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토니와 마리아처럼 바지의 허리, 측면과 사랑에 빠진 디자이너들의 이야기.화이트 셔츠 알렉산더 맥퀸, 네이비와 브라운이 배색된 사이드 스트라이프 팬츠 발렌티노 바이 10 꼬르소 꼬모.

쉽고도 어려운 것이 사랑이라지만 남자의 바지도 그러하다. 같은 청바지라도 스트레이트 피트인지, 테이퍼드 피트인지, 스키니 피트인지에 따라 느낌이 확연하게 달라진다. 복잡한 것은 딱 질색인 남자들은 가장 무난한 생지 데님 팬츠를 즐겨 입는다. 어떤 옷에 스타일링해도 실패할 확률이 낮기 때문이다. 그래서 데일리 룩으로 생지 데님 팬츠를 즐겨 입고 옷장에 적어도 다섯 벌 이상의 청바지가 있는 남자라면 이제 새로운 바지의 세계로 입문할 시간이다.

새 학기를 맞이하는 심정처럼 낯설면서도 설레지 않는가? 데님 팬츠를 제외하면 캐주얼한 코튼 팬츠와 포멀한 슬랙스가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다양한 스타일의 바지를 입었고 겪어왔다. 밑위길이가 땅에 끌릴 정도로 긴 배기팬츠도 경험했고, 힙스터가 된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던 그레이 트레이닝팬츠, 발목에 피가 통하지 않을 정도로 쫀쫀한 밴드의 조거 팬츠도 입어봤다.



MAISON MARGIELA

디자이너들은 남자의 바지가 어떻게 해야 실용적이면서 멋있어 보일지 많은 시도를 거듭하는 중이다. 그리고 마침내 2016년 가을/겨울 그 해답의 실마리를 찾았다. 바로 벨트의 존재를 무색하게 만드는 웨이스트 밴드 팬츠와 포멀과 캐주얼이 공존하는 사이드 스트라이프 팬츠다.HAIDER ACKERMANN

웨이스트 밴드 팬츠는 허리 부분이 밴드로 처리되어 사이즈를 조절할 수 있다. 어떤 벨트를 매치해야 할지 고민하는 남자에게 한 줄기 희망의 빛을 선사하는 바지다. 웨이스트 밴드 팬츠가 너무 스포티할까 싶어 꺼려진다면 셔츠에 스타일링해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드리스 반 노튼은 프린트 셔츠와 벨벳 소재의 웨이스트 밴드 팬츠를 매치해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남자를 그렸고, 메종 마르지엘라는 성글게 짠 니트 바지를 웨이스트 밴드로 만들어 여유로워 보이는 룩을 완성했다. 케이슬리 헤이포드는 턱시도 재킷과 앞 주름이 잡힌 웨이스트 밴드 팬츠를 매치해 포멀함과의 접선을 시도했다.

웨이스트 밴드 바지에 굳이 벨트를 하고 싶은 남자라면 크레이그 그린이 선보인 바지를 참고하면 된다. 벨트 고리와 웨이스트 밴드가 공존하는 바지로 ‘허리의 이중주’라 하겠다. 준지의 바지처럼 밴드와 끈의 컬러가 다르다면 허리끈을 묶지 않고 무심하게 늘어뜨려 쿨한 남자로 어필할 수도 있다.CASLEY-HAYFORD

사이드 스트라이프 팬츠는 턱시도 팬츠가 연상되지만 이브닝 웨어처럼 포멀하지는 않다. 주로 컬러풀한 스트라이프 패턴을 사용해 포멀과 캐주얼이 믹스된 분위기를 풍기는데 깔끔한 니트나 후드 스웨트 셔츠에 입어도 스타일리시해 보인다는 장점이 있다. 사이드 스트라이프 팬츠가 뿜어내는 분위기의 범주는 매우 넓다. 버버리는 니트 풀오버에 옐로 컬러 라인이 들어간 블랙 팬츠를 더해 좀 더 활동적이고 풋풋한 소년의 룩을, 하이더 아커만은 화이트 컬러 라인이 들어간 블랙 스키니 팬츠로 섹시한 남자의 룩을 보여준다.

옷장에 데님 팬츠를 추가하는 과오는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이번 가을과 겨울은 웨이스트 데님 팬츠나 사이드 스트라이프 팬츠로 실용적이면서 편안한 스타일링을 즐겨라. 두 가지 바지는 생지 데님 팬츠의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

photographs EDITION JALOU
model LEE JAE SEOK
assistant KIM YE J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