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잇세컨즈, 스파오 홈페이지

Q.> 옷을 좋아하는 20대 사회 초년생입니다. 대학생 시절엔 학교 근처 옷가게에서 다양한 스타일의 옷을 많이 샀었는데 회사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학생 때 저렴하게 사 입던 옷을 입을 수가 없더라고요. 그렇다고 고가의 백화점 브랜드 옷을 사 입자니 경제적으로 부담되고요. 그러던 중 자라, H&M, 에잇세컨즈 등 SPA 브랜드를 찾게 됐습니다. 백화점 브랜드 만큼 품질이 우수하진 않지만 스타일이 다양하고 가격도 저렴해서 자주 찾게 되더라고요. SPA 브랜드라고 하던데 일반 브랜드와 어떤 점이 다른지 알고 싶습니다.

A.> SPA는 Specialty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의 약자입니다. 한 회사가 기획부터 생산, 유통까지 일괄적으로 맡는 의류 전문점을 말합니다. 백화점과 같은 고비용 유통망을 거치지 않고 대형 직영매장을 직접 운영해 비용을 절감하고 이를 제품 가격에 적용해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들에게 제공합니다. 또한 소비자의 욕구를 정확하고 빠르게 찾고 트렌드를 읽어내 상품에 반영합니다.

기존 일반패션 업체들은 유행을 예측한 후 기획과 디자인을 하는 데 대략 6개월이란 시간이 소요됩니다. 하지만 SPA 브랜드는 고객들의 수요와 시장 상황에 따라 1~2주 만에 '다품종 대량공급'이 가능한 것이 특징입니다. 상품 회전이 빨라 SPA 브랜드를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이라 부르기도 하지요.

SPA 시스템은 1986년 미국의 '갭(GAP)'이 처음 도입하면서 알려졌습니다. 현재 SPA 대표적인 브랜드는 갭을 비롯해 유니클로(일본), 자라(스페인), H&M(스웨덴), 망고(스페인), 포에버21(미국) 등이 있습니다. 에잇세컨즈, 스파오, 미쏘, 탑텐 등 한국 브랜드도 많습니다. 쇼핑으로 유명한 서울의 명동, 신사동, 강남 등지에 대규모 SPA 브랜드 매장이 집중돼 있는 것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SPA 브랜드의 인기가 높아지자 백화점들은 1층에 넓은 공간을 내주기 시작했습니다.

/사진=머니투데이DB

이같은 브랜드들의 출현이 소비 패러다임을 바꾸는 데 한몫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좋은 옷 한벌을 사서 오래 입는 것을 추구했지만 유행이 빠르게 바뀌고 소비자들의 욕구도 다양해졌고 옷을 소비하는 것 자체에 만족하는 분위기가 강해져 이에 맞게 시장도 변한거죠. 최고급 품질은 아니지만 트렌디한 디자인과 저렴한 가격이라는 점이 소비자의 발길을 이끌었습니다. 유행을 빨리 읽고 소비자들의 심리를 파악해 재고를 최소화하는 것이 최대 장점으로 꼽힙니다. 매장 인테리어도 눈길을 끕니다. 단순히 제품을 진열하고 판매하는 곳이 아닌 소비자들이 보고 즐길 수 있는 놀이터 같은 공간을 제공한다는 점도 기존 브랜드와의 차이점입니다.

SPA 브랜드들의 성황이 일각에서는 부정적으로 비춰지기도 합니다. 싼 맛에 한철만 입고 옷을 버리는 '패스트 패션' 소비 행태를 부추겼다는 지적이 있고 가격은 저렴하지만 품질이 좋지 않아 실용성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또한 창의적인 디자인보다는 하이패션 브랜드가 이끌어가는 유행을 쫓아가기만 한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기업 차원에서 이같은 단점을 보완하고 시스템이 가진 장점을 극대화키는 노력이 필요해보입니다. 소비자들 역시 시장의 움직임에 맹목적으로 따라가기 보다는 가격과 품질을 꼼꼼하게 따져보는 똑똑한 소비를 통해 품질은 올리고 가격은 합리적인 제품이 늘어날 수 있도록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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