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플라토" 중국 작가로 인사하는 미술관의 마지막 전시

중국 차세대 대표 작가 리우 웨이(44), 1999년 개관한 삼성 플라토 미술관 마지막 전시 '파노라마' 열어

머니투데이 김유진 기자  |  2016.04.26 14:09  |  조회 5912
리우 웨이, 하찮은 실수(Merely a Mistake), 2009-2012, Doors, door frames, acrylic board, stainless steel Dimensions variable. /사진=김유진 기자
리우 웨이, 하찮은 실수(Merely a Mistake), 2009-2012, Doors, door frames, acrylic board, stainless steel Dimensions variable. /사진=김유진 기자

지난 17년간 총 50여 차례의 전시를 하며 '도심 속의 오아시스'를 표방했던 삼성 플라토 미술관의 마지막 전시가 열린다. 중국 차세대 대표 작가인 리우 웨이(44)의 개인전 '파노라마(Panorama)'다. 그간의 성원에 보답한다는 의미에서 관람료를 받지 않고 전시를 진행한 뒤, 미술관은 오는 8월14일을 끝으로 문을 닫는다.

26일 오전 플라토 미술관에서 리우 웨이의 개인전 '파노라마'의 전시 기자간담회에서 리우 웨이 작가는 "플라토라는 전시관이 주는 공간성이 내게 창작적 영감을 줬다"고 말했다. 제목처럼 이번 전시는 작가의 초기부터 최근까지의 작품들을 '풍경'이라는 주제 아래 파노라마처럼 펼쳐보인다.

리우 웨이는 중국 천안문 사태 이후 성장한 2000년대 세대의 대표 작가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작가다. 1999년 중국 젊은 작가 그룹인 '포스트-센서빌리티' 전시에 참여하며 전위미술 작가로 등단한 뒤 매년 2차례 이상 개인전을 열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전시는 플라토를 상징하는 로댕의 '지옥의 문'에 반응하는 방식으로 설계된 '파노라마'라는 설치 작품으로 시작한다. 고대의 아레나에서 영감을 받아 일종의 '원형극장' 형식으로 연출된 이 공간은, 모든 것이 통제 가능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불가능한 인터넷 세상을 모티브로 한다.
리우 웨이, 룩! 북(Look! Book), 2014, Books, Wood, metal Dimensions variable Private collection /사진=김유진 기자
리우 웨이, 룩! 북(Look! Book), 2014, Books, Wood, metal Dimensions variable Private collection /사진=김유진 기자

이 전시장을 넘어서 안으로 들어가면 '룩! 북(Look! Book)'이라는 거대한 작품이 펼쳐진다. 책을 겹쳐 만든 거대한 조각들은 마치 광활한 자연의 바위, 혹은 멸망한 도시의 폐허처럼 보인다. 인간 지식의 상징이자 문명이 창조한 가장 강력한 권력 도구의 종말을 암시하는 작품들이다.

위의 기하학적인 작품들은 마치 짓다 만 성당 건축 현장 같아 보이는 조각 전시실로 이어진다. '하찮은 실수(Merely a Mistake)'라는 이 작품은 작가가 자신이 살고 있는 베이징 내 재개발 현장에서 수집한 건축 폐기물을 기이한 형식으로 배치해 만든 시대와 국적을 알 수 없는 '유사-기념비'다.

그 뒤로는 리우 웨이를 중국 톱 작가 반열에 오르게 한 회화 작품들이 걸려있다. 안소연 플라토 부관장은 "리우 웨이는 전통 회화를 전공했지만 초기에는 설치를 주로 하다가 2000년대 중반 회화로 돌아가며 지금의 명성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리우 웨이, 풍경처럼(Looks Like a Landscape), 2004, Archival inkjet print 6 panels, 200*120cm each. /사진=김유진 기자
리우 웨이, 풍경처럼(Looks Like a Landscape), 2004, Archival inkjet print 6 panels, 200*120cm each. /사진=김유진 기자

마지막으로 전시는 컴컴한 암실로 관객을 이끈다. 그곳에는 마치 중국의 장가계를 연상시키는 산수화 같은 사진 연작이 내걸려있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진 속 풍경이 바위가 아니라 '사람 엉덩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리우 웨이는 "설치 작품 전시를 거절한 상하이 비엔날레에 항의하는 의미에서 영어권에서 '욕'에 해당하는 엉덩이 보여주기를 촬영해 작품으로 출품했다"며 "저항 자체가 하나의 선언이 될 수 있고 도전이 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홍라영 삼성미술관 총괄부관장은 "리우 웨이는 서구의 시각에 길들여진 중국의 이미지에 반대해 왔으며, 자기반성적 시각으로 중국사회를 바라보는 작업을 해 왔다"며 "중국의 급격한 정치, 사회, 문화적 변화와 그로 인해 사라지는 것들을 기록해 온 작가"라고 평가했다.

리우 웨이는 플라토의 마지막 전시를 맡게 된 것에 대해 "플라토라는 미술 전시관이 주는 공간성이라는 것이 내게 창작적 영감을 줬다"며 "한달 전 폐관 소식을 접했는데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좋은 전시공간이 점차 없어지고 있는데 플라토마저 폐관한다니 개인적으로는 유감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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