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기초화장품 한우물', 참존의 청개구리 경영

잘나가던 알짜회사, 2010년 적자전환 위기… 김광석 회장 독특한 경영으로 부활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  2013.05.16 08:32  |  조회 11907
사진=구혜정 기자
사진=구혜정 기자
"샘플만 써봐도 알아요." 1980∼1990년대 TV에서 방영됐던 '참존'의 화장품 광고카피다. 공짜로 나눠주는 샘플만 사용해도 제품이 얼마나 좋은지 단번에 알 수 있다는 자신감 넘치는 이 광고카피는 소비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1984년 설립된 참존은 '합리적인 가격에 품질이 좋은 화장품'이라는 입소문이 나면서 승승장구했다. '회사 사장이 원래 피부약 제조로 유명한 약사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전국의 종합화장품(여러 브랜드를 취급하는) 매장 주인들은 너도나도 좋은 자리에 참존 제품을 진열해 놓고 팔았다.

창업주인 김광석 회장(74·사진)의 아이디어로 탄생한 '컨트롤크림'(마사지크림에 영양크림을 더한 제품)은 그야말로 히트 상품이었다. 크림 타입 클렌징 제품만 쓰던 시절 국내 최초로 출시한 클렌징워터와 클렌징티슈도 여성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브랜드숍(단일 브랜드 제품만 판매하는 매장)이 화장품 가두 시장을 장악하면서 참존은 힘을 잃었다. 90년대말까지 순이익 기준 화장품 업계 2·3위를 유지했던 알짜 회사는 2010년 적자 전환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립스틱, 마스카라 등 색조제품에 한 눈 팔지 않고 오로지 기초제품 개발에만 매달렸는데…. 제품이 아무리 좋아도 팔 곳이 없으니 정말 막막했습니다. 하지만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죠. 최고급 원료를 사용한 제품을 만들어 백화점과 면세점 유통에 집중했습니다."

최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참존 본사에서 만난 김 회장은 경영상 최대 위기를 맞았던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팔리는 것만 만든다 △규모의 경쟁을 포기하라 △최초가 아니면 최고를 추구하라 등 신앙처럼 믿는 확고한 경영철학이 없었다면 지금의 참존은 없을 것이라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든다.

김 회장은 "2000년대 초중반 브랜드숍 시장에 진출해야 한다는 직원들의 의견이 많았지만 과감히 포기했다"며 "그때로 다시 돌아가더라도 똑같은 결정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참존이 잘할 수 있는 것은 화장품 유통보다 개발과 제조"라며 "브랜드숍 체인사업에 손을 댔다면 지금 백화점과 면세점, 해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참인셀', '플레지엄' 등 프리미엄 라인은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구혜정 기자
사진=구혜정 기자
'참인셀'은 영양크림 1개에 40만원에 달하는 참존의 최고가 라인이다. 이 크림을 1개 구입하면 참존이 운영하는 뷰티체험관에서 4차례 무료로 피부관리를 받을 수 있어 중년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다. 경쟁사들이 '저렴이' 브랜드숍에 주력할 때 참존은 반대로 고가 전략을 편 것이다. 프리미엄 제품 판매 호조로 참존의 매출은 지난해말 700억원대로 올라섰다. 마이너스였던 순이익도 흑자로 돌아섰다. 올해는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하는게 목표다.

지난 2004년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시작한 수입 자동차(아우디·벤틀리·람보르기니) 판매사업도 순항하고 있다. 김 회장의 두 아들이 사업을 맡고 있는데 지난해 매출이 2000억원을 넘어섰다. 건설·인테리어 사업 매출까지 더하면 올해 참존그룹의 외형은 4000억원으로 커질 전망이다.

하지만 김 회장은 본업인 화장품 사업의 고삐를 늦추지 않을 작정이다. 연내에 탈모로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해 신개념 두피크림을 내놓고, 젊은 소비자들을 겨냥한 드러스토어 전용 브랜드도 론칭한다. 중국·일본 등 20개국에 진출해 있는 해외사업에도 드라이브를 건다. 김 회장은 "참존의 제품을 처음 접한 중국, 일본, 싱가포르 고객들의 반응이 매우 뜨겁다"며 "현재 해외 매출은 200억원 수준이지만 조만간 국내 매출을 추월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편 김 회장은 지난 2000년 출간한 책 '성공은 나눌수록 커진다'의 증보판을 최근 펴냈다. 이 책에는 잘 나가던 약사 생활을 마감하고 참존을 설립한 과정과 30년간 경영 스토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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