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럭스토어 중독?…"구경만 하러 갔는데 양손 한가득"

[新유통족]<2>뷰티·건강식품·생필품에 체험 재미까지…즐기다가 소비하는 드럭스토어

머니투데이 마아라 기자  |  2017.04.04 06:30  |  조회 40181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편의점과 드럭스토어를 찾는다' 편의점과 드럭스토어가 20·30대 삶을 파고들고 있다. 24시간 편의점은 바쁜 현대인, 1인가구에게 오아시스 같은 곳. 혼밥(혼자 먹는 밥)용 도시락부터 귀찮은 세탁까지 모두 한번에 해결하며 유통채널 1위로 자리를 굳혔다. 드럭스토어는 의약품·화장품, 식음료, 생필품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제품과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체험 서비스로 편의점을 위협하고 있다. 드럭스토어 시장규모는 5년전 3000억원대에서 지난해 1조2000억원으로 성장했다. 단순 소비를 넘어 문화·생활 공간으로 편의점과 드럭스토어를 찾는 20·30대 남녀의 하루를 따라가 봤다.

/사진=이은 기자
/사진=이은 기자
29세 회사원 조아라(가명)씨는 오늘도 아무 생각 없이 드럭스토어를 찾는다. 산책을 하다가, 친구와의 약속에 가다가, 운동 후 집에 가는 길 간판이 눈에 들어오면 일단 문을 열고 본다. 매장 안 은은한 향기에 홀려서일까. 화장품을 발라보고 신제품을 구경하다 보면 뭐 하나는 손에 들고 나오기 십상이다.
/사진=올리브영, 롭스, 왓슨스
/사진=올리브영, 롭스, 왓슨스

#AM 10:00
출근길 지옥철에서 또 누군가의 가방에 스타킹 올이 나가고 말았다. 출근 후 급한 업무를 마치고 잠시 회사 근처 드럭스토어에 찾아가 스타킹을 샀다.

계산대로 향하다 볼 부분에 난 트러블이 생각났다. 컨실러로는 무리인 것 같아 트러블 패치를 샀다. 신제품까지 종류가 다양해 잠시 고민했지만 얼른 사무실로 돌아가야해 인기 아이템을 집어 들었다.

#PM 12:00
최근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풀 밖에 없으면서 값은 비싼 샐러드는 도저히 손이 가지 않는다. 드럭스토어에 가니 주스 한병으로 한끼 식사를 대신할 수 있다는 다이어트 식품이 눈을 사로잡는다.

사무실에서 동료들과 함께 먹을 과일칩과 함께 바구니에 담았다. 다이어트 할때는 영양소 부족에 주의해야한다는 친구의 조언이 생각났다. 건강식품 코너에서 비타민과 오메가3 영양제도 집어 계산대 위에 올렸다.

#PM 6:00

아뿔싸. 그 큰 화장품 파우치를 빠트리고 출근하다니. 저녁 약속이 있는데 난감하다. 건조한 사무실 공기에 피부가 푸석해졌는데 큰일이다. 퇴근 후 재빨리 드럭스토어에 들렀다. 체험 코너에서 미스트를 뿌리고 파운데이션 팩트를 톡톡 두드리니 피부에 윤이 난다. 마스카라와 립스틱까지 바르니 단번에 아침 보다 생기 있는 얼굴로 변신했다. 물건을 사지않고 나왔지만 비슷한 손님들이 많아 별다른 눈치는 보이지 않는다. 약속 장소에 도착하니 친구 한명이 한마디 던진다. "너는 어쩜 일 끝나고 나와도 예쁘니?".

/사진=이은 기자
/사진=이은 기자
#PM 9:30

친구들과 헤어진 뒤 버스를 기다리다가 쌀쌀한 날씨에 바람도 피할 겸 드럭스토어에 들어왔다. 바르고, 뿌리고, 구경하다보니 어느샌가 손에 종이봉투가 들려있다.

드럭스토어가 소비를 넘어 취미 공간으로 일상을 파고 들고 있다. 드럭스토어에서는 스킨·헤어·바디 제품뿐 아니라 색조 화장품과 뷰티 소품, 건강 식품과 가벼운 주전부리까지 다양한 품목을 만나볼 수 있다. 취급 품목도 6000여 종을 넘어섰다.

특히 직접 사용해 볼 수 있는 테스터 제품과 체험존이 마련돼 있어 물건을 사지 않아도 볼거리, 즐길거리가 많아 습관처럼 찾게 된다는 이가 많다.

올리브영이 카테고리별로 꼽은 직장인 인기 아이템(명동 본점 기준)은 △선패밀리 바른자세 어깨벨트 △웨이크메이크 립코스터M △올리브영 케어플러스 상처커버 스팟패치 △랩노쉬 쇼콜라 △바티스트 드라이샴푸 오리지널 등이다.

점심 시간에 올리브영 명동 매장을 구경 나왔다는 직장인 이진아씨(28세)는 "동료 직원들과 점심을 먹고 잠깐 구경을 왔다. 요즘 스마트폰을 자주 사용하다보니 자세가 비뚤어지는 것 같아 어깨벨트를 하나 구입하려고 한다"라며 "동료들이 헤어에센스를 발라 보는 사이 근처를 둘러봤는데 오늘 야근이 있는 것이 생각나서 드라이 샴푸도 살 예정"이라고 말했다.
/사진제공=올리브영
/사진제공=올리브영

프리랜서 나윤영씨(32세)는 "이 근처에 있는 헬스장을 다닌다. 샤워 후 쓸 스킨케어 제품을 챙기지 못해 사러 왔다"라며 "메이크업 체험 존에서 립스틱을 발라봤는데 색상이 마음에 들어 하나 사게 됐다"라고 말했다.

나씨는 "아무도 눈치 주는 이가 없고 오히려 친절하게 사용법을 알려주거나 제품에 대해 설명을 해주기 때문에 쉽게 사용해 볼 수 있다"며 "이렇게 써 보다가 좋은 제품을 알게 되면 구매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CJ 드럭스토어 올리브영 관계자는 "점심시간이나 퇴근 이후 신제품을 직접 사용해 보거나 화장품을 할인된 가격에 구입하려는 직장인들의 방문율이 높다"라며 "가볍게 화장을 고치거나 제품을 써 보기만 하고 가는 손님들도 많지만 대부분 구매로 이어지기 때문에 매장에서는 다양한 제품을 직접 사용해보기를 권장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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