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의 박수조차 악기로 만드는 유쾌한 거장의 '바로크 선율'

[리뷰] 한화클래식 2016 '마크 민코프스키와 루브르의 음악가들'

머니투데이 박다해 기자  |  2016.03.07 10:08  |  조회 5077
마크 민코프스키와 '루브르의 음악가들'은 6일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프랑스 바로크 음악 글룩의 '돈 주앙, 석상의 연회'와 라모의 '상상교향곡'을 선보였다. /사진제공=제이에스바흐<br />
마크 민코프스키와 '루브르의 음악가들'은 6일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프랑스 바로크 음악 글룩의 '돈 주앙, 석상의 연회'와 라모의 '상상교향곡'을 선보였다. /사진제공=제이에스바흐

그는 유쾌하고 친절했다. 자신이 만든 음악단 '루브르의 음악가들'과 함께 관객을 만난 지휘자 마크 민코프스키 이야기다.

6일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만난 민코프스키는 마치 바로크 음악을 동화 구연하듯 들려주러 온 영락없는 옆집 아저씨 같았다. 당대에 쓰인 악기를 복원한 '시대악기'나 바로크 음악을 낯설어하는 관객이 1명도 없길 바란다는 듯 그는 시종일관 관객과 적극적으로 호흡했다.

이날 민코프스키와 '루브르의 음악가들'은 자신들의 단골 레퍼토리인 글룩의 '돈 주앙, 석상의 연회'와 라모의 '상상교향곡'을 선보였다.

발레곡인 '돈 주앙, 석상의 연회'는 장면 사이사이 민코프스키의 설명이 곁들여졌다. 춤을 추는 듯한 그의 지휘는 돈 주앙의 움직임을 몸소 쫓는 듯했다.

동물의 내장을 꼬아 만든 거트 현으로 된 바로크 시대의 현악기는 독특한 음색을 냈다. 여기에 5장 '스페인 샤콘느'에서는 마치 플라멩코를 연상시키는 캐스터네츠의 연주가, 7장 춤 장면에서는 대형 탬버린을 연상시키는 타악기가 곡의 묘미를 살렸다.

라모의 다양한 곡을 민코프스키가 직접 골라 편곡한 '상상교향곡'은 바로크음악의 정수를 한데 모아 소개하는 '종합선물세트'와 같은 구성이었다.

상상교향곡은 11개의 오페라에서 꼽은 16개의 기악곡과 하프시코드를 위한 독주곡 작품 1곡 총 17곡으로 구성됐다. 1곡당 3분여의 짧은 길이로 구성돼 다채로운 색깔을 선사했다.

전체 음악의 중심을 잡아 준 악기는 3대의 더블베이스와 4대의 바순이었다. 부드러운 아리아를 소화한 플룻의 연주도 일품이었다. 그러나 관객의 눈길을 가장 많이 잡아끈 것은 역시, 하프시코드였다.

하프시코드는 마치 그랜드피아노와 유사한 모양이지만 건반과 연결된 현을 튕겨서 소리를 내는 악기로 '찰랑찰랑'거리는 소리가 난다. 1700년대 피아노가 개발, 대중화되면서 사라졌던 악기다. 하프시코드의 낯선 음색은 마치 전자음악이 어우러진 듯한 독특한 느낌을 만들어냈다.

'우아한 인도의 나라들'의 '야만인의 춤'을 연주한 앙코르 공연에서는 '관객의 박수'라는 또 다른 악기 하나가 추가됐다. 18세기 프랑스와 21세기 한국이 만나는 순간이었다. 민코프스키는 관객석으로 몸을 반쯤 튼 채 음악에 맞춰 때론 여리게 때론 세게 쳐달라는 손짓으로 관객의 박수를 지휘했다.

이날 한 관람객은 "바로크 음악이 무거운 줄로만 알았는데, 이렇게 부드럽게 들릴 줄은 몰랐다"며 놀라워했다. 자타공인 바로크 음악을 부활시키는 전도사 역할을 했던 민코프스키의 노력이 관람객 가슴에 깊이 파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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