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술과 사랑에 빠진 남자

전통주 소믈리에 오형우씨

머니투데이 김유림 기자  |  2011.01.19 12:05  |  조회 8380
우리술과 사랑에 빠진 남자
우리 전통술을 알고 싶어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닌 청년이 있다. 커피와 와인이 좋아 바리스타와 소믈리에 경력까지 쌓은 그에겐 '전통주 소믈리에'라는 새로운 수식어가 붙었다.

농촌진흥청이 지난해 말 처음으로 실시한 '전통주 소믈리에' 경연대회에서 일반 부문 금상을 수상한 오형우(30·사진)씨가 주인공이다. "8개의 와인잔에 다양한 전통주를 담아 블라인드 테스트를 하는 실기 시험이 있었어요. 달콤하면서도 감미로운 맛의 국산 와인이 있었는데 원재료가 사과라는 느낌이 왔죠. 운 좋게도 혼자만 맞췄는데 평소 다양한 종류의 술을 많이 마셔본 경험이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오 씨는 '마시는 것'이 좋아 대학 재학(단국대 방송영상학과) 시절부터 커피, 와인과 사랑에 빠졌다. 한 번 빠지면 끝장을 봐야 하는 성격 탓에 커피와 와인을 파고들었고 각종 바리스타와 소믈리에 경연 대회에서 입상도 했다. 워커힐호텔과 와인나라가 공동으로 주최한 소믈리에 대회에서는 대상을 받아 W워커힐 호텔 퓨전 일식당에서 6개월 동안 소믈리에로 활동하기도 했다. 하지만 다양한 와인의 세계를 접할 줄 알았던 호텔 소믈리에는 생각 보다 접할 수 있는 와인이 많지 않아 접었다.

"잠시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평소 존경하는 조니워커 스쿨의 홍재경 원장께서 전통술에 대해 공부도 할 겸 전국의 양조장을 돌아보라고 조언하셔서 두 달 동안 배낭만 매고 양조장 여행을 했어요. 정말 뜻 깊은 경험이었습니다."

평소 개고기를 먹지 않는데 한 고장에서 어르신이 권하는 술을 받아 마신 후 '황구(黃拘, 누런 개)'로 만든 '무술주(戊戌酒)'라는 이야기를 들은 경험을 잊지 못한다. 오씨는 "무술주의 맛이 너무나 깔끔해 개고기를 우려낸 물로 만든 술이란 이야기를 믿을 수 없었다"며 "전통술의 세계가 이렇게 다양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전통주 소믈리에인 그가 추천하는 막걸리는 전남 해남의 '해창 막걸리'와 전북 정읍의 송명석 주조 장인이 만드는 '송명석 막걸리', 경북 칠곡의 '신동 막걸리' 3가지다. 특히 단 맛이 적고 누륵 향이 강한 해창 막걸리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어도 개인적으로는 가장 으뜸으로 친다.

막걸리 외 전통주 중에서는 송명석 장인이 만드는 정읍의 '죽력고(竹瀝膏)'와 경남 합천의 '율주(慄酒), 충북 옥천의 '옥천 한주'를 추천한다고. 한주(汗酒)는 글자 그대로 땀을 내듯 만드는 전통 소주인데 맑고 영롱한 맛이 그야말로 '이슬'에 버금갈 정도이고 율주는 적당히 단 맛에 은은히 퍼지는 밤 속껍질 냄새가 일품이라는 설명이다. 대나무를 재료로 쓴 죽력고도 잊을 수 없을 정도로 향이 기억에 남는다.

아쉬운 것은 실제로 정성스레 술을 빚는 전통주 명인들은 '막걸리 열풍'이란 말을 실감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는 "대기업이 만든 막걸리가 시장 점유율 80%를 점한다는 사실은 조금 안타깝다"며 "다양한 색깔과 맛을 지닌 전통 막걸리가 전국적으로 유통되지 않아 맛 볼 수 없다는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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