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부인 옷 속 숨겨진 의미?…'패션 외교'의 모든 것

김정숙·멜라니아·브리짓 여사…韓美佛 영부인의 '패션 정치학'

머니투데이 스타일M 고명진 기자  |  2017.09.10 08:20  |  조회 13732
(왼쪽부터) 김정숙 여사, 미국의 멜라니아 여사, 프랑스의 브리짓 여사. /사진=뉴스1, thebrigittestyle 인스타그램
(왼쪽부터) 김정숙 여사, 미국의 멜라니아 여사, 프랑스의 브리짓 여사. /사진=뉴스1, thebrigittestyle 인스타그램
대통령보다 정치를 잘한다는 영부인 3인방이 있다. 일명 '패션 정치'다. 대통령 취임식에도, 정상회담에서도, 패션은 말보다 더 강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영부인의 옷차림에는 대통령이 추구하는 중요한 정치적 신념과 철학이 담겨있다. 그냥 입는 옷이 없다. 색상부터 액세서리까지 디테일함에 정치가 있다. 그야말로 '영부인은 정치를 입는다'.

클래식한 정장으로 대표되는 대통령의 패션보다 더 뚜렷하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영부인들의 패션.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살펴봤다.

◇프롤로그: 취임식 패션

(왼쪽부터) 대통령 취임식 당시 의상. 김정숙 여사, 미국의 멜라니아 여사, 프랑스 브리짓 여사. /사진=머니투데이DB, 뉴스1
(왼쪽부터) 대통령 취임식 당시 의상. 김정숙 여사, 미국의 멜라니아 여사, 프랑스 브리짓 여사. /사진=머니투데이DB, 뉴스1
지난 5월 제19대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 영부인 김정숙 여사는 흰색 원피스에 수묵화를 연상시키는 꽃무늬 재킷을 착용했다. 그는 여기에 단정한 검은 구두와 흰색 진주 귀걸이를 매치해 우아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날 김 여사가 착용한 제품은 취임식을 위해 특별 제작한 맞춤 정장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대선 당시 "깨끗한 대통령"의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웠다. 김 여사는 이를 의식한 듯 문 대통령의 정치적 신념을 담은 순백의 원피스를 선택했다. 하얀색은 '순수' '청렴' 등의 깨끗한 느낌을 연출하고 싶을 때 주로 사용되는 색이다.

이날 영부인 패션이 화제가 됐던 또 다른 이유는 취임식에 처음으로 한복을 입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영부인으로서 보다 적극적으로 남편을 내조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실제로 김 여사는 집 앞에 찾아온 민원인을 집 안으로 들여 이야기를 들어주거나 충북 청주의 수해현장을 찾아 자원봉사를 하는 등의 모습으로 이전의 영부인들과는 다른 행보를 보여줬다.

미국의 제45대 대통령인 트럼프 대통령의 영부인 멜라니아 여사는 지난 1월 취임식때 '랄프 로렌'의 블루 색상 원피스와 톱을 입었다. 여기에 그는 같은 색상의 장갑과 펌프스 힐을 착용해 모델 출신 다운 세련된 스타일링을 선보였다.

랄프 로렌은 가장 미국적인 패션을 보여주는 의류 브랜드로 꼽힌다. 멜라니아 여사가 취임식 의상으로 랄프 로렌을 선택한 것은 '아메리칸 퍼스트'(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의 슬로건과 관련이 있다고 여겨진다.

멜라니아의 취임식 패션에 대해 CNN은 "재클린(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부인) 스타일을 연상시킨다"고 언급했다. 재클린 여사는 미국 역사상 가장 패션 감각이 뛰어난 퍼스트 레이디로 평가되며 많은 유행을 선도했던 인물이다.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부인인 브리짓 여사는 지난 5월 대통령 취임식에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의 하늘색 스커트 슈트 세트를 착용했다. 그는 투피스의 컬러가 돋보이도록 누드톤의 하이힐을 선택하는 '패션 센스'를 보여줬다.

