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명품 꿈꾼다…끊임없이 연구하는 디자이너 '맥앤로건'

[스타일M 인터뷰] '맥앤로건' 강나영·강민조 디자이너

머니투데이 스타일M 배영윤 기자  |  2015.07.09 09:22  |  조회 10786
'맥앤로건'의 디자이너 강민조(왼쪽) 강나영/사진=홍봉진 기자
'맥앤로건'의 디자이너 강민조(왼쪽) 강나영/사진=홍봉진 기자
"한국 디자이너들의 손재주와 지속적인 연구가 합쳐진다면 세계 명품 스트리트에 입성하는 한국 브랜드가 반드시 나올 것"

샤넬, 크리스찬 디올, 발렌티노 등 오트 쿠튀르(haute couture. 고급 재봉을 거쳐 만든 창작 의상 또는 그러한 의상을 만드는 곳) 컬렉션을 선보이는 브랜드는 손에 꼽는다. 패션의 본고장인 프랑스 파리에 기반을 둔 패션 하우스들이 대부분이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통해 구축된 기술력과 예술성이 만나 의복 이상의 예술 작품으로써 평가 받기에 '명품'이라 불린다.

해외 럭셔리 브랜드들의 화려한 드레스는 1년에 단 2번 열리는 패션 컬렉션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각종 시상식에 초대된 내로라하는 여배우들의 드레스로 대중들에 소개된다. 국내 스타들 역시 중요한 날에 이들 브랜드의 드레스를 입는다. 인기와 유명세가 높을수록 비싼 해외 브랜드의 드레스를 입는 것이 공식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공식을 깬 한국 디자이너가 있다. 디자이너 브랜드 '맥앤로건(MAG & LOGAN)'의 강나영 강민조 부부 디자이너다.

여배우들이 사랑하는 브랜드로도 유명한 '맥앤로건'. 맥앤로건 컬렉션에는 언제나 '사랑'이야기가 담겨 있다. 다양한 사람들의 여러가지 사랑이야기로 탄생한 컬렉션 의상들이 가득한 디자이너 맥(강나영)과 로건(강민조)의 쇼룸을 찾았다.

Q. 맥앤로건은 어떤 브랜드인가?

로건(강민조) 맥은 진주의 핵을 뜻한다. 로건은 넓게 감싸 안는다는 뜻이다. 브랜드 로고 역시 진주의 핵을 감싸 안는 모양을 형상화한 것이다. 로고에는 집 그림도 있다. 하우스 쿠튀르를 기본으로 한다는 의미도 있고 맥의 집과 로건의 집이 합쳐져 하나의 보석을 탄생시킨다는 뜻이다. 고감도 기술을 유지하면서 쿠튀르적인 요소를 기성복으로 표현하는 브랜드다.

Q. 홈쇼핑에서 소위 '대박'이 났다. 컬렉션을 발표하는 패션 브랜드가 홈쇼핑을 판매 채널로 선택하는 경우가 드문데 계기가 있는지?

로건 최근에 다양한 트렌드가 많아졌다. 우리 뿐만 아니라 다양한 디자이너들이 홈쇼핑을 선택했다. 또한 많은 디자이너들이 H&M이나 유니클로 등의 SPA 브랜드와 협업을 지속적으로 해오며 대중과 소통을 하고 있다. 우리 역시 이러한 작업의 일환으로 홈쇼핑과 손잡은 것이다.

Q. 대박을 예감했는가?

로건 이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줄지 몰랐다. 길에서 우리 옷을 입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예전보다 많이 볼 수 있게됐다. 디자이너로서 굉장히 뿌듯하고 감사한 일이다. 우리의 영역이 더 커진 듯한 느낌을 받는다.

/사진=홍봉진 기자
/사진=홍봉진 기자
Q. 최근 '코튼 데이 2015'에서 데님 컬렉션을 선보였다. 데님 레이블 '블루매건' 론칭도 앞두고 있는데 언제쯤 만날 수 있는가?

로건 코튼 데이 때 첫 컬렉션을 선보인 셈이다. 본격적인 그랜드 오픈은 내년 봄으로 예상하고 있다.

