스타일'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트렌드에 민감하고, 유행이 빠르게 변하는 한국과 달리 일본은 '지속력의 힘'을 중시하는 나라라는 것이다. 한방에 '올인'해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끊임없는 노력으로 실적을 쌓아야 결실을 맺을 수 있는 것이 바로 그가 지켜본 일본 스타일이다.

이 법인장은 "일본은 10여년 전만해도 유럽이나 미국 등 서양 문화를 동경해왔고, 아무리 가까이 있어도 한국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며 "2000년대 초반부터 한류를 타고 한국 문화가 소개되면서 한국에 대해 꾸준한 관심을 갖게 되는 기반이 조성됐다"고 말했다.

순간의 '열풍'으로 끝났을지도 모를 한류가 10여년 이상 흘러오며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데는 한국 특유의 '흥'이라는 정서도 일조했다는 분석이다.

이 법인장은 "잃어버린 20년이라고 부를 정도로 일본은 경제적·정서적으로 침체된 상황인데 여기에 '흥겨운 K뷰티'가 자극을 줬다"며 "그동안 관심 없던 한국 사람들이 재밌고 활기차다고 생각하게 되면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국에 대해 친근한 이미지가 많이 생겼다"고 말했다.

물론 한류의 인기에도 불구하고 일본 내에서 뷰티 분야는 아직 '시동 단계'에 불과하다. 이 법인장은 "중요한 건 과도기에 K뷰티라는 하나의 장르가 생겼다는 것"이라며 "일본인들이 20년 전에는 안 먹던 김치를 지금은 즐겨 찾고, 일본 비디오 가게에 한국 드라마와 영화 코너가 생긴 것처럼 화장품도 하나의 카테고리가 생겨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긴자 미츠코시 백화점 아모레퍼시픽 매장에서 일본인 고객이 제품을 테스트하고 있다.
↑긴자 미츠코시 백화점 아모레퍼시픽 매장에서 일본인 고객이 제품을 테스트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일본에서 '아모레퍼시픽', '에뛰드하우스', '아리따움', '아이오페', '려' 등의 브랜드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대표 브랜드인 아모레퍼시픽은 가격대가 1만~5만엔대로 초고가 브랜드인 '시슬리', '라프레리' 등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 법인장은 "일본 사람들은 그동안 눈여겨보지 않던 한국여성들이 아름답다고 생각하고, 같은 동양인으로서 한국여성처럼 예뻐지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이제는 한국 연예인만이 아닌 한국 여성들이 한국에서 진짜 오래 쓰고, 많이 써 온 제품을 사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에서 30초에 하나씩 팔리는 제품으로 알려진 '아이오페 에어쿠션 선블록 EX'의 경우, 현재 일본 TV 홈쇼핑 채널에서 매번 완판(매진) 기록을 이어가며 급성장 하고 있다.

이 법인장은 "일본은 느려도 꾸준히 성장해 갈 질적 시장으로 미래의 방파제와 같은 곳"이라며 "2020년까지 최소한 100명의 일본 여성 중 1명 이상을 애용자 고객군으로 만들어가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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