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앞 호텔에 아라리오 4번째 갤러리…"젊은 작가 위한 공간"

홍대 앞 라이즈호텔 지하 1층 130평 규모, 24일 오픈…아시아 젊은 작가·실험적 전시 위주로 운영

머니투데이 배영윤 기자  |  2018.04.23 15:49  |  조회 5912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라이즈 호텔 개관전 '기억하거나, 망각하는' 전시 전경/사진제공=아라리오갤러리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라이즈 호텔 개관전 '기억하거나, 망각하는' 전시 전경/사진제공=아라리오갤러리


국내 주요 화랑 중 한 곳인 아라리오갤러리가 '젊음의 거리' 홍대에 새 갤러리를 연다. 충남 천안, 서울 삼청동, 중국 상하이에 이은 4번째 갤러리다. 이곳에서는 아시아 젊은 작가들 작품과 실험적인 전시 등 중심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아라리오갤러리는 오는 24일 서울 2호점인 '아라리오갤러리 서울 라이즈호텔'을 오픈한다고 23일 밝혔다. 새 전시장은 아주그룹이 옛 서교호텔 건물을 헐고 새로 지은 '라이즈오토그래프컬렉션'(이하 라이즈호텔) 지하 1층에 130평 규모로 들어선다. 개관에 맞춰 첫 번째 전시 '기억하거나, 망각하는'을 시작으로 아시아 젊은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겠다는 계획이다.

호텔 내에서 소규모 전시를 진행한 적은 있지만 아라리오갤러리와 같은 대형 화랑이 호텔에 입점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예술·문화·패션 등 복합적인 문화를 소화하는 신개념 호텔을 표방하고자 하는 라이즈호텔 측이 함께 문화공간을 만들자고 제안하면서 성사됐다.

이날 오전 열린 개관 간담회에서 주연화 아라리오갤러리 총괄 디렉터는 "삼청동 전시장에 원로, 중견 작가들 작품을 주로 선보이면서 젊은 작가들 작품까지 아우르는 데 한계가 있어 새 공간을 지속적으로 물색해왔다"며 "새 전시장은 국제적인 젊은 작가 작품 위주의 공간으로 꾸며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1989년 천안에서 처음 시작한 아라리오는 지난 2002년부터 '아라리오갤러리'라는 이름으로 대중들에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십수년간 국내외 젊은 작가과 실험적인 정신이 강한 중장년 작가들을 지원하며 국내 대표 화랑으로 성장했다. 2005년 중국 베이징과 2006년 미국 뉴욕에 진출하며 해외로도 영역을 넓혔다. 2009년 이후 세계적인 경기 침체 영향으로 지난 2014년에 뉴욕 갤러리는 문을 닫고 아시아 시장에 집중하기로 했다. 중국 미술 도시가 베이징에서 상하이로 옮겨감에 따라 2014년 중국 갤러리를 베이징에서 상하이로 옮겨 4년간 입지를 다졌다.

그동안 성장과 모험을 반복하며 젊은 작가를 지원하고 실험적 전시를 하는 아라리오만의 이미지가 퇴색했다는 지적도 받았다. 홍대 앞에 새 전시 공간을 여는 것은 지난 십수년간 작가들을 지원해온 '아라리오 정신'을 되살리고 이어가자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는 게 갤러리 측 설명이다. 홍대거리 역시 상업적인 시설이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기존 홍대거리가 갖고 있던 예술적 의미가 희미해졌다.

아라리오갤러리 측은 "예술, 젊음, 새로운 트렌드가 생겨나는 홍대 앞이라는 지리적 공간에 새 갤러리를 열었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며 "재정적 지원에 그치지 않고 실험적이고 참신한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 홍대거리에 흔적처럼 남아있는 '홍대적 시대정신'의 원류를 되짚어보고 참신하고 실험적인 장가 정신의 불씨를 되살리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우지 (하한) 한도코 에코 사푸트로 Uji (Hahan) Handoko Eko Sputro, Baby Booming, 2015-18, Neon sign, acrylic on canvas, play wood, brass, Dimensions variable/사진제공=아라리오갤러리
우지 (하한) 한도코 에코 사푸트로 Uji (Hahan) Handoko Eko Sputro, Baby Booming, 2015-18, Neon sign, acrylic on canvas, play wood, brass, Dimensions variable/사진제공=아라리오갤러리


개관전 '기억하거나, 망각하는' 역시 같은 맥락에서 기획했다. 아시아권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30대 중반~40대 초반 작가들로 구성한 그룹 전시다. 아사미 키요카와, 아츠로 테루누마(이상 일본작가), 우지 (하한) 한도코 에코 사푸트로(인도네시아), 쉬 바청(중국), 김인배, 권하윤, 돈선필(이상 한국 작가) 등 총 4개국 7인 작가가 참여했다. 반드시 기억해야 하지만 잊게 되는 것들에 관해 작가 각자의 방식으로 표현했다. 전시는 오는 24일부터 6월17일까지 진행한다.

아라리오갤러리는 한국과 중국의 4개 전시장을 규모와 작가 세대에 따라 차별적으로 운영해갈 방침이다. 전시 공간이 큰 상하이 갤러리는 원로, 중견, 젊은 작가 작품을 아우르는 전시로 구성한다. 삼청동은 원로, 중견 작가 중심으로, 라이즈호텔 갤러리는 아시아 젊은 작가들 작품과 실험 정신을 극대화할 수 있는 공간으로 운영한다. 평면 구성에서 벗어나 퍼포먼스, 설치, 음악 등 공간을 활용한 입체적인 전시도 구상 중이다. 천안은 한국 미술사 맥락에서 의미가 있는 작가들 전시를 이어갈 예정이다.

주연화 디렉터는 "미술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잊어버리게 되는 실험 정신, 예술의 핵심인 창조성과 순수성을 새 갤러리에서 다시 선보이고자 한다"며 "미술계의 미래세대가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는 전시를 많이 할 것"이라고 밝혔다.
  • 페이스북
  • 트위터
  • 프린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