Q. 메인인 '맥앤로건' 외에도 세컨드 브랜드 '매건'과 앞으로 선보일 데님 브랜드 '블루 매건'이 있는데. 앞으로도 다양한 레이블로 확장시킬 계획이 있는가?

맥(강나영) 미리 계획을 세우고 하지는 않는다. 서로 이야기를 하다가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

로건 데님 소재에 호기심을 갖고 안에서 꾸준히 개발을 하고 있었다. 쿠튀르 의상을 만들지만 평소에 많이 입는 옷은 '진(Jean)'이다. 고가의 소재를 만지고 있으면서도 그 소재 배경에는 내가 입고 있는 '진'이 있었다. 데님은 굉장히 특별한 소재다. 봉제, 패턴, 워싱 등 공정 과정이 다른 원단과 다르다. 블루 매건은 진(데님)에 대한 꾸준한 연구를 통해 탄생하게 된 브랜드다.

Q. '맥앤로건'을 만드는 디자이너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디자이너를 꿈꾸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전공은 음악이었다. 음악이 당연히 내 길이라 생각했었고 주입식 교육을 받으면서 멋을 내거나 하는 부분에서 제약을 많이 받았던 것 같다. 그러면서 음악이 재미없어졌다. 어린 시절 엄마와 할머니의 옷장을 놀이터 삼아 지냈다. 디자이너가 돼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늦은 나이에 다시 의상을 공부해 여기까지 왔다.

로건 어려서부터 미술을 배웠고 집에서도 디자이너가 되기를 바랐다. 보통 남자 디자이너들은 집에서 반대를 한 경우가 많은데 나의 경우는 오히려 어머니가 밀어줬다. 나 또한 다른 길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Q. '맥앤로건'은 어떻게 탄생했나?

의상 공부를 시작하고 프랑스에서 일을 하면서 남편을 만났다. 한국에 들어와 2008년에 맥앤로건을 론칭했다.

로건 '한국판 쿠튀르를 표방하는 브랜드는 무엇일까?'라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서로 나누다가 각자의 아프리카 여행기를 털어놨다. 서로 다른 지역을 여행한 이야기를 나누는데 우리가 공통적으로 봤던 한 가지를 발견했다. 문명이 발달하지 않은 곳에서 엄마들이 아이들의 옷을 손바느질로 만들어 입히는 모습이다.

우리나라 또한 불과 20~30년 전만 해도 어머니들이 직접 아이들의 옷을 만들어 입히던 문화가 있었다. 사회가 풍요로워지면서 정성으로 만들어지는 옷이 많이 사라졌다. 거기서부터 한번 시작을 해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Q. 브랜드 설립 초기과 지금의 디자인의 차이점이 있다면?

처음에는 힘이 많이 들어갔다. 보여주고 싶었던 것도 많았고 이해를 시키고 설득하려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이 답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로건 초반에는 '이것이 패션이다'라고 제시했다면 지금은 반대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려 한다. 입는 사람의 배경이 되는 것이 옷이라는 생각으로 디자인을 한다.

제14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맥앤로건의 드레스를 입은 배우 임수정/사진=머니투데이 DB
제14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맥앤로건의 드레스를 입은 배우 임수정/사진=머니투데이 DB
Q. 여배우들에게 유독 많은 사랑을 받는 브랜드다. 피겨여왕 김연아나 톱 여배우들이 레드카펫 행사에서 맥앤로건의 드레스를 많이 찾았다. 한 영화제에 무려 17명의 배우들이 맥앤로건의 드레스를 입기도 했다. 인기 비결은 뭐라고 생각하는지?

로건 들으려고 마음 먹었을 때부터 여배우들이 많이 좋아해준 것 같다. 배우들은 표정까지도 패션의 일부라고 생각했다. 그 표정을 드레스의 마지막 끝자락에 담으려 했다. 스포트라이트, 반사판까지 고려해서 옷이 아닌 배우가 돋보이는 옷을 만들려 했다. 그런 점이 그들의 마음을 샀던 게 아닐까.

