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 소진되는 이들에게 권하는 '치유의 여행'

[따끈따끈 새책] 이호준 작가의 여행에세이 '나를 치유하는 여행'

머니투데이 박다해 기자  |  2016.03.25 09:07  |  조회 3859
하루하루 소진되는 이들에게 권하는 '치유의 여행'
몇 년 전 '번아웃(burn out)증후군'이 사회문제로 부상했다.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불타서 없어지는 것'처럼 극도의 피로감으로 인해 무기력해지는 증상이다.

모든 것을 하얗게 불사르고 끝장을 보는 한국사회의 단면을 지칭하는 용어로 '소진사회'라는 말도 등장했다. 회사 등에서 밤을 새우고 카페인 음료를 마시면서 버틴다. 고도의 성과주의와 경쟁지향적인 사회에서 탈진할 만큼 노력해야 인정해주는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하루하루 소진되는 일상이 반복되면 결국은 '나'를 잊어버리게 된다. 시인이자 여행가인 이호준 작가는 이처럼 일상에 파묻힌 이들에게 나를 찾는 방법을 안내한다. 그의 여행 에세이를 모은 '나를 치유하는 여행'은 제목 그대로 여행을 통해 나를 치유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그는 여행이 '잃어버린 나를 찾아가는 과정'이자 스스로 익명이 돼 '익명의 세상으로 나를 던져넣는 행위'라고 한다. 허세로 꾸며진 포장을 벗어던지고 발가벗은 나와 만나는 순간이다. 한겨울의 나무로부터 시련에 무릎 꿇지 않는 의지를 배우고 철새로부터 뼛속까지 비워 수만 리를 나는 지혜를 배울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이호준 작가는 전국을 바느질하듯 누비고 다니며 몰랐던 여행지를 소개해준다. 그가 치유를 위한 최적지로 제일 먼저 찾은 곳은 충남 부여의 만수산 무량사와 인근 서천군의 신성리 갈대밭이다.

이어 선사인들의 메시지를 볼 수 있는 울산 반구대 암각화, 다산 정약용의 자취가 남아있는 강진, 고졸한 맛이 특별한 개심사,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을 가진 지심도, 가장 아름다운 철길이 있는 해운대 등 곳곳을 지난다.

치유의 마무리 지점 또한 여행의 시작점이었던 충남으로 추사 김정희가 나고 자란 예산 추사고택과 고암 이응노 화백의 습작들을 볼 수 있는 선미술관, 수덕사다.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그의 발걸음을 들여다보면 어느새 그와 함께 걷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치유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메스나 약이 필요한 치료와 다르다. 한 곳에 오래 앉아있거나 천천히 걷기만 해도 마음에 새살이 돋는다. 단, '진짜 나'를 만날 수 있도록 처방전은 스스로 써야 한다.

그의 글에는 인간과 자연을 바라보는 따스한 시선이 녹아있다. 여행지로 직접 떠나지 않고 글을 통해서도 위안을 받을 수 있는 이유다. '치유를 위해 어떤 곳이 좋을까' 고민되지 않도록 혼자만 찾아다니고 싶은 곳을 골라냈다. 각 장마다 '무엇을 먹고 어디서 잘까'란 코너를 덧붙여 소소한 '여행팁'도 전했다.

◇나를 치유하는 여행=이호준 지음. 나무옆의자 펴냄. 352쪽/1만4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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