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암동 9평 '비비안 사장님' 연매출 5억의 비결

[피플]유충식 비비안 응암점 대표

머니투데이 박진영 기자  |  2015.12.29 03:49  |  조회 83898
서울 은평구 비비안 응암점 외관/사진제공=남영비비안
서울 은평구 비비안 응암점 외관/사진제공=남영비비안
서울 은평구 응암동 대림시장 입구에 위치한 속옷 '비비안' 매장. 9평 규모의 작은 속옷가게이지만 이곳은 전국 200여개 비비안 전문 매장 중 매출이 꾸준히 상위 5위 내 드는 '대박 매장'이다. 최근 연평균 매출은 4억~5억원 선, 고정 고객은 5000여 명. 여성 속옷 전문점이지만 '사장님'은 드물게도 '남자'다. 상권 자체도 속옷에 큰돈을 들이는 고객이 많은 곳은 아니라 '악조건'은 다 갖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7일 응암동 매장에서 유충식 비비안 응암점 대표는 "남자에, 얼굴도 이렇게(못) 생겼고, 열심히 한 것 말고 별다른 비결은 없다"면서도 "손님이 가장 필요로 하는 부분을 해결해 주는 것은 중요한 것 같다"고 입을 열었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속옷 가게를 찾는 고객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꼭 맞는 편안한 속옷을 찾는 것'이다. 그는 "의외로 자기 사이즈를 제대로 알고 있는 분이 거의 없다"며 "사이즈를 재거나 권해드리고 꼭 입어보고 구매하게 하는 것이 포인트"라고 말했다. "내 사이즈는 내가 안다"며 고집을 꺾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그럴 경우에는 구매를 하지 않는 게 낫다고 말을 할 정도로 완고하다.

"싼 가격도 아닌데 아무리 상품이 좋아도 자신에게 맞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며 "24시간 내 몸과 가장 가까이 있는 물건인데 정확한 사이즈로 편안하게 입어야 브랜드 호감도 생기고 재방문을 하게 된다"는 것이 20년 '속옷 인생' 지론이다. 이제는 '정확한 내 속옷 사이즈'를 알기 위해서라는 이유만으로 경기도 용인, 양평, 서울 강남 지역 등에서 굳이 방문해 구매하는 고객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속옷 애프터 서비스(A/S)'도 그가 정착시킨 응암점의 문화다. 늘어나고 헤지고, 변색하는 속옷을 그대로 입고 버릴 것이 아니라 얼마든지 A/S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렸다는 것. "비싸게 주고 사시는 건데 문제 생기면 언제든지 'A/S'를 하러 오라"고 말했다. 처음엔 입던 속옷을 어떻게 주냐며 쑥스러워하던 고객들도 세탁소 찾듯 옷을 맡기고 가게 됐다. 비비안 본사에서는 "그만 갖고 오라"는 농담 섞인 핀잔을 듣기도 했지만, 동시에 늘어나는 매출도 확인할 수 있어서 당당했다.

유충식 비비안 응암점 대표
유충식 비비안 응암점 대표
고객의 '말 못할 고민'도 해결해준다. 수년 전 유방암 수술을 해 한 쪽 가슴을 절제한 중년 여성 고객이 방문했는데 브래지어를 고르는데 고민이 많아 보였다. 당시에는 그 흔한 '뽕(패드)'도 없던 시절.

"마음이 너무나 아팠어요. 자기 몸에 자신이 없으면 마음까지 움츠러들잖아요. 그래서 제 선에서 해줄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인체에 무해한 스펀지를 가슴 모양대로 자르고, 비비안 본사에 보내 봉제까지 해서 한쪽 컵에 채워서 손님께 드렸어요. 너무 좋아하셔서 저도 뿌듯했습니다. 이 후에 다른 고객도 모시고 오고...지금도 잊지 않고 찾아오고 계시는 단골 중 한 명이세요."

'비비안'을 시작한 것은 13년 전, 속옷 인생이 어느새 20년 차다. 충청남도 청양에서 혈혈단신 올라와 '먹고 살기 위해서' 속옷 가게를 시작했다. 부부는 '아기가 방에서 나오지 못하게 울타리를 쳐놓고' 월세방이 딸린 가게에서 장사를 시작했다.

그는 "20여년 간 정말 열심히 살아왔다는 건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고 했다. 지나가다 술 한잔 하고 문을 빼꼼 여는 고객을 위해 밤 12시까지 문을 열던 시절도 있었다. 2~3일에 한 번 정도 있을까 말까 한 방문이지만 그래도 늦게 일을 마치고 들르는 고객이 있기 때문에 지금도 11시까지 영업을 한다. 본사에 "이렇게 바꿔야 한다"고 쓴소리도 끊임없이 하고 '쿠폰 사용' '생일 축하' 등으로 고객에 전화도 틈틈이 한다.

"다른 건 잘 모르겠지만 10년 전에 한 번 온 손님도 어떤 분인지 기억이 나는 건 스스로도 신기해요. 결국 고객에 대한 관심이고 애정인 거 같아요. 엄마 손을 잡고 왔던 고객이 이제 엄마가 돼 아기 손을 잡고 가게를 방문하면 뭉클합니다."

인터뷰가 끝마칠 때 즈음 유쾌한 모녀 고객이 방문했다. 점잖던 사장님 입에서 놀랍게도 '언니'라는 단어가 술술 나온다. "언니 요즘 왜 이렇게 뜸했어요" "요즘 그 사장님(동네 주민)은 어떻게 지내요?" "언니 내 말 믿고 딱 한 사이즈만 더 크게 입어 봐" 속옷을 입어본 고객은 "어머 진짜 한 사이즈가 늘었네"라며 큰 사이즈로 구매했다. 같이 온 '엄마' 고객은 "나도 몰랐는데 그 새 또 사이즈가 늘었냐"며 핀잔을 준다. '비비안 응암점'이 인기 있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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