이날 슈트는 의상숍에서 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사치스럽다는 비판을 받았던 과거 프랑스 영부인과 차별화를 시도한 것이라는 해석이 있다.

◇韓 김정숙 여사: 파란색, 전통옷, 탈권위

방미 당시 김정숙 여사의 모습/사진=뉴스1
방미 당시 김정숙 여사의 모습/사진=뉴스1
파란색을 즐겨 입는 문 대통령처럼 김 여사도 파란색을 즐겨 입는다. 지난 6월 문 대통령과 함께 미국을 방문한 김 여사는 한국의 미(美)가 현대적으로 담긴 의상을 선보여 국내외 취재진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지난 6월2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앤드류스 합동기지에 도착한 김 여사는 전통적인 그림이 더해진 퓨전 스타일의 상의를 선보였다. 의상에 프린트된 푸른 나무 그림은 정영환 작가의 2015년작 유화 '그저 바라보기-휴'이다.

다음 날인 6월29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정상간의 만찬에서는 쪽빛 장옷을 착용했다. 이 한복은 지난 1981년 문 대통령과 결혼할 당시 친정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옷감으로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전통자개로 만든 나전 가방을 들어 한국의 미(美)를 뽐냈다.

김 여사는 방미 기간 동안 파란색 계열의 옷을 많이 입었다. 청와대는 "파란색은 편안함, 신뢰, 성공, 희망을 나타낸다"며 "한미 양국 간 신뢰를 바탕으로 첫 정상회담의 성공을 바란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여사의 '전통미' 패션은 독일 순방에서도 이어졌다. 지난 7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차 독일을 방문했을 당시 독일 대통령궁을 방문한 자리에서는 가장 전형적인 한복 색 조합으로 여겨지는 붉은색 치마와 옥색 저고리를 착용했다. 여기에 녹색 장옷을 걸쳐 고전미를 자아냈다.

(왼쪽부터)군산 부설초등학교 방문 당시 김정숙 여사, 청주 수해지역에서 자원봉사하는 김정숙 여사. /사진=뉴스1
(왼쪽부터)군산 부설초등학교 방문 당시 김정숙 여사, 청주 수해지역에서 자원봉사하는 김정숙 여사. /사진=뉴스1
김 여사의 패션을 말할땐 '탈권위' 키워드가 빠질 수 없다. 지난 7월 폭우 피해 지역인 충북 청주를 찾은 그는 여느 자원봉사자와 다름없는 작업복에 분홍색 고무장갑, 남색 장화를 착용하고 3시간30여분 동안 수해 복구작업에 참여했다.

초등학생이 보낸 손편지에 화답하기 위해 군산 부설초등학교를 방문했을 당시에는 연보라빛 패턴 블라우스에 검정색 바지를 착용했다. 밝은 톤의 블라우스는 아이들과 격의 없이 어울리는 김 여사의 친근한 성격을 보여주는 패션 아이템이었다.

◇美 멜라니아 여사: 원색, 투피스, 모델 포스

(왼쪽부터)이슬람 아랍-미국 정상회담, 요르단 왕비와 백악관 산책, 가족 휴가 당시 멜라니아 여사. 마지막 사진은 프랑스 방문 당시 멜라니아 여사와 브리짓 여사. /사진=뉴스1, 뉴시스
(왼쪽부터)이슬람 아랍-미국 정상회담, 요르단 왕비와 백악관 산책, 가족 휴가 당시 멜라니아 여사. 마지막 사진은 프랑스 방문 당시 멜라니아 여사와 브리짓 여사. /사진=뉴스1, 뉴시스
'모델 출신' 멜라니아 여사는 다양한 컬러와 디자인의 옷을 선보여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멜라니아 여사는 매니시한 슈트부터 플리츠 원피스, 원색의 다양한 투피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패션을 소화하고 있다. 특히 남편인 트럼프 대통령과 프랑스를 방문했을 당시 마크롱 대통령의 부인 브리짓 여사와의 투샷은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사진 속 멜라니아 여사는 잘록한 허리 라인과 풍성한 스커트가 대조되는 페미닌한 빨강 투피스를 선택했다. 여기에 그는 같은 색깔의 하이힐로 패션의 정점을 찍었다.

