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여배우들, 성범죄 맞설 조직 '타임즈 업' 창립

기부금 1300만달러 모여…피해 여성 지원, 법률 제안 계획

머니투데이 남궁민 기자  |  2018.01.02 09:45  |  조회 3856
2012년 1월29일에 촬영된 영화제작자 하비 웨인스타인(왼쪽)과 메릴 스트립의 모습. 하비 웨인스타인은 잇따른 성추문 폭로로 영화계에서 퇴출됐다. 메릴 스트립은 '타임즈 업' 창립을 주도하며 영화계 성폭력 근절에 앞장서고 있다./AFPBBNews=뉴스1
2012년 1월29일에 촬영된 영화제작자 하비 웨인스타인(왼쪽)과 메릴 스트립의 모습. 하비 웨인스타인은 잇따른 성추문 폭로로 영화계에서 퇴출됐다. 메릴 스트립은 '타임즈 업' 창립을 주도하며 영화계 성폭력 근절에 앞장서고 있다./AFPBBNews=뉴스1
지난해 잇따른 성범죄 피해 폭로로 파문을 일으킨 미국 할리우드 여성 종사자들이 성폭력 문제에 맞서기 위한 단체 '타임즈 업'(Time's up)을 세웠다.

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여배우와 스태프 등 할리우드 여성 종사자들은 성범죄 대응 단체 '타임즈 업'을 창립했다. 이 단체는 할리우드 뿐 아니라 블루칼라 노동시장에서 일하는 여성들을 상대로 한 성범죄에 맞서기 위해 조직됐다.

창립에는 배우 메릴 스트립·리즈 위더스푼·에바 롱고리아·나탈리 포트먼·엠마 스톤·애슐리 주드와 오프라 윈프리·질 솔로웨이 등 유명 프로그램 진행자, 미셸 오바마 전 영부인의 자문을 지낸 티나 첸 변호사 등 300여명이 참여했다.

1300만 달러(약 138억원)의 기부금을 모은 이 단체는 성범죄 피해 여성들이 법적 대응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한다. 또 피해자에 침묵을 강요하거나 성추문을 용납하는 기업을 제재하는 법안 제안, 직장 내 성평등 확립 방안 마련 등을 추진한다.

1일 출범한 '타임즈 업'은 이날 뉴욕타임스에 보낸 공개 서한에서 "남성 중심 직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목소리를 인정 받으려는 여성들의 투쟁은 이제 끝나야한다"며 "철통 같은 독점을 끝낼 시간"이라고 밝혔다. 단체의 이름이 '타임즈 업'은 '시간이 다 됐다'는 의미로 남성 중심의 사회 문화를 끝내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지난해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 성추문 폭로 이후 이어진 성범죄 폭로 운동,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캠페인은 폭로에만 초점을 둬 조직적인 대응에 실패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타임즈 업'의 출범은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단체는 오는 7일 열리는 골든글로브 시상식에 참가하는 여성들이 검은 옷을 입는 운동을 벌일 예정이다. 현재 이 운동에는 많은 여배우들이 동참 의사를 밝혔고, 일부 남자 배우들도 지지를 보냈다. 배우 롱고리아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수년간 우리는 아름다운 얼굴과 매력을 지닌 여성으로서 이 시상식을 팔아 왔다"며 "이번에는 우리에게 그런 것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 페이스북
  • 트위터
  • 프린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