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핫한 곳엔 꼭 있다…新 문화공간 '플리마켓'

직접 만든 제품으로 소통하는 '문화 공간'으로 변화, 남녀노소 즐길거리 풍성

머니투데이 마아라 기자, 이은 기자  |  2017.04.28 08:39  |  조회 15728
성수동 언더스탠드에비뉴 '마주치장' 모습 /사진=마아라 기자
성수동 언더스탠드에비뉴 '마주치장' 모습 /사진=마아라 기자
날이 따뜻해지면서 방방곡곡 장터가 열리기 시작했다. 쓰지 않는 물건을 가지고 나온 이들이 모여 매매 또는 교환을 하는 '벼룩시장'은 최근 참여층이 젊어지고 판매하는 품목이 다양화되면서 만남과 소통의 장터로 변화하고 있다.

'플리마켓'(Flea Market)으로 흔히 불리는 이러한 장터는 개최 주기와 이유는 다르다. 마음이 맞는 판매자('셀러'(Seller)로 지칭하는 곳이 많다.)를 모집해 한날한시에 모여 판매를 진행한다.

판매자들은 각자의 홍보 창구를 활용해 장터 소식을 알린다. 포털사이트 카페나 블로그는 물론 페이스북,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를 통한 홍보가 활발해 젊은 층의 참여도도 높다.

플리마켓에서 판매되는 품목은 액세서리, 의류, 방향제품, 생활용품, 디저트, 농산품, 꽃 등 다양하다. 핸드메이드 원목, 화병, 태피스트리 러그 등 다소 고급스러운 품목도 볼 수 있다.

가격은 1000원대부터 10만원대까지 천차만별이다. 대신 시중 판매가나 정가보다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것이 플리마켓의 장점이다. 의류는 2~5만원선, 액세서리는 1~2만원선에 살 수 있다.

◇수익 보다는 의미

서촌 라 파시블 '서촌아트마켓', 대학로 '메인스트릿 플리마켓' 모습 /사진=이은 기자
서촌 라 파시블 '서촌아트마켓', 대학로 '메인스트릿 플리마켓' 모습 /사진=이은 기자
서촌을 알리기 위해 시작된 '서촌아트마켓'은 매주 주말, 플라워 숍 '라 파지블'(La Paisible)에서 열린다. 운영 관계자는 "공간과 비품을 제공하며 받는 참가비 외엔 이익에 큰 도움이 되는 건 아니지만 많은 이들에게 서촌을 알리고 싶어 마켓을 열고 있다"고 전했다.

힙합을 알리기 위해 시작된 플리마켓도 있다. 서울 대학로에서 열리는 '메인스트릿 플리마켓'은 힙합과 스트리트 댄스를 알리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매일 마켓을 연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의 카페 '메이앤슈가'에서 열리는 '앤드마켓'은 매년 오픈을 기념해 카페 대표의 지인들이 마음을 모아 참여한다.

메이앤슈가 관계자는 "'앤드마켓'은 수익을 목적으로 여는 것이 아니다"라며 "마켓을 진행하면 주말 중 하루는 카페 영업을 정상적으로 할 수 없지만, 매년 이벤트 삼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플리마켓을 여는 이유는 각양각색이지만 이익을 목적으로 하지는 않는다는 점은 비슷하다.

일산 메이앤슈가 '앤드마켓' 모습 /사진=이은 기자
일산 메이앤슈가 '앤드마켓' 모습 /사진=이은 기자
매주 다양한 플리마켓에 참여 중이라는 주부 이미영씨는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기 시작하니 조금씩 나만의 시간이 생겼다. 남는 시간에 쿠키나 잼을 만들어 주변에 나눠주었는데, 맛이 좋다며 판매해보라는 주변의 권유에 힘을 얻어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라고 셀러가 된 계기를 전했다.

이 씨는 "정식 브랜드를 내고 판매할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해 가격은 저렴하게 매긴다"며 "내가 만든 음식을 먹고 즐거워 하는 손님들을 보면 육아에 지쳤던 마음이 힐링돼 얻는 부분이 더 크다"라고 말했다.

