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메이크업 인생…영업비결은 '마음 세팅力'"

[인터뷰]메이크업 아티스트 정샘물, 25년 뷰티철학 근간은 '자기 이해'와 '마음'

머니투데이 박진영 기자, 스타일M 마아라 기자  |  2015.12.21 11:40  |  조회 21029
정샘물 '정샘물 인스피레이션' 원장 /사진=김창현 기자
정샘물 '정샘물 인스피레이션' 원장 /사진=김창현 기자
이미연, 김태희, 김혜수, 전지현, 탕웨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뮤즈'들이 그의 손을 거쳐 갔다. 국내 최고 메이크업 아티스트이자 동명의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정샘물 원장이다. '순수 미술'을 전공하고 싶었지만, 집안 형편이 여의치 않아 시작한 메이크업이 천직이 됐다. 그는 최근 자신의 이름을 딴 코스메틱(화장품) 브랜드를 론칭했다. 25년 메이크업 인생에 대해 들어보았다.

20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정샘물 메이크업아카데미에서 만난 정 원장은 "25년간 메이크업 경험과 철학을 담은 코스메틱 브랜드 '정샘물'을 론칭했다"며 "'K-뷰티'에 관심이 높은 만큼 해외에서도 브랜드 론칭 관련 요청이 많다"고 말했다. 브랜드 '정샘물'은 현재 온라인 쇼핑몰과 다섯 개 직영샵을 열고 플래그십스토어(브랜드 특화 매장) 및 추가 매장 출점을 준비 중에 있다.

그는 "25년 간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일하면서 '자기 고유의 것을 살리는 것'이 아름다움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브랜드를 통해 이러한 철학을 알려 나가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이 갖고 있는 피부톤과 눈동자색, 얼굴의 선, 피부 질감을 잘 알고 그것을 최대한 살리는 것이 메이크업의 목표"라고 말했다. 복잡한 메이크업 요령을 단순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제품화하고, 다양한 채널을 통해 사용법을 커뮤니케이션 해나간다는 계획이다.

정샘물 '정샘물 인스피레이션' 원장 /사진=김창현 기자
정샘물 '정샘물 인스피레이션' 원장 /사진=김창현 기자
그는 "많은 사람들이 까무잡잡한 피부를 하얗게 하려고 애쓰고, 전지현이 바른 립스틱이 예쁘면 '나도 전지현 립스틱'을 바르려고 한다"며 "'남의 정보'보다 '나에 대한 이해'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유의 아름다움'을 살리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무리 아름다운 연예인이라 할지라도 마찬가지다. 최근에는 중국 여배우 '탕웨이'의 중국 메이크업 사진과 정샘물 메이크업 사진이 비교되며 화제가 됐다. 그는 "내츄럴 메이크업이라는 것은 무조건 덜 바르고 연하게 바르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고유성을 잘 발현시켜주는 메이크업"이라며 "고수의 메이크업"이라고 말했다.

"저희 어머니가 항상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샘물아, 진짜 '마스터(고수)'는 한 티가 나면 안돼'. 그때는 이 말이 무슨 말인지 몰랐는데 이제 아는 거죠. 탕웨이씨는 하관이 자연스럽게 갸름하고, 눈동자 색도 옅은 갈색에 오밀조밀한 아름다움이 있어요. 도톰하게, 얇게, 연하게, 선명하게 강약을 잘 조절하며 그 사람의 본질을 살려주는 거죠. 아티스트가 자신의 테크닉과 기교를 보여주는데 집착하면 안 돼요."

메이크업 아티스트로서 '얼굴'에 대한 이해를 극대화하기 위해 '얼굴만 판' 시간도 있었다. 바로 4년 반 동안의 유학생활이다. 전지현과 이효리라는 쟁쟁한 스타들과 '애니콜' 광고 작업을 하며 '잘나가던' 때 돌연 '순수 미술'이라는 잊고 있던 꿈을 찾아 유학을 결정했다. 집안 형편이 안돼 포기했던 그림을 실컷 그리게 돼 행복했지만, 결국 그의 관심사는 메이크업으로 향했다. 필수 수강 과목이 아닌, 관심 가는 과목을 마음 가는대로 골라 들었다. 패션, 사진 관련 강의는 물론 '해부학'까지 수강했다.