반면 브리짓 여사는 흰색 미니원피스에 파란색 하이힐을 매치했다. 두 사람의 의상은 대비를 이루며 파란색, 흰색, 빨간색 3색으로 이뤄진 프랑스 국기를 연상케 했다.

멜라니아 여사가 입은 투피스는 프랑스 명품 브랜드 '디올'의 제품이었고 브리짓 여사의 원피스는 역시 프랑스 명품 브랜드인 '루이비통'의 제품이었다.

멜라니아 여사는 방문국인 프랑스의 유명 브랜드 제품을 착용했다. 이에 대해 그의 패션이 미국과 프랑스 두 국가의 친선에 기여했다는 해석이 있다. 멜라니아 여사의 스타일리스트 피에르 에르베는 방문국과 종교, 외교의례를 존중하려는 의상을 선보이려 노력한다고 말한 바 있다.

◇佛 브리짓 여사: 파란색, 스키니 팬츠, 프렌치시크

(왼쪽부터)아놀드 스워츠제네거와의 만남,<br />
 프랑스 혁명 기념일, 자폐증의 진단과 치료 향상 프로그램 출범식, 강아지 '니모' 입양 당시 브리짓 여사. /사진=thebrigittestyle 인스타그램. 뉴스1
(왼쪽부터)아놀드 스워츠제네거와의 만남,
프랑스 혁명 기념일, 자폐증의 진단과 치료 향상 프로그램 출범식, 강아지 '니모' 입양 당시 브리짓 여사. /사진=thebrigittestyle 인스타그램. 뉴스1
브리짓 여사는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과의 '24살 차이'를 극복한 러브 스토리로 전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특히 64세의 나이가 믿기지 않는 패션은 그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그의 패션을 분석하고 추종하는 인스타그램도 있을 정도다.

파란색은 브리짓 여사가 가장 즐겨입는 컬러다. 그는 연한 하늘색부터 짙은 청록색까지 다채로운 파란색 계열을 포인트 컬러로 애용한다.

파란색은 젊고 활동적인 그의 모습을 강조한다. 역대 프랑스 대통령 부인들이 주로 '은둔형' 퍼스트 레이디로 조용한 움직임을 보여준 것과 달리 활발하게 활동하는 브리짓 여사와 잘 어울리는 컬러다.

브리짓 여사는 스키니. 미니원피스, 아찔한 힐, 라이더 재킷 등을 소화하며 전형적인 '프렌치 시크' 스타일을 추구한다. 과하지 않으면서 격식에 어긋나지 않는 패션으로 마크롱 대통령보다 더 지지율(?)이 높다고.

/사진=엘르
/사진=엘르
실제로 마크롱 여사의 인터뷰를 10여쪽에 걸쳐 수록한 패션지 '엘르'의 지난 8월18일자 잡지의 판매 부수는 53만권을 넘어섰다. 그 가운데 25만부는 가판대에서 팔려나갔으며 10만부는 온라인 판매 부수다. 이는 프랑스의 역대 엘르 판매 부수 중 10년만의 최고기록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브리짓 여사의 인기는 남편의 국정 운영지지율이 계속 추락하는 상황과 대조돼 눈길을 끌고 있다. 브리짓 여사의 잡지 인터뷰는 마크롱 대통령의 지지율 회복을 위한 정치적 행보로 볼 수 있다.

공개된 잡지 커버 속 그는 평소 즐겨입는 스키니에 클래식한 흰 재킷으로 멋을 더했다. 패셔너블한 평소 모습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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