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변방에서 중심으로…주목받는 韓 패션 시장

[창간기획-'K메이드'를 키우자]<4회 ①>명품업체 직진출 러시…한류효과 뜨거워

머니투데이 전혜영 기자  |  2014.06.27 06:03  |  조회 9245
명품에 열광하는 대한민국. 하지만 연간 300조원에 달하는 세계 명품시장에서 한국은 전혀 매출이 없고, 철저히 소비만 하는 국가다. 명품의 본고장인 유럽은 물론 미국과 일본 등이 세계 명품 시장을 놓고 자국 브랜드로 맹활약하고 있지만 한국은 유독 명품 분야만큼은 힘을 쓰지 못한다. 한류가 전 세계로 확산되는 상황에서 이제 한국형 명품을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때다. 이에 세계 명품 산업을 주도하는 기업들을 찾아 그들이 명품이 된 노하우와 역사를 분석하고, 한국 패션기업들의 명품을 향한 고민들을 들어본다. 세계 명품시장에 당당히 도전장을 내는 한국형 명품의 탄생을 위한 필요충분 조건들도 진단해본다.
지방시 청담동 플래그십 스토어 전경/사진=신세계인터내셔날
지방시 청담동 플래그십 스토어 전경/사진=신세계인터내셔날
"한국 명품시장을 잡아라."

아시아 명품대국 일본에 가려 영향력이 미미했던 한국 시장이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콧대높은 글로벌 명품업체들이 국내 패션.수입 업체 등에 유통을 맡기던 기존의 수동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직접 법인을 설립하고 초대형 플래그십 스토어(체험 판매장)을 운영하는 등 한국 시장 잡기에 나섰다.

◇진격의 글로벌 명품, 한국으로 몰려온다='장미꽃 시리즈' 등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브랜드 발렌티노는 지난해 국내 법인인 발렌티노코리아 설립하고 한국 사업에 직접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발렌티노는 그간 국내 수입 브랜드 의류업체에 유통을 맡겨왔으나 지난해 계약을 끝으로 직접 전개로 노선을 바꿨다. 발렌티노코리아는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패션기업인 한섬과 손잡고 이르면 연내 조인트벤처를 설립, 본격적인 사업을 벌일 계획이다.

프랑스 브랜드 발렌시아가도 발렌시아가코리아를 설립하고 지난해부터 국내에서 직접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발렌시아가는 구찌, 입생로랑 등을 보유한 프랑스의 거대 럭셔리기업인 케어링그룹 소속으로 계열 브랜드인 구찌와 입생로랑은 이미 1999년, 2003년에 각각 직진출로 전환한 바 있다.

지난 2007년 한국에서 철수했던 이탈리아 브랜드 베르사체도 새롭게 직진출 대열에 합류했다. 베르사체는 지난해 베르사체코리아를 설립하고 7년 만에 국내 시장에 재진출했다. 베르사체는 국내 의류 업체들을 통해 사업을 전개하다 매출 부진 등의 이유로 사업을 철수했었다. 이번에 현지법인을 설립하면서 유통망을 적극 늘리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에 힘을 쏟고 있다.

명품업체들이 국내 사업을 강화하면서 청담동 명품 거리도 한층 북적이고 있다. 특히 브랜드를 대표하는 플래그십 스토어 경쟁이 치열하다. 영국 브랜드 버버리는 내년 개장을 목표로 현재 청담사거리에 10층짜리 플래그십 스토어를 짓고 있다. 프랑스 브랜드 크리스찬디올도 지하 4층, 지상 5층 규모로 대대적인 플래그십 스토어 재단장을 진행하고 있다. 지방시는 올해 초 이곳에 새롭게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했고, 구찌와 끌로에, 알렉산더왕 등은 지난해 이미 매장을 열었다.

전지현에게 협찬한 후 완판된 셀린느 체크 코트/사진제공=신세계인터내셔날
전지현에게 협찬한 후 완판된 셀린느 체크 코트/사진제공=신세계인터내셔날
◇한류스타 효과 명품시장도 장악…파트너로 우뚝 선 한국=글로벌 명품업체들이 '패션 후진국'으로 폄하하던 한국을 재조명하는 이유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빠른 성장세와 잠재력에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2000년초부터 시작된 한류 열풍을 빼놓을 수 없다.

명품과 스타마케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에르메스의 '켈리백'(영화배우 그레이스 켈리에서 따온 이름)이나 멀버리의 '알렉사백'(모델 알렉사청에서 따온 이름)처럼 스타 덕분에 명성이 확고해진 브랜드도 많다. 최근에는 한류 스타들의 인기로 이들을 마케팅에 활용하는 명품 브랜드가 늘고 있다.

셀린느 '전지현 백' 트라페즈/사진제공=신세계인터내셔날
셀린느 '전지현 백' 트라페즈/사진제공=신세계인터내셔날
실제 올 초 종영된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뜨거운 인기를 끌면서 여주인공인 전지현에게는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 샤넬, 셀린느, 구찌 등의 초고가 제품 협찬이 쏟아졌다. 400만원대 '전지현 코트', 600만원대 '전지현 야상', 900만원대 '전지현 망토' 등은 국내는 물론 중국에서도 '없어서 못 파는' 아이템이 됐다.

아이돌그룹 빅뱅의 멤버인 지드래곤도 세계가 주목하는 패셔니스타다. 그가 즐겨 입는 것으로 알려진 삼성에버랜드의 남성복 브랜드 '준지'는 국내에서 특별한 마케팅 활동 없이도 불티나게 팔린다. 특히 올해 1호 매장을 연 갤러리아백화점명품관에서는 한국 손님보다 중국인 관광객이 더 많이 찾아 일명 '지드래곤 티셔츠'를 사가지고 갈 정도다.

명품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2~3년새 이른바 '패션 선진국'으로 불리는 유럽과 북미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된 반면 잠재력이 큰 시장으로 꼽히는 한국이 주목받고 있다"며 "유행에 민감한 소비자들이 많아 아시아 시장 확장을 위한 교두보로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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