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 정장에 등산화?"…'고프코어'가 뭐길래

아웃도어 의류로 완성하는 새로운 패션 트렌드…맥락 없이 막 입는 것이 '멋'

머니투데이 이은 기자  |  2018.02.04 11:53  |  조회 14668
/사진=Vetement, Balenciaga, Raf Simons
/사진=Vetement, Balenciaga, Raf Simons
말끔한 정장에 빵빵한 아웃도어 점퍼를 걸치고 투박한 운동화를 신었다면? 과거엔 '패션 테러리스트'라 했겠지만 2018년엔 이런 엉뚱한 믹스매치 룩을 입어야 패셔니스타다. 이렇게 기능성 의류를 아무렇게나 걸친 듯한 패션을 '고프코어'(Gorpcore)라 부른다.

◇못생긴 패션…'고프코어'란?

/사진=Prada, Vetement
/사진=Prada, Vetement
'고프코어'(Gorpcore)는 멋보다 기능과 실용성을 우선시하는 패션이다. 일상복을 멋스럽게 입는 '놈코어'(Normcore)와는 달리 기능성 아웃도어 의상이 주를 이뤄 '고프코어'란 이름이 붙었다.

'고프'(Gorp)는 캠핑, 등산 등 아웃도어 활동을 할 때 먹는 간식 △그래놀라(Granolas) △귀리(Oats) △건포도(Raisins) △땅콩(Peanuts)의 이니셜을 딴 말로, 아웃도어 의류를 뜻하기도 한다.

/사진=Gosha Rubchinskiy, Vetement, Balenciaga
/사진=Gosha Rubchinskiy, Vetement, Balenciaga
'고프코어'가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춥게 입는게 패션'이라는 말도 이젠 한물 간 얘기가 됐다. 따뜻한 외투를 아무렇게나 겹겹이 입거나 낚시나 등산할 때 입는 기능성 아웃도어 의상을 일상복처럼 입으면 패션이 된다.

/사진=Balenciaga 인스타그램
/사진=Balenciaga 인스타그램
중년 남성들이 일상복처럼 꺼내 입던 바람막이 점퍼, 플리스 집업 점퍼, 낚시 조끼, 등산화는 고프코어 대표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재래시장에서나 볼 수 있었던 '힙색'은 '패니백'이란 이름으로 '유행템'이 됐으며 '이상한 패션'의 상징이었던 샌들에 양말을 신는 것마저 이제 멋이 됐다.

◇패션쇼에 오른 아웃도어 아이템

/사진=Balenciaga
/사진=Balenciaga
고프코어 트렌드의 정점에 선 패션 브랜드는 '발렌시아가'와 '베트멍'이다.

두 브랜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뎀나 바잘리아는 멋과는 거리가 멀었던 아웃도어 의상들을 하이 패션(High Fashion, 고급 패션)의 세계로 완벽히 끌어왔다.

/사진=Balenciaga
/사진=Balenciaga
발렌시아가는 지난해부터 올록볼록한 디자인의 투박한 패딩점퍼와 아노락(Anorak, 등산할 때 방풍·보온을 위해 입는 후드 형태의 재킷), 바람막이 점퍼 등 다양한 의상들을 선보여왔다.

2018년 봄·여름 시즌 남성복 컬렉션에선 어깨가 한껏 과장된 재킷에 바지를 배까지 끌어올린 1980년대 스타일로 눈길을 끌었다.

/사진=Vetement
/사진=Vetement
같은 시즌 '베트멍'은 슬랙스와 하이힐을 매치한 오피스룩에 풍성한 패딩점퍼를 걸치거나 말끔한 정장에 슬리퍼와 볼캡을 매치하는 엉뚱한 스타일링을 고수했다.

또한 일반인 모델들에게 패션 모델 같은 파격적인 포즈를 취하도록 해 '못생겨도 멋'이라는 '어글리 시크'(Ugly Chic)를 제대로 보여줬다.

/사진=Gucci
/사진=Gucci
'구찌'는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레트로 감성을 고프코어 룩으로 풀어냈다.

화려한 실크 자수 의상에 스포츠 양말과 등산화를 신고, 볼캡을 눌러 쓰는 식이다. 화려한 플라워 롱 드레스와 체크 재킷에 투박한 등산화를 매치하기도 했다.

버버리와 협업한 컬렉션/사진=Gosha Rubchinskiy
버버리와 협업한 컬렉션/사진=Gosha Rubchinskiy
'버버리'는 러시아 디자이너 '고샤 루브친스키'와의 협업 컬렉션에서 한결 새로워진 모습을 보였다. 주머니가 주렁주렁 달린 낚시 조끼와 허리에 밴딩을 더한 해링턴 재킷(Harrington Jacket), 짧은 반바지에 클래식한 체크 패턴을 입히며 색다른 느낌을 냈다.

◇고프코어, 일상복으로 소화하기

/사진=카일리 제너 인스타그램, 휠라, 베트멍 인스타그램
/사진=카일리 제너 인스타그램, 휠라, 베트멍 인스타그램
맥락 없이 아무렇게나 걸쳐도 패션이 된다지만 아웃도어 의류를 트렌디하게 소화하기는 쉽지 않은 일. 자칫 잘못하다간 꽃놀이나 단풍놀이에 나서서는 듯한 인상을 줄 수 있다. 멋을 내지 않는게 유행이지만 센스 있는 고프코어 룩을 완성하고 싶다면 아이템에 신경쓰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무난하게 도전할 수 있는 건 '운동화'다. 스포츠 브랜드들이 고프코어 트렌드에 발맞춰 발빠르게 둔탁한 디자인의 '어글리 스니커즈'를 출시했기 때문이다. 고프코어룩을 위한 운동화를 고를 땐 매끈하고 날렵한 디자인 대신 울퉁불퉁하고 못생긴 디자인을 선택할 것.

/사진=Balenciaga, Christopher Kane, Crocs
/사진=Balenciaga, Christopher Kane, Crocs
발렌시아가처럼 말랑말랑한 고무 샌들 '크록스'를 신거나 사랑스러운 롱 원피스에 못생긴 스포츠 샌들을 매치하는 것도 멋스럽다.

/사진=Uri Minkoff
/사진=Uri Minkoff
강추위를 핑계 삼아 '플리스 재킷'과 '패딩점퍼'를 껴입는 것도 좋다. 깔끔한 정장과 코트에 양털 같은 시어링 재킷을 매치하거나 플리스 재킷을 껴입으면 간단하게 고프코어룩을 완성할 수 있다.

조금 더 과감한 고프코어룩을 연출하고 싶다면 출근길 정장 차림에 서류가방 대신 스포츠 가방을 들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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