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에 팔린 '티니위니', 中 시장서 어떻게 컸나

이랜드, 캐주얼 브랜드 티니위니 중국 사업권 매각…'곰 캐릭터' 중국인 취향저격, 고급 한류제품 전략도 적중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  2016.09.02 12:38  |  조회 42628
티니위니 명동매장 전경/사진=머니투데이 DB
티니위니 명동매장 전경/사진=머니투데이 DB
이랜드그룹의 패션 브랜드 '티니위니'가 중국 패션기업 '브이그라스(V·GRASS)'에 1조원에 팔렸다. 이는 해외 기업에 매각된 국내 패션 브랜드 중 역대 최고가다.

티니위니는 2000년 론칭한 캐주얼 브랜드이며 곰을 형상화한 캐릭터로 잘 알려져 있다. 중국에는 2004년 첫 선을 보였는데 곰을 좋아하는 중국인들의 취향을 저격한 디자인 전략이 적중하면서 급성장했다. 한류 대표 패션 브랜드로 고가의 가격 정책을 펼친 것도 주효했다.

이랜드는 현재 중국 내 주요 백화점과 쇼핑몰 등에서 1300여개 티니위니 직영 매장을 운영 중인데 주요 매장은 캐주얼 브랜드 부문 매출 1~2위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뜨겁다. 패션 뿐 아니라 티니위니 카페를 열고 라이프스타일숍이라는 새로운 콘셉트 브랜드로 30~40대 고객 몰이에 나서기도 했다. 티니위니 단일 브랜드로만 지난해 매출액 4218억원, 영업이익 1120억원을 올렸다.

티니위니 곰 캐릭터 '윌리엄'과 '캐서린'/사진=머니투데이 DB
티니위니 곰 캐릭터 '윌리엄'과 '캐서린'/사진=머니투데이 DB
중국에서 인기를 끌면서 주춤하던 국내 매출도 다시 늘었다. 2000년대 초반 중고생들이 즐겨 입는 저가 캐주얼 브랜드로 각광받던 티니위니는 이후 입지를 다지지 못해 국내에서는 성장 정체기를 걸었다. 하지만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유커)들의 필수 쇼핑코스 중 한 곳으로 부상하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이랜드 관계자는 "중국 시장 현지화 전략으로 한국과 중국의 티니위니 제품 구성이 완전히 다르다"며 "중국에서는 구할 수 없는 색다른 제품을 사려고 한국 매장을 찾는 고객들이 많다"고 말했다.

재무구조 개선 계획안에 '티니위니 중국 사업(상표권, 사업권, 디자인·영업조직)'을 포함한 것은 시장이 주목할 만큼 브랜드 파워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국보다 중국에서 인기가 많은데다 주요 도시 핵심 상권 유통망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가치를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다고 이랜드는 자체 분석했다.

실제 지난 6월 이랜드가 실시한 중국 내 티니위니 사업권 매각 예비입찰에는 현지 기업 10여곳이 몰렸다. 이랜드는 매각가 1조원 이상을 써 낸 5곳을 최종 적격인수후보(숏리스트)로 선정했으며 최근 브이그라스와 최종 본계약을 체결했다.
  • 페이스북
  • 트위터
  • 프린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