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다카시, 루이비통과 작업 이후엔?

'비싼 작가' 무라카미 다카시의 아시아 첫 회고개인전··· 삼성미술관 플라토, 4일 개막

머니투데이 이언주 기자  |  2013.07.03 16:31  |  조회 23917
삼성미술관 플라토에서 4일 개막하는 '무라카미 다카시의 수퍼플랫 원더랜드' 전시장 전경 /사진제공=삼성문화재단
삼성미술관 플라토에서 4일 개막하는 '무라카미 다카시의 수퍼플랫 원더랜드' 전시장 전경 /사진제공=삼성문화재단
전시장 천장에 덩그러니 매달려 있는 우스꽝스러운 캐릭터 풍선, 현대적이면서도 클래식한 느낌이 묻어나는 이 공간에 전혀 어울리지 않은 싸구려 장난감 같은 형상들이 이질적이고 낯설다. 본격적으로 작품을 감상하려 들어가면 입구엔 꽃무늬 벽지가 평평하게 붙어있다. 웬 스티커를 다닥다닥 붙여놓은 듯하다.

아시아 팝아트의 모델을 제시한 일본 현대미술가 무라카미 다카시(51). 루이비통과의 협업 이후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그의 아시아 첫 회고전이 열리고 있는 서울 태평로 삼성미술관 플라토의 풍경이다.

'무라카미 다카시의 수퍼플랫 원더랜드'라는 주제로 이달 4일부터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는 1993년 개인전에서 처음 선보였던 '미스터 도브(Mr. DOB)'나 청순하면서도 육감적인 매력의 '미스 코코(Miss Ko²)', 일본어로 '괴상함(怪)'을 뜻하는 '카이카이'와 '기이함(奇)'을 뜻하는 '키키' 등 다양한 캐릭터들을 만날 수 있다.

전시 개막에 앞서 2일 플라토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무라카미 다카시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머니투데이 DB
전시 개막에 앞서 2일 플라토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무라카미 다카시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머니투데이 DB
'수퍼플랫'(Superflat)은 '초평면(超平面)-모든 것을 평편하게 만들어 버린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전시 개막에 앞서 2일 전시장에서 만난 무라카미 다카시는 '슈퍼플랫'의 개념을 설명하며 처음엔 좋은 뜻으로 사용한 게 아니었다고 말했다.

"'수퍼플랫'은 원래 납작하고 깊이가 없는 현대문화의 경박함을 나타내기 위해 쓴 용어였습니다. 일본문화가 무책임한 점, 세계문화와 융합하지 못하는 부분을 꼬집기 위해 사용했던 거죠. 이후 컴퓨터화 되는 세계상까지로 용어의 의미를 확장한 결과 지금의 개념이 탄생한 것입니다."

도쿄예술대학에서 전통 일본화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일본 전통미술과 대중문화를 원천으로 독창적인 작업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스스로를 '오타구'(특정 분야에 몰두하는 사람)라 칭하며, 오타쿠들의 하위문화가 만들어낸 만화나 애니메이션에서 가장 일본적인 특성을 찾아냈다.

그는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 고급문화와 저급문화의 경계를 넘나드는 흥미로운 협업으로 시대의 변화와 다양한 문화현상을 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예술이 점차 전문화, 세분화되는 시대로 접어드는 상황에서 마음의 문제에 집중하며 작업한다는 그는 미술계에서 '오타쿠 문화'를 고급문화에 접목시켰다는 평을 듣는다. 하지만 정작 오타구들 사이에서는 크게 환영받지 못한다고 털어놨다. 일본 문화의 표면적인 것만 차용해 서양적 예술 세계와 결탁했고, 그가 세계를 상대로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그러나 그는 분명 현대미술계에서 주목받는 '가장 비싼 일본 작가'로 등극했다. 2008년 소더비 뉴욕 경매에 나온 작품 '나의 외로운 카우보이'는 약 1500만달러(약 170억원)에 팔리기도 했다.

'비싼 작가'라는 수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한 사람의 의도로 가격을 조정할 수는 없는 것이지만, 작품 가격이 지나치게 높아진 것에 대한 보상차원에서 3년 전부터 대중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아트상품 개발 등도 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 "'성공'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개인적인 만족도는 10%정도이고, 성공은 신기루와 같아서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2002년 루이비통과 협업 이후 가장 달라진 것에 대해서는 "루이뷔통 파티에 반바지 차림으로 참석했다가 크게 혼난 이후 옷에 신경을 쓰게 됐고, 전에는 남성 오타쿠 팬들만 많았는데 여성 팬들이 생기면서 여성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이후로는 성 차별 없는 작업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무라카미의 회화, 조각, 사진, 비디오, 풍선, 커튼 등 신작을 포함한 39점을 만날 수 있다. 4일 오후 4시 삼성생명 컨퍼런스홀에서는 '무라카미 타가시와의 대화'가 마련되고, 9~11월 사이 3차례 전시 강연회도 열린다. 신청은 플라토 홈페이지(www.plateau.or.kr)에서 할 수 있다.

전시는 오는 12월 8일까지(월요일 휴관). 입장료는 일반 5000원, 초중고생 4000원. 문의 1577-7595.

작품 '순백색 복장의 도브(핑크 &블루)' 앞에 선 무라카미 다카시 /사진제공=삼성문화재단<br />
DOB in Pure White Robe (Pink & Blue), Acrylic and gold leaf on canvas mounted on aluminium frame, 300 x 300 cm, 2013 ⓒ2013 Takashi Murakami/Kaikai Kiki Co., Ltd. All Rights Reserved. Courtesy Galerie Perrotin
작품 '순백색 복장의 도브(핑크 &블루)' 앞에 선 무라카미 다카시 /사진제공=삼성문화재단
DOB in Pure White Robe (Pink & Blue), Acrylic and gold leaf on canvas mounted on aluminium frame, 300 x 300 cm, 2013 ⓒ2013 Takashi Murakami/Kaikai Kiki Co., Ltd. All Rights Reserved. Courtesy Galerie Perrotin
작품 '미스 코코' 앞에 선 무라카미 다카시 /사진제공=삼성문화재단<br />
Miss ko²_Oil paint acrylic fiberglass and iron_187.9 x 88.9 x 6.3 cm_1997 ' ⓒ1997 Takashi Murakami/Kaikai Kiki Co., Ltd. All Rights Reserved. Courtesy Galerie Perrotin
작품 '미스 코코' 앞에 선 무라카미 다카시 /사진제공=삼성문화재단
Miss ko²_Oil paint acrylic fiberglass and iron_187.9 x 88.9 x 6.3 cm_1997 ' ⓒ1997 Takashi Murakami/Kaikai Kiki Co., Ltd. All Rights Reserved. Courtesy Galerie Perrot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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