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는 게 어때서…" 화장품서 사라지는 '안티에이징'

최근 뷰티업계 '자신감·건강'에 초점, "안티에이징 표현 쓰지 않겠다" 선언도

머니투데이 이은 기자  |  2017.11.09 11:26  |  조회 25071
얼루어 2017년 9월호 표지모델 배우 헬렌 미렌/사진=미셸 리 인스타그램
얼루어 2017년 9월호 표지모델 배우 헬렌 미렌/사진=미셸 리 인스타그램
피부 노화를 방지하는 기능, '안티에이징'(Anti-aging)은 누구에게나 익숙한 표현이다. 오랜 시간 동안 뷰티 브랜드들은 노화에 따라 생기는 피부 주름과 탄력 저하 등을 개선하는 기능성 화장품을 출시해왔다.

하지만 최근엔 노화를 막는 '안티에이징'보다 자연스럽게 나이 드는 것에 집중하는 추세다. 아름다운 피부의 기준을 '나이'로 판단하는 시각에서 벗어나 '자연스러운 피부' 그 자체에 집중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동참하는 뷰티 브랜드들도 점차 늘고 있다.

얼루어 2017년 9월호 표지, 배우 헬렌 미렌, 미셸 리(왼쪽부터)/사진=얼루어·미셸 리 인스타그램
얼루어 2017년 9월호 표지, 배우 헬렌 미렌, 미셸 리(왼쪽부터)/사진=얼루어·미셸 리 인스타그램
패션 매거진 '얼루어'(Allure)의 편집장 미셸 리(Michelle Lee)는 지난 8월 "더 이상 '안티에이징'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미셸 리는 커버스토리에서 "'노화 방지'라는 표현은 늙는 것은 싸우지 않으면 안되는 대상이라는 메시지를 강화한다"며 "이번 호부터는 이 표현을 쓰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얼루어는 72세 배우 헬렌 미렌(Helen Mirren)은 9월호 표지 모델로 선정하며 그 의지를 드러냈다.

미셸 리는 "아름다움은 젊은 사람만의 것이 아니다. '나이에 비해 예뻐 보인다'는 표현 대신 '멋지다'고 표현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뷰티 업계의 패키지와 마케팅이 하룻밤 사이 바뀔 수는 없지만 함께 대화를 바꾸는 것부터 시작해보자"고 제안했다.

몇몇 뷰티 브랜드들은 '진정한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해 다양한 메시지를 담은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 'SK-II'는 지난 7월 '#I NEVER EXPIRE #나이에 유통기한은 없다'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는 나이뿐만 아니라 사회가 요구하는 다양한 편견들과 마주하는 여성들을 위한 캠페인으로, '그 누구도 나이로 여성을 평가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SK-II의 캠페인 론칭에 앞서 모델 송경아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하상욱 작가의 글을 인용하며, "여성의 아름다움이 나이나 결혼의 유무와는 상관 없이 아름다움 그 자체로 빛을 발하는 순간이 어서 오기를"이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 글에서 송경아는 '내 나이가 어때서' '나이에 유통기한은 없다' 라는 해시태그를 덧붙여 눈길을 끌었다.

/사진=도브 리얼뷰티 캠페인 캡처
/사진=도브 리얼뷰티 캠페인 캡처
글로벌 보디 케어 브랜드 '도브'(Dove)는 '리얼 뷰티 캠페인'을 통해 '진정한 아름다움'에 대해 알려왔다. 주름, 주근깨, 비만 등 아름다움에 대한 사회 통념에 도전하라는 메시지를 전하며 여성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는다.

'안티에이징'이라는 단어 대신 다른 표현을 사용하는 화장품 브랜드들도 있다. 더모 코스메틱 브랜드 '비쉬'(VICHY)는 '안티에이징' 대신 '슬로우 에이지'(Slow Age)로 표현하며, '로레알'(L’Oreal)은 '에이지 퍼펙트'(Age Perfect), '도브'는 중년 여성을 위한 탄력 관리 라인을 '프로에이지'(pro·age)라 칭한다.

에스테덤 설립자 장 노엘 토렐/사진제공=에스테덤
에스테덤 설립자 장 노엘 토렐/사진제공=에스테덤
시간을 거슬러 '동안'을 만드는 '안티에이징' 대신 '아름답게 나이 드는 것'을 철학으로 삼는 브랜드도 있다. '바이오더마'로 잘 알려진 나오스코리아의 에스테틱 브랜드 '에스테덤'은 'Age Beautifully'를 브랜드 철학으로 한다. 실제 에스테덤의 전 제품은 '노화 방지'보다는 피부 본연의 힘을 강화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에스테덤의 설립자 장 노엘 토렐(Jean-Noël Thorel)은 "나는 여성을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제품을 디자인하지 않는다"며 "'나이'가 아름다운 여성을 대변하지 않는다. 모든 여성은 매 순간 고유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는 철학을 밝혔다.

미래 트렌드를 예측하는 미래연구소 소비자전략연구가 빅토리아 뷰캐넌(Victoria Buchanan)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 "'안티에이징'은 밀레니얼 세대에게 어필하는 단어가 아니다. "'노화 방지'라는 키워드는 효용성이 사라지고 있으며 이제는 긍정적인 마음과 자신감, 정신·감정적 건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 페이스북
  • 트위터
  • 프린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