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큰치킨 왜 5000원?…'5000원의 경제학'

우리 생활 물가에서 '횡재'와 '저렴'의 의미를 동시에 지녀

원종태 기자, 이명진 기자  |  2010.12.17 07:48  |  조회 26878
통큰치킨 왜 5000원?…'5000원의 경제학'
퇴근시간대 택시를 타고 종로2가에서 용산 삼각지까지 갔는데 미터기에 5000원이 찍혔다면?

대박 흥행을 올린 뮤지컬을 영화화한 '김종욱 찾기'를 토요일 오전 조조할인으로 5000원에 봤다면?

가장 크다는 10호 닭을 쓴 치킨 1마리를 5000원에 샀다면?

비록 작지만 횡재한 듯 뿌듯한 느낌이 들 것이다. 1만원권 절반인 5000원에는 '싸다'와 '최소한의 구매단위'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롯데마트 통큰치킨이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것도 '5000원' 내지 '만원에 2마리'라는 이미지가 상당부분 작용했다.

◇ 5000원이면 '싸다', '최소구매단위'의 이미지 강해

롯데마트는 당초 통큰치킨 가격을 5000원으로 책정할 생각이 없었다. 4980원으로 20원을 더 낮춰 가격이 저렴해 보이는 '끝자리 효과'를 노릴 방침이었다. 그러나 4980원은 고객들이 발음하기 어려운데다 복잡하다는 인상을 줄 수 있어 롯데마트는 5000원으로 가격을 단순화했다.

선택은 먹혀 들었다. 단돈 5000원짜리 치킨은 소비자들에게 한결 쉽게 다가갔다. 서민들에게 친숙한 지폐 단위인 5000원짜리 1장은 10원 단위로 가격을 내린 끝자리 효과보다 더 싸다는 느낌을 줬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통큰치킨의 인기는 가격을 5000원으로 단순화한 것이 크게 작용했다"며 "고객들에게 편하고 쉽게 다가간 것이 끝자리 효과보다 월등한 홍보 효과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롯데마트는 5000원짜리 치킨 판매로 전국 점포마다 하루 수 백통씩 문의전화가 폭주하는 등 기업 인지도 제고에 쏠쏠한 재미를 봤다.

5000원은 장바구니 경제에서도 최소한의 구매단위로 통한다. 서민들의 밥상에 자주 오르는 생태 1마리가 현재 5000원이며 계란 1판도 5000원을 받는다. 감귤이나 사과 같은 제철 과일도 시장에서는 대부분 5000원짜리 한 봉지를 판매 단위로 삼는다.

5000원은 직장인들의 평균 점심 식대로도 기준점이 된다. 회사원 김용철씨는 "점심 식사를 할 때 5000원짜리 가격을 기준으로 삼는다"며 "5000원보다 식대가 낮으면 정말 저렴한 식당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복권 최소 당첨금 5000원..생활 속 '횡재' 키워드

때로는 정반대로 생활속에서 누릴 수 있는 '횡재' 키워드로 읽히기도 한다. 로또 복권 당첨금의 최소 단위는 공교롭게도 5000원이다. 구입비용의 5배는 당첨금으로 받아야 복권을 산 사람들이 '행운'을 잡았다고 느낀다는 것.

복권위원회 발행관리과 김정환 주무관은 "사람들이 1000원짜리 복권을 사서 어느 정도 금액에 당첨돼야 행운을 얻었다고 느낄지 자체 조사한 결과 최소한 5배인 5000원은 받아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서민 경제에 친숙한 5000원은 국내 유통 지폐 중 역사도 가장 오래됐다. 1972년 7월1일부터 한국은행은 5000원권을 찍었다. 1만원권(1973년)이나 1000원권(1975년)에 비해 가장 먼저 서민들과 친해졌다.

시중에 유통되는 5000원권은 현재 2억500만장. 금액으로 따지면 1조250억원 어치의 5000원권이 서민 경제를 떠받치고 있다. 1000원권(12억장)이나 1만원권(20억장), 5만원권(3억5000장)에 비해 지폐 중 가장 적은 유통 규모다. 그러나 5000원권은 때로는 서민 경제 최소 단위로, 때로는 횡재와 저가의 키워드로 없어서는 안될 존재다.

지폐 경제학 측면에서도 5000원권을 더 많이 사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국은행 발권정책팀 박운섭 팀장은 "우리나라는 지폐를 찍어내는 단위가 미국처럼 1·2 ·5 단위가 아니라 1·5 단위"라며 "장당 100∼200원꼴로 드는 지폐 발행비용과 서민 경제의 편리함을 고려할 때 1000원권보다 5000원권을 더 많이 써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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