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욱준 '준지' 디자이너 "가로수길의 열정, 프랑스도 통했죠"

남성복 '준지' 디자이너 정욱준 제일모직 상무, 파리컬렉션 스타로 발돋움하기 까지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  2015.02.13 07:20  |  조회 9209
정욱준 '준지' 디자이너 "가로수길의 열정, 프랑스도 통했죠"
"파리컬렉션을 준비할 때마다 가로수길에서 개인 작업실을 운영하던 시절의 열정을 떠올립니다. 일 자체를 즐겼던 당시의 경험이 없었다면 지금처럼 막중한 책임감을 견뎌내기 힘들었을 겁니다."



정욱준 제일모직 패션부문 상무가 '열정'이라는 단어로 가로수길 시절을 떠올린다. 남성복 브랜드 '준지'(Juun.J)'를 만든 그는 가로수길에서 성장한 대표적인 디자이너다. 정 상무는 1992년 가로수길에 위치한 패션 사관학교 '에스모드 서울'을 졸업하고 1999년부터 서울 강남구 가로수길에 16.5㎡(5평)짜리 작업실을 열고 디자이너 경력을 쌓았다.

정 상무는 "가로수길은 디자이너로서 서울이라는 도시의 정수를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었던 장소"라고 회상했다. 조용한 골목길 곳곳에 녹아든 예술적 느낌은 젊은 신진 디자이너가 영감을 받기에 최적의 공간이었다는 것이다.

가로수길 시절 그는 파리 무대에 도전하기 위해 무작정 비행기에 몸을 싣고 직접 컬렉션 담당 에이전시를 찾아갔다. 2007년 '파리 남성 컬렉션'에 참가하는 기회를 얻게 됐고 이듬해 브랜드 '준지'는 파리의 대표 편집매장 '레끌레어'에 입점했다. 최소 5회 이상 컬렉션 무대에 서야 바이어들이 상품으로서 옷을 봐 주는 파리 패션계에서 그야말로 하루아침에 '신성'으로 떠오른 것.

정 상무가 국내 최대 패션기업인 제일모직과 인연을 맺은 건 지난 2011년 9월. 정 상무가 제일모직의 신진 디자이너 육성 프로그램인 '삼성패션디자인펀드'에서 2009∼2011년 3년 연속 수상자로 선정된 것이 계기가 됐다. 정 상무의 가능성을 알아본 제일모직이 끈질긴 스카웃 작전을 펼친 것이다.

실력있는 디자이너의 열정에 막강한 기업의 자금력이 뒷받침되면서 '준지'는 날개를 달았다. 3년만에 미국,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홍콩 등 세계 30여개국 고급 백화점과 편집매장에 입점하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세계적인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현 샤넬 수석디자이너)가 준지 옷을 입고 공식행사에 등장해 눈길을 끌었고, 팝가수 리한나와 저스틴 비버도 '준지'의 팬으로 유명하다. 준지는 지난 2013년 파리의상조합의 정회원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파리의상조합은 세계 4대 컬렉션(파리·뉴욕·런던·밀라노) 중 가장 역사가 깊은 파리컬렉션을 주관하는 협회로 정회원은 100개가 채 되지 않는다. 한국 브랜드 중에는 '솔리드옴므'(우영미 디자이너)와 '준지' 2개 뿐이다. 정 상무가 '스타 디자이너'라는 명성에 그치지 않고 실력으로 브랜드를 정상 궤도에 올려 놓은 것이다.

정 상무의 목표는 '준지'를 성공적인 글로벌 디자이너 브랜드로 키우는 것이다. 정 상무는 "현재는 남성복만 만들고 있지만 앞으로 여성복으로 확장하고 더 나아가 라이프 스타일 아이템으로 영역을 넓히겠다"며 "옷을 넘어서 문화를 담은 브랜드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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