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 수석디자이너 '라커펠트' 방한…비상걸린 호텔

'샤넬의 교황' 라커펠트, 찌거나 익히지 않은 생선 선호…탄수화물과 지방 손도 안 대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  2015.04.07 06:00  |  조회 57641
"VVVIP 고객이니 아래 사항에 각별히 신경 써 주십시오. 샤넬의 수석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 관련 메모입니다"

칼 라거펠트의 감량 전 후 모습/사진출처=anneofcarversville.com
칼 라거펠트의 감량 전 후 모습/사진출처=anneofcarversville.com
지난 2일(현지시간) 캐나다 토론토에 위치한 특급호텔 '포시즌스' 레스토랑에는 비상이 걸렸다. 취향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라거펠트가 저녁 7시 이 곳에서 만찬을 가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라커펠트가 캐나다를 방문한 것은 처음. 자세한 사전 정보가 없던 호텔은 라거펠트 측이 전달한 짤막한 메모에 의존해 식사를 준비해야 했다.

다음 달 4일 한국을 최초로 방문하는 라거펠트의 식사 취향은 '극단적 다이어트 식'인 것으로 알려졌다. 6일 머니투데이가 입수한 포시즌스의 라거펠트 관련 메모에 따르면 그는 탄수화물과 지방이 조금이라도 섞인 메뉴에는 손도 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 찌거나 익히지 않은 생선을 야채와 곁들여 즐긴다. 메모에는 "찐 흰살 생선(steamed white fish)과 회(sashimi), 세비체(ceviche:페루의 날생선 요리), 찐 야채(steamed vegs)를 선호하니 각별히 신경 써 달라"는 내용의 특별 주문사항이 강조됐다.

평소 강도 높은 다이어트를 하는 것으로 알려진 라거펠트의 생활습관이 반영된 식단이다. 우리나이로 팔순을 넘긴 라거펠트(1933년생)는 그의 나이 예순두 살이 되던 해에 에디 슬리먼이 디자인 한 디올 옴므 정장을 입기 위해 18개월 동안 42kg을 감량한 일화로도 유명하다. "패션은 가장 건강한 다이어트의 동기이다"라는 문구는 라거펠트의 패션과 다이어트에 관한 철학이기도 하다.

호텔 측이 그의 식사 준비에 유독 신경을 쓴 까닭은 라거펠트가 '명품 공룡' 샤넬을 움직이는 대표 디자이너이기 때문이다. '샤넬의 교황'으로도 통하는 라거펠트는 1982년 샤넬 수석 디자이너로 영입된 뒤 샤넬의 클래식 아이템들을 대중적 거리문화 요소들과 섞어 젊은층에도 통하는 브랜드로 변모시켰다. 이 같은 성과로 글로벌 명품업계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린다. 게다가 까다로운 취향과 '독설'로도 유명하다. 최근 캐나다 방문 시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관광객이 되기 싫다. 관광객은 멍청하니까"라고 돌직구를 날렸을 정도다.

다음 달 한국을 찾는 라거펠트가 머무를 호텔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라거펠트의 숙박과 식사를 책임지게 될 호텔이 어디든 그의 까다로운 취향을 만족시키기 위한 정보 수집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을 것이라고 호텔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1년치 스케줄이 미리 잡히는 VVVIP의 경우 길게는 반년 정도 시간을 들여 숙박과 식사 관련 준비를 하는 경우도 있다"며 "투숙 일정과 관련된 정보 보안에도 각별히 신경을 쓴다"고 설명했다.

'독설'로 유명한 라거펠트가 처음 방문한 한국에서 어떤 말들을 남길 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마침 그가 몸담은 샤넬은 최근 한국에서 사상 처음으로 핸드백 주력 제품 가격을 대폭 인하해 "콧대 높은 샤넬도 몸을 낮췄다"는 해석이 제기됐다. 라거펠트는 5월 4일 서울 중구 을지로 DDP에서 '2015 샤넬 크루즈 컬렉션'을 개최한다. 한국에서 샤넬의 글로벌 정기 패션쇼가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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