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드로 사르토리, 제냐 귀환

MR. SARTORI

로피시엘옴므   |  2018.02.05 10:06  |  조회 2126
알레산드로 사르토리가 에르메네질도 제냐로 귀환했다. 양자 모두 새로운 시대의 서막을 알린 셈이다. 사르토리는 새로운 직책을 맡고, 제냐는 브랜드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려는 것이다. 럭셔리 마켓이 예측 불가능하게 요동치는 시기에 제냐는 과감하고 통찰력 있게 행동했다. 지금 여기서 일어나는 일은 혁명이 아니라면 진화다.


알렉산드로 사르토리, 제냐 귀환

2016년 6월 알레산드로 사르토리는 아틀리에의 작업실이 아닌 어느 레스토랑의 테이블에서 질도 제냐와 재회했다. 그들은 10년 가까운 시간(2012~2015년에는 잠시 단절했다) 동안 함께 일했다. 좋은 추억을 떠올리려는 생각도 있었겠지만 그들은 무엇보다 미래와 전략, 새로운 흐름을 이야기했다. 가족 중심 경영회사인 에르메네질도 제냐의 CEO 질도 제냐는 벌써 1년 전 이렇게 선언했다. 지난해 11월 <르 피가로>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변화밖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것도 아주 빨리 변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설립 100여 년을 맞은 제냐가 꽤나 긴박한 메시지를 밝힌 것이다. 그의 메시지는 새로운 도전 과제로 받아들여졌다. 제냐는 전 세계 100여 개국에 513개의 매장을 보유하고있다. 방적 공장부터 제작 공장까지 일명 ‘From Sheep to Shop’이라고 불리는 능동적인 수직 구조, 완벽한 생산 라인을 보유한 유일한 국제적 남성복 브랜드이기도 하다. 이번에 에르메네질도 제냐 그룹의 전체 라인 디자인을 새롭게 디렉팅하게 된 알레산드로 사르토리는 아티스틱 디렉터로서 엄청난 책임을 짊어졌다. 아티스틱 디렉터라는 직책은 그에게 자유와 책임을 동시에 부여했다. 미래를 예상하고, 솔선수범해서 시도하며, 특히 핵심적인 대규모 프로젝트에 모든 것을 던져 헌신해야 한다. 이번 시즌에 그는자신의 첫 컬렉션을 선보였다. 이번 컬렉션은 단순한 컬렉션 그 이상이다.

알렉산드로 사르토리, 제냐 귀환

L’OFFICIEL HOMMES(이하 LH) 정확히 1년 전 헤어졌던 당신의 첫사랑, 에르메네질도 제냐와 다시 만났다. 재회
는 어땠는가?
ALESSANDRO SARTORI(이하 AS) 마치 어제 만나 헤어진 듯 자연스러웠다. 오랫동안 쌓아온 신뢰 관계 덕에 질도 제냐와 나는 곧바로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었다. 구체적으로 작업을 시작하기 전, 거의 6개월에 걸쳐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구체적인 디자인보다 전략에 관해 의견을 교환했다. 우리의 우선순위는 회사와 시장의 전체적인 비전을 구축하는 것이었다. 시장의 새로운 작동 방식에 유연하고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해 회사 내 부서들 간의 상호작
용을 촉진하는 방안이 필요했다.

LH 매장에서는 그러한 변화가 어떻게 표현되는가?
AS 우리의 유통 시스템에 ‘새로운 인풋’을 투입하고자 정성을 들였다. 이를 위해 세 가지의 극단적인 방침을 도입했다. 우선 패션쇼에 올린 제품을 매장에서 기성복으로 제안할 뿐 아니라 고객이 자신의 사이즈에 맞춰 변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도 제공한다. 심지어 그들의 바람대로 퍼스널라이징할 수도 있다. 일종의 ‘소비자 마음대로 고르는 고급 기성복’이다. ‘See now buy now’와 ‘Do it yourself’를 조합한 셈이다. 특정 국가, 특정 이벤트만을 위해 기획한 트렁크 쇼도 있다. 또 시즌 사이사이에 캡슐 컬렉션도 제안한다. 이러한 새로운 전략은 복잡하지만 에르메네질도 제냐 같은 전통적인 브랜드가 신세대 남성 고객을 만족시키고 그들의 마음을 사기 위한 필수적인 방안이다.

알렉산드로 사르토리, 제냐 귀환


LH 변화 속도가 다른 문화와 시간의 통제가 회사의 성공을 좌우하는가?
AS 당연하다. 질도 제냐는 가족 유산의 보호, 작업 방식의 현대화에 모두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다. 투자 면에서 보자면 50대 50이다. 그는 언제나 제냐의 핸드메이드 전통과 기술을 보호하는 데 특별한 관심을 기울였으며 동시에 젊은 세대를 영입하고 새로운 아틀리에를 오픈하는 식으로 시대를 앞서간다. 최근 파르마 근처에 액세서리를 전문으로 다루는 아틀리에를 새로 만든 것처럼 말이다. 가장 최근 시작한 도전은 바로 스포츠웨어를 전문적으로 만드는 100여 명의 팀을 구성한 것이다. 이 팀은 스포츠웨어의 룰에 맞춤복의 기술을 접목해낸다. 또 최근 문을 연 아킬 팜(Achill Farm)은 호주에 있는 친환경 농장으로 100% 친환경 양모를 생산한다. 이렇듯 과거의 기술과 신기술을 접목하는 기술, 옛 방직 기술에 최신 기계를 접목하는 기술은 제냐 같은 브랜드의 강점이자 명성의 기반이다. 이런 행운을 누리는 회사는 세계적으로 많지 않다. 내가 직물 엔지니어링을 전공해서 잘 아는데, 최신 기술이 정말 빨리 변화하기 때문에 장인 기술의 성과와 똑같은 성과를 결과물로 내놓지 못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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