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자르트가 쏘아올린 'K뷰티 부활' 신호탄

몸값 2조원 인정받고 에스티로더 품에…"다른 K브랜드에 긍정 영향"

머니투데이 양성희 기자  |  2019.11.19 16:43  |  조회 5715
닥터자르트 제품군 연출컷/사진제공=해브앤비
닥터자르트 제품군 연출컷/사진제공=해브앤비

닥터자르트 운영사 해브앤비가 에스티로더 등 쟁쟁한 브랜드를 보유한 미국의 에스티로더컴퍼니즈 품에 안기면서 'K뷰티 제2전성기'에 대한 기대감이 피어오른다. 몸값을 2조원으로 인정받으면서 K뷰티 위상을 높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낭보는 최근 중국 최대 쇼핑축제 광군제에서 K뷰티 브랜드가 거둔 성과와도 맞물렸다.

19일 뷰티업계에 따르면 에스티로더컴퍼니즈는 전날(현지시간) 해브앤비 지분 전량을 인수했다. 2015년 사들인 지분 33.3%에 더해 나머지 66.7%도 모두 매입함에 따라 닥터자르트는 에스티로더, 크리니크, 맥, 라메르, 바비브라운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식구가 됐다. 인수 금액은 1조원대로 알려졌다.

2004년 건축학도 출신 이진욱 대표가 설립한 해브앤비는 이듬해 피부과 전문의 18명의 연구 성과를 기반으로 닥터자르트를 론칭했다. 'Doctor Join Art'(닥터 조인 아트·예술과 만난 의사)를 뜻하는 브랜드명처럼 일명 '피부과 화장품'을 잇따라 선보여 국내외에서 통했다. 보습라인 '세라마이딘', 진정라인 '시카페어' 등이 효자였다. 그 덕에 해브앤비 매출도 △2015년 863억원 △2016년 2372억원 △2017년 3628억원 △지난해 4690억원으로 고성장세를 보였다.
이진욱 해브앤비 대표/사진제공=해브앤비
이진욱 해브앤비 대표/사진제공=해브앤비


뷰티업계는 특히 닥터자르트의 글로벌 성과에 주목한다. K뷰티는 색조보다 기능성 스킨케어 분야에서 제품력을 인정받았는데 닥터자르트는 이에 부합하는 '좋은 예'로 꼽힌다. 기능성 스킨케어 제품은 피부건강에 관심 많은 북미, 오세아니아 등 신흥시장에서 통하기에 K뷰티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색조의 경우 로레알 등 절대 강자가 있어 경쟁력이 떨어진다.

닥터자르트는 2011년 미국 세포라 매장에 입점한 것을 시작으로 이듬해 미국 법인을 세웠고 2013년엔 중국 상하이에도 법인을 설립했다. 현재 미국과 캐나다, 중국, 영국, 프랑스, 호주 등 전세계 37개 국가에 진출한 상태다. 최근 광군제에서는 신기록을 경신했다. 지난해 대비 295% 급증한 177억원 상당의 매출을 올렸고 마스크 제품은 사전 예약기간 관련 카테고리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번 낭보는 2017년 유니레버-AHC(카버코리아), 지난해 로레알-3CE(난다) 및 미그로스그룹-닥터지(고운세상코스메틱) 인수 후 1년여 만에 들려왔다. 닥터자르트가 다시 스타트를 끊으면서 다른 K뷰티 브랜드의 경쟁력도 재평가되고 있다. 화장품 ODM(제조자개발생산)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들이 꾸준히 K뷰티 브랜드를 탐내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동안 주춤했던 K뷰티 기업들이 지난 11일 광군제에서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면서 이 같은 기대감에 힘이 실린다. 광군제 기간 AHC는 카테고리 구분 없이 전체 브랜드 매출 순위에서 4위를 차지하며 주목받았다. 아모레퍼시픽 설화수는 '자음라인 세트' 판매를 시작하자마자 3분만에 1억위안(약 167억원) 상당의 매출을 올렸다. LG생활건강 후는 스킨케어 분야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럭셔리 화장품 중에서 에스티로더, 랑콤, SK-II(에스케이투)에 이어 4위에 올랐다.

홍희정 유로모니터 수석연구원은 "닥터자르트는 에스티로더에 인수된 후에도 K뷰티 아이덴티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유통 확대에 따른 브랜드 파워 강화는 다른 K뷰티 브랜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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