◇홍보와 트렌드 파악의 창구


작은 공방이나 온라인에서 수익을 얻는 판매자들은 플리마켓의 주목적이 수익이 아니다. 플리마켓을 홍보와 트렌드 파악의 창구로 활용한다.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한 의상과 잡화를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판매 중인 이혜민 디자이너는 "나의 주관이 담긴 브랜드를 더 많은 고객에게 알리고 싶다는 마음으로 플리마켓에 참여했다"며 "주 타깃인 10~20대 여성의 취향과 요구를 반영하기 위해 1년에 한두번은 플리마켓에 참여한다"라고 밝혔다.

이태원 경리단길 '문화 마켓', 일산 메이앤슈가 '앤드마켓', 성수동 언더스탠드에비뉴 '마주치장' 모습 /사진=마아라 기자, 이은 기자
이태원 경리단길 '문화 마켓', 일산 메이앤슈가 '앤드마켓', 성수동 언더스탠드에비뉴 '마주치장' 모습 /사진=마아라 기자, 이은 기자
스웨덴에서 빈티지 그릇과 주방 소품 등을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코끼리상사 신서영 대표는 "빈티지 제품은 온라인을 통해선 흠결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직접 보고 구입하는 고객이 많다"며 "직접 보면 질이 좋은 제품인데 온라인으로만 접하면 비싸다고 느낄 수 있어 기회가 된다면 마켓에 참여하려고 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신 대표는 "마켓에서는 온라인 판매가보다 저렴하게 가격을 매긴다"며 "온라인 판매시 부담해야 하는 수수료나 기타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주거지 근처에서 열리는 마켓의 경우 주민들을 상대로 홍보하기 위해 참여하기도 한다. 근처의 쿠킹 스튜디오에서 만든 수제 잼을 판매하며 마켓에 들른 주민들에게 쿠킹 스튜디오에서 열리는 요리교실을 알리는 식이다.

◇놀이·기부·만남…소통의 장이 된 플리마켓

성수동 언더스탠드에비뉴 '마주치장', 대학로 '메인스트릿 플리마켓' 모습 /사진=마아라 기자, 이은 기자
성수동 언더스탠드에비뉴 '마주치장', 대학로 '메인스트릿 플리마켓' 모습 /사진=마아라 기자, 이은 기자
성수동 언더스탠드에비뉴에서 매달초 토요일에 열리는 '마주치장(場)'은 다양한 문화행사와 볼거리, 먹거리를 자랑한다. DJ 초청 공연으로 마켓에 흥을 돋우고 젊은 층의 관심을 끌어 남녀노소가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소통의 장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플리마켓에서는 기부나 후원금을 모으기 위한 판매도 종종 볼 수 있다. NGO 단체인 세이브더칠드런은 신생아 모자 뜨기 캠페인을 알리기 위해 셀러로 참여했다.

동물을 사랑하는 대학동기 3명이 모인 '프로젝트 눈'은 올해 처음 플리마켓에 나섰다.

'실험 비글 후원'을 위해 메인스트릿 플리마켓에 참여한 프로젝트 눈의 권은영 씨는 "유기견 유기묘를 도울 방법을 모색하다가 국내에 실험견으로 쓰이는 비글을 구조하는 단체가 있는 걸 알았다"며 "보호소에 봉사를 다녀온 후 마음이 아파 후원을 위한 판매를 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프로젝트 눈은 직접 제작한 반다나, 파우치, 와펜을 판매하고 수익금의 일부는 '비글구조네트워크'에 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산 메이앤슈가 '앤드마켓', 대학로 '메인스트릿 플리마켓' 모습 /사진=이은 기자
일산 메이앤슈가 '앤드마켓', 대학로 '메인스트릿 플리마켓' 모습 /사진=이은 기자
플리마켓은 소비자들에게도 반가운 존재다. 쉽게 구입하기 어려운 독특한 핸드메이드 제품을 한 곳에서 만나볼 수 있기 때문이다.

'매인스트릿 플리마켓'에 방문한 정은주씨는 "일반 가게와는 다르게 하나하나 직접 손으로 만든 정성과 희소가치가 있어 마켓에서 구입한다"고 말했다.

'앤드마켓'에 방문한 직장인 김연서씨는 "플리마켓엔 희소성 있는 브랜드들이 많이 몰려있어 자주 플리마켓에 다니는 편"이라며 "디자이너와 소통할 수 있고 친근감이 느껴져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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