Q. 가장 애착이 많이 가는 드레스는?

로건 배우 임수정의 드레스. 상주 지방에서만 나는 명주로 만들었는데 원단도 굉장히 비쌌다. 가위로 자르면 원단이 상할까봐 하나하나 접으면서 손바느질한 것이 테크닉이 됐다. 주름 하나하나에 깊은 고민과 생각이 담겼다. 8개월 가량 제작 기간 동안 우리의 감정 변화와 함께한 드레스다.

그 드레스는 수많은 맥앤로건 드레스의 모태가 되는 첫 드레스이기 때문에 의미가 남다르다.

Q. 맥앤로건 컬렉션에는 늘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최근 컬렉션들은 할머니와 엄마, 손녀딸 3대가 주인공인 서로 다른 사랑 이야기를 시리즈로 이어오고 있다. 사랑을 테마로 다루는 이유가 있나?

다양한 사람들과 삶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결국에는 '사랑'이야기로 귀결된다. 남녀간의 사랑만 다룬 것은 아니다. 애증 또한 사랑이고.

로건 사랑은 누구나 하는 것 아닌가. 쇼가 시작되면서 보는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보는 느낌이 들게 하고 싶었다. 다음 컬렉션 역시 이전 컬렉션과 큰 스토리는 같이 한다. 다만 그 사랑의 대상이 일일 수도 사람일 수도 전혀 다른 어떤 것일 수도 있다.

Q. 디자인 영감은 어디서 얻는가?

로건 사람들과의 소통이다. 고객들 중에는 90대의 나이도 있다.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가 살아온 이야기가 영감의 원천이고 스토리텔링을 가능하게 한다.

여행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같은 풍경이어도 미성숙했을 때와 의상을 전공하지 않았을 때, 그리고 지금 보는 시각이 확연히 다르다. 또 둘이 작업하다보면 같은 옷을 만들고 싶을 때가 대부분이지만 가끔 다를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서로 카피(copy)를 하기도 한다. 서로의 옷이 영감이 되는 셈이다.

로건 그래서인지 각자 따로 진행하는 작업인데 어느 순간 같은 것을 만들고 있을 때도 많다.

Q. 최근 루이비통과 디올 전시회, 샤넬 크루즈 컬렉션 등 해외 럭셔리 브랜드들이 국내에서 다양한 이벤트를 열었다. 글로벌 패션 브랜드들이 한국의 패션시장을 과거에 비해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국내 쿠튀르 브랜드 디자이너로서 앞으로 한국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명품' 반열에 오르기 위해 가져야 할 자세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로건 흔들리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오트쿠튀르의 기본은 '연구하는 정신'이다. 우리나라 디자이너들은 손재주가 좋다. 우리가 프랑스나 미국이 아닌 한국에서 브랜드를 론칭한 이유기도 하다. 연구만 지속적으로 많이 이뤄진다면 분명 한국판 명품 브랜드가 탄생할 것이라 믿는다. 만약 우리 세대에서 이뤄지지 않는다면 우리가 뒷받침이 돼서 다음 세대에서 반드시 만들어질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디자이너간 브랜드간 경쟁보다는 각자의 자리에서 꾸준히 자신의 역할을 해 나가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이 필요하다. 일본의 경우 겐조, 이세이 미야케 등의 브랜드는 한 시즌에 이뤄진 것이다. 우리 또한 여러명이 동시에 노력을 한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 유독 '고가의 상품=명품'이라는 인식이 짙은 것 같다. 소비자의 인식도 변해야 한다. 자기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옷이 곧 명품이라는 생각으로 옷을 대했으면 한다.

/사진=홍봉진 기자
/사진=홍봉진 기자
Q.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얘기해달라.

로건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해 현지 법인을 준비 중에 있다. 디자인실도 이원화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에서는 소재 연구 등 쿠튀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 프랑스에서의 작업이 또 하나로 합쳐진다면 재미있는 결과물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한다. 다양한 박람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브랜드를 많이 알릴 계획이다.

Q. 대중에게 어떤 브랜드로, 어떤 디자이너로 다가가고 싶은가?

로건 친구같은 브랜드. 내 이야기가 녹아 있는 옷들이 많은 집. 그리고 경청하는 디자이너. 건장하는 브랜드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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