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묻지 않은 대만을 달리다, 타이동 모터사이클 다이어리

자전거·오토바이의 천국 타이동…시끄럽지 않아 좋은 대만의 시골 마을

머니투데이 타이동(대만)=김유진 기자  |  2016.03.13 11:55  |  조회 5520
대만 동남쪽 지역, 타이동의 바다에서 만난 한 강태공이 미니버스 앞에서 물고기를 낚고 있다. /사진=김유진 기자
대만 동남쪽 지역, 타이동의 바다에서 만난 한 강태공이 미니버스 앞에서 물고기를 낚고 있다. /사진=김유진 기자
타이동 곳곳에서 길이나 건물 난간에 누워서 낮잠을 자는 고양이를 만날 수 있다. 이곳 고양이들은 사람의 손을 경계하지 않는다. /사진=김유진 기자
타이동 곳곳에서 길이나 건물 난간에 누워서 낮잠을 자는 고양이를 만날 수 있다. 이곳 고양이들은 사람의 손을 경계하지 않는다. /사진=김유진 기자

이곳은 절대 관광지가 될 수 없다. 볼 것이 없기 때문이다. 대만 정부가 아무리 노력해도 앞으로도 절대 대형 관광버스가 들락거리지는 않으리라는 확신이 든다. 대만의 동해안, 타이동은 그래서 매력적인 여행지다.

이달 초 타이동을 찾았다. 대만의 동남쪽에 위치한 이 곳은 특별할 것 없는 해변가 마을이다. 나라 전체의 모양으로 봤을 때는 우리나라의 동해안과 비슷한 위치지만, 우리나라보다 위도가 훨씬 낮기 때문에 기온이 제주도보다 온화하다.

관광객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인 이곳에서는 길에서 영어로 된 표지판 하나 찾기가 어렵다. 골목마다 강아지가 한 두 마리 씩 늘어져 있는 오래된 집들이 있을 뿐이다. 맛집이라곤 동네의 작은 쌀국수집이나 도시락집이 전부다.

다만 운 좋게 로컬들이 바글바글한 맛집에 들어간다면 맛 하나는 확실히 보장받을 수 있다. 영어는 한마디도 못하지만 웃음이 소박한 사람들이 수줍어하며 최선을 다해 외국인의 길 찾기를 돕는다.

자전거·오토바이가 일상…전용 도로도 있어

제주도보다 남쪽에 있는 열대 기후의 섬인 타이동에는 야자수가 많다. /사진=김유진 기자
제주도보다 남쪽에 있는 열대 기후의 섬인 타이동에는 야자수가 많다. /사진=김유진 기자
타이동의 해변을 달리다 보면 만날 수 있는 풍경. /사진=김유진 기자
타이동의 해변을 달리다 보면 만날 수 있는 풍경. /사진=김유진 기자
타이동의 우유를 책임지는 '추루목장'에서 말들이 놀고 있다. /사진=김유진 기자
타이동의 우유를 책임지는 '추루목장'에서 말들이 놀고 있다. /사진=김유진 기자

대만의 수도 타이페이의 송산 국제공항에서 내린 여행자가 타이동에 가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교통수단으로는 국내선 비행기와 기차가 있다. 국내선 비행기는 40분이면 목적지에 내려주지만, 낭만을 위해서라면 기차를 선택하는 것이 낫다. 해변을 따라 4시간을 달리는 기차는 날이 맑은 날이면 에메랄드빛 바다를 선물한다.

일단 타이동에 도착하면 공항이든 기차역이든 인근의 '바이크샵'을 찾자. 타이동 전역에서 자전거와 전기자전거, 그리고 오토바이를 빌릴 수 있는 가게를 만나볼 수 있다. 가격은 자전거가 하루 200~300원(한국 돈 7000~1만 원), 오토바이가 하루 500~600원(한국 돈 1만8000~2만1000원) 정도다.

외국인 관광객이 전혀 없는 지역인데도 이렇게 바이크샵이 많은 이유는 오토바이가 이들의 주요 교통수단이기 때문. 바이크샵 사장에 의하면 대만 사람들은 중학교만 졸업하면 남녀 상관없이 바로 오토바이를 탄다. 아이들이 아르바이트하는 이유 1순위이기도 하다.

국제면허증이 있는 사람이라면 오토바이를, 없는 사람이라면 자전거를 빌리면 준비 완료다. 이제 신나게 달리기만 하면 된다. 타이동에는 무엇보다도 대만 다른 지역에서는 볼 수 없는 '자전거 및 오토바이 전용 도로'가 있기 때문에 국도에서도 맘 편하게 달릴 수 있다.

논과 하늘의 경계를 달리다

타이동의 국도에 붙어있는 자전거, 오토바이 전용 도로. 폭이 일반 차도의 2/3 정도다. /사진=김유진 기자
타이동의 국도에 붙어있는 자전거, 오토바이 전용 도로. 폭이 일반 차도의 2/3 정도다. /사진=김유진 기자
한 여행자가 자전거를 타고 타이동 북쪽의 지상(池上) 지역의 자전거도로를 달리고 있다. /사진=김유진 기자
한 여행자가 자전거를 타고 타이동 북쪽의 지상(池上) 지역의 자전거도로를 달리고 있다. /사진=김유진 기자

타이동의 북쪽, 지상(池上)은 오토바이 혹은 자전거로 달리기 가장 좋은 동네다. 쌀이 맛나기로 유명한 지역인 만큼 주변은 온통 논이다. 3월 초, 이미 모내기를 완료한 논이 푸르게 빛난다. 역시 오토바이를 타고 나온 농부들이 신을 가지런히 벗어놓고 논에 들어가 일을 하기도 한다.

대만의 밥을 책임지는 드넓은 논 위에 놓인 여러 갈래의 자전거 도로. 다 합치면 총 10km에 이르는 이 길을 내달리며 사람들은 환호한다. 바람을 가르며 하늘 한 번, 산 한 번 보며 달리다 마음에 드는 풍경을 만나면 멈춰 카메라에 담는다.

자전거를 실컷 타서 지친 저녁이 되면 사람들은 남쪽으로 내려와서 '철화촌'에 간다. 운행을 멈춘 기차역의 주변이 예술촌으로 탈바꿈한 곳이다. 매년 여름 타이동에서 열리는 열기구 축제에서 어린이들이 그림을 그려넣은 열기구가 수만개의 조명이 되어 반짝인다. 한쪽에서는 젊은 예술가들이 자신이 만든 물건과 음악을 판다.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세상과 도시의 소음이 불편해질 때쯤 타이동을 찾아가보자. 인증샷을 찍어 SNS에 자랑할 만한 멋진 건축물도 눈이 휘둥그레지는 자연 풍경도 없지만, 대신 그보다 희귀하다는 마음의 여유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구 타이동 기차역에 들어선 예술촌 '철화촌'. 아이들이 그림을 그려넣은 열기구 수만개가 조명이 되어 빛을 발한다. /사진=김유진 기자
구 타이동 기차역에 들어선 예술촌 '철화촌'. 아이들이 그림을 그려넣은 열기구 수만개가 조명이 되어 빛을 발한다. /사진=김유진 기자
철화촌에서 판매 중인 비누 모빌. 타이동 현지 예술가들은 저녁이 되면 자신이 만든 작품을 가지고 철화촌에 나와 판매한다. /사진=김유진 기자
철화촌에서 판매 중인 비누 모빌. 타이동 현지 예술가들은 저녁이 되면 자신이 만든 작품을 가지고 철화촌에 나와 판매한다. /사진=김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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