"저는 4년 동안 속된 말로 얼굴만 팠어요. 얼굴 구조와 조직, 뼈까지. 해부학 수업에서는 1등을 했을 정도였어요. 너무 신기했습니다. 보이지 않는 피부 안의 구조 때문에, 드러나는 부분이 이렇게 바뀌는 거구나. 피부 조직이 중력의 법칙에 따라 일그러진 형태까지 몇 번이고 그려봤어요. '얼굴을 알겠다' 싶으니까 시야를 가리던 뿌연 안개가 걷힌 기분이었어요. '얼굴 공부'를 한 전과 후는 천차만별이에요."

그는 이런 측면에서 동물의 움직임과 몸의 구조를 집요하게 분석한 '레오나르도 다빈치'로부터 깨달은 바도 많다고 했다. "베이스(기반)부터, 더 나아가 보이지 않는 근간부터 토대가 잘 다져진 상태에서 디자인이 되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메이크업'이란 결국 사람의 마음을 변화시키는 일"이라고 했다. 국내에서 가장 아름답고, 성공한 이들마저도 매일 힘겨운 일에 위축되고 낮은 자존감에 괴로워하는 모습을 지켜봐 왔다.
정샘물 '정샘물 인스피레이션' 원장 /사진=김창현 기자
정샘물 '정샘물 인스피레이션' 원장 /사진=김창현 기자


"(스타들에게) '힘든 면도 있지만, 그것 때문에 시야가 더 넓어지는 것 아니냐' 또는 '이 일은 더 큰 성취를 위해 겪을 수 밖 에 없는 과정'이라고 긍정을 선택할 수 있도록 이야기를 거는 거죠. 그리고 메이크업으로 외면도 변화시킵니다. 새벽녘부터 고객을 만나는 만큼 '하루 마음'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돌려놓는 것이 어쩌면 메이크업의 시작이자, 가장 큰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는 메이크업은 결국 인생을 변화시키는 일이라고 했다. 얼굴의 조그마한 아름다움을 살리는 것으로부터 자존감이 생기고, 태도가 변하고, 주위 사람들의 태도까지 변하게 한다. '원래 긍정적인 성격인 것 같다'는 평가에는 고개를 갸웃한다.

"원래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저는 항상 그 생각을 해요. '단 한 번 밖 에 없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 나의 하루를 보란 듯이 잘 살아 내야지'라고요. 감정이 들쑥날쑥하게 공격하는데 그 상황에서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하루의 삶이 달라지잖아요. 매 순간 좋은 쪽은 선택하겠다고 다짐에 다짐을 이어가는 거죠."

그런 면에서 메이크업은 인생과 닮았다. 틀린다고 해서 '종이를 버리고' 다시 할 수 있는 예술이 아니다. 사람의 얼굴에 펼치는 예술인만큼 붓을 한 번 들면 되돌아가는 일 없이 완성지어야 한다. 25년간 업계 정상에 있었던 그가 항상 진화를 거듭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묻자 "갖고 있는 것을 빠짐없이 나누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메이크업 비법을 강의, 유튜브, 출판, 매체 인터뷰 등을 통해 빠짐없이 대중에 알려주고 있다. 그는 "그렇다고 해서 나의 것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자신의 것이 줄어 들까봐 '꽁꽁 싸매고 있는 1등'은 불행하다고 했다.

"알고 있는 것을 말하면서 저의 지식과 이론이 더욱 정교화되는 신비한 경험을 하게 돼요.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면서 스스로 새로운 발견들을 하게 되고 그것이 발전으로 이어집니다."

"고여있는 것들은 상하게 마련"이라며 "내 안의 것들을 비워내야 또 새로운 인연들도 생겨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것이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25년간 매일 새로운 그림을 그려나갈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정샘물 '정샘물 인스피레이션' 원장 /사진=김창현 기자
정샘물 '정샘물 인스피레이션' 원장 /사진=김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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