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미술관, '망우동 묘지'로 시작하는 특별한 '이중섭 전' 연다

서울미술관, 16일 이중섭 탄생 100주년 기념 '이중섭은 죽었다' 전

머니투데이 김지훈 기자  |  2016.03.15 14:40  |  조회 4784
서울미술관의 이중섭 탄생 100주년 기념 '이중섭은 죽었다' 전에 설치된 이중섭 묘비 사진. /사진=김지훈 기자 lhshy@mt.co.kr
서울미술관의 이중섭 탄생 100주년 기념 '이중섭은 죽었다' 전에 설치된 이중섭 묘비 사진. /사진=김지훈 기자 lhshy@mt.co.kr
서울특별시 중랑구 망우동 공원묘지 고유번호 103535번. 이중섭의 묘지에 붙은 번호다. 화려한 비석이나 추모비는 없다. '국민화가'라는 명성이 무색한 쓸쓸한 묘비다. 서울미술관이 오는 16일 여는 이중섭 탄생 100주년 기념전인 '이중섭은 죽었다 전' 전시장 초입에 설치된 사진이다.

전시는 신화가 된 이중섭 삶에 끼인 '거품'을 걷어내고 '한 가정을 지키려고 했던 남자'의 본모습에 주목하자는 취지로 기획됐다. 이를 위해 이중섭의 죽음을 전시 초반부터 환기시킨다. 이후 쓸쓸하되 진실한 예술을 추구했던 그의 삶을 회고하는 순서로 구성했다.

류임상 서울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은 "이중섭에게 쏟아진 명성과 찬사는 사후에 조명된 것으로, 급격한 미술 시장의 부상과 더불어 그의 극적인 인생이 신화가 되었다"며 "이중섭의 천재성과 광기에 관한 이야기가 부풀려지고, 왜곡되면서 그의 신화가 커졌다"고 밝혔다. 류 실장은 "이 때문에 정작 그의 그림 가격이 과대평가되었다는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고 짚었다.

이중섭의 황소. /사진=김지훈 기자 lhshy@mt.co.kr
이중섭의 황소. /사진=김지훈 기자 lhshy@mt.co.kr
전시는 이중섭의 기록들을 기반으로 총 10개 구역에 걸쳐 진행된다. 이중섭이 삶의 구비구비마다 머물렀던 공간을 재현했다. 이중섭 예술세계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경험의 자리를 만들어보자는 의도다.

전시장에서 작품 총액 약 200억원에 달하는 이중섭의 걸작들도 두루 만나볼 수 있다. 전시장의 구역을 나눠 이중섭 삶의 흔적들을 되돌아볼 수 있는 소품들도 마련됐다. 서울미술관 소장품으로 이중섭의 대표작인 '황소'도 선보인다.

이중섭이 사용했던 화구들과 생활용품도 재현해 당시 시대상을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은지화(은박지 그림)와 엽서들도 관람객을 기다린다. 이중섭이 제작했던 편지를 한글로 편집해 관람객들이 그의 내면을 보다 가까이 느낄 수 있도록 구성했다. 전시 관람료는 3000~9000원으로, 오는 5월 29일까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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