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휘돌아 고갯길 넘으니 '江들의 고향'이 반기네

[머니위크]민병준의 길 따라 멋 따라/태백

민병준 여행작가  |  2011.06.19 11:57  |  조회 5570
백두대간과 낙동정맥을 껴안고 있는 강원도 태백은 '하늘 아래 첫 고을'이요, 우리나라 으뜸 산국(山國)이다. 뿐만 아니다. 남한에서 가장 긴 두개의 강줄기인 낙동강과 한강이 태백에서 발원하니 이곳을 '강들의 고향'이라고 불러도 지나치지 않다.

백두대간과 낙동정맥의 첩첩 산줄기에 둘러싸인 태백은 접근하는 고갯길도 높다. 영월과 통하는 화방재, 정선의 임계에서 가는 피재, 삼척 방향에서 넘는 유치(유령재, 느릅령), 원덕을 잇는 토산령 등의 고개들은 모두 해발 1000m를 넘나든다. 정선의 사북 고한에서 넘어가는 함백산 만항재(1313m)와 두문동재(1268m) 고갯마루는 그보다 훨씬 높다. 이 정도면 가히 우리나라 최고의 산국이라 불러도 부족함이 없는 고을이 아닌가.
산을 휘돌아 고갯길 넘으니 '江들의 고향'이 반기네

남한강 발원지 검룡소, 낙동강 발원지 황지

태백은 '강들의 고향'이기도 하다. 남한에서 가장 긴 두개의 강물인 낙동강과 한강이 바로 태백에서 발원한다. 태백 시내 한가운데 있는 황지는 영남 땅을 적시며 흐르는 낙동강의 발원지고, 대덕산 금대봉(1418m)의 검룡소는 한반도의 큰 젖줄인 한강의 발원지다. 또 동해로 흐르는 오십천도 태백 삼수령에서 발원하니 태백을 강의 고향이라고 부른다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남한강 발원지인 금대봉 기슭의 검룡소(儉龍沼)를 찾아간다. 창죽동 검룡소 주차장에서 널따란 산길을 1.3km 걸어 오르면 검룡소가 나온다. 검룡소는 30여년 전까지만 해도 남한강의 발원지로 인정받지 못했다. 그 당시만 해도 평창 오대산 염불암에 있는 우통수(牛筒水)가 남한강의 발원지로 널리 알려져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1980년대 정밀 측정 결과 검룡소에서 흐르는 하천의 길이가 우통수 물줄기보다 32km나 더 길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검룡소는 남한강의 발원지로 새롭게 등극했다.

검룡소는 사시사철 신령스러운 분위기가 넘친다. 검룡소 위쪽에 있는 고목나무샘·물구녕석간수·제당굼샘 등에서 각각 지하로 1~2km쯤 흘러 내려와 검룡소로 나오는데, 웬만한 샘은 엄두도 못 낼 하루 2000~3000톤이나 되는 양의 샘물이 솟구쳐 514km를 흐르는 한강의 원천이 된다. 이 검룡수는 사계절 내내 9℃를 유지하기 때문에 물이 흐르는 주변 바위엔 한겨울에도 푸른 이끼가 자란다.

전설에 의하면 서해에 살던 이무기가 용이 되기 위해 한강 상류를 향해 거슬러 오르다가 검룡소에 이르러 더 이상 거슬러 올라갈 곳이 없음을 알고 그 자리에서 용이 되는 수업을 쌓았다고 한다. 이때 이무기가 못으로 들어가기 위해 몸부림 친 흔적이 검룡소에서 쏟아지는 와폭으로 남아있다.

검룡소는 입장료와 주차료를 받지 않지만, 입장할 때 탐방 방명록을 작성해야 한다. 숲해설사에게 검룡소 주변 숲에 대한 해설을 들으려면 탐방 1주일 전에 태백시청 관광문화과에 전화로 신청하면 된다.

낙동강 발원지 황지는 태백 시내 중심부에 있다. 황지의 옛 이름은 '하늘 못'이란 뜻의 천황(天潢)이다. 세월이 지나면서 황지(潢池)라 부르다 나중에 삼수변이 떨어져 나가면서 지금의 황지(黃池)가 되었다. 원래 황지 부근은 수만평의 땅이 질퍽한 늪지대를 이뤄 버드나무와 물푸레나무 등이 우거진 천혜의 늪지대였다. 지금은 도시의 콘크리트 건물들에 둘러싸여 있어 도심에 조성한 인공연못처럼 보이지만 매일 3000~5000톤의 물이 땅속에서 솟아나니 그저 신기할 뿐이다. 공원으로 조성된 황지 주변에 주차장이 갖춰져 있다.

이상향으로 들어가는 관문, 자개문

이렇게 검룡소와 황지 다 들렀다 해도 황지에서 14km쯤 하류에 있는 구문소를 보지 않으면 태백을 제대로 알 수 없다. 황지에서 흘러내린 낙동강 원류는 동점동에 이르러 석회암 바위벽을 뚫고 지나가며 큰 석문(石門)을 만들고 이내 깊은 소(沼)를 이룬다. 이를 구무소('구무'는 구멍의 옛말)라 불렀는데, 한자로는 구문소(求門沼)라 쓴다. 지질학적으로 보면 이 주변 지층은 한반도가 약 5억년 전엔 지금의 적도 부근에 있었다는 사실을 알려 주고 있어 천연기념물(제417호)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이곳은 옛날엔 천년병화 불입지지(千年兵禍 不入之地)라는 이상향인 태백분지로 들어서는 관문이었다. 이 지방에 전해오는 비결문(秘訣文)에 의하면 '낙동강 최상류로 올라가면 더 이상 길이 막혀 갈 수 없는 곳에 거대한 석벽이 가로막고 있는데, 석벽 밑에 커다란 석문이 있다. 그 석문은 자시(子時)에 열리고 축시(丑時)에 닫힌다. 자시에 열릴 때 그 속으로 들어가면 사시사철 꽃이 피고 흉년이 없으며 병화가 침범치 못하고 삼재가 들지 않는 오복동(五福洞)이라는 이상향이 나온다'고 하였다.

현재 구문소 안쪽 바위벽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오복동천 자개문(五福洞天 子開門)'이라는 일곱글자가 한자로 새겨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여기서 오복동은 바로 우리나라 이상향의 상징인 우복동(牛腹洞)이며, 자개문은 자시에 열리는 신비스런 문이란 뜻이다. 결국 구문소에 있는 큰 바위 구멍은 이상향이자 무릉도원인 태백으로 들어가는 관문이었던 것이다.


여행수첩

●교통 경부고속도로→영동고속도로→중앙고속도로→제천 나들목→38번 국도→제천→영월→사북→두문동재터널→태백 <수도권 기준 3시간30분~4시간 소요>

●숙박 검룡소 주변은 숙박시설이 마땅치 않다. 태백 시내에 호텔 메르디앙(033-553-1266), 이화모텔(033-552-2116) 등 숙박시설이 많다. 가족과 동행했을 때엔 철암동의 태백고원자연휴양림(033-582-7440)을 이용해도 좋다. 태백산 입구인 당골엔 태백산민박촌(033-553-7440)을 비롯해 스카이호텔(033-552-9977), 우진모텔(033-553-6448) 등의 숙박시설이 있다.

●별미 태백 시내엔 청정 고지대에서 자란 태백 한우 고기를 차리는 식당이 많다. 황지에서 승용차로 5분 거리의 강원관광대학 입구에 있는 태백한우골(033-554-4599)은 태백 시민들이 자주 찾는 한우 전문점이다. 생갈비살·생등심 1인분(200g) 2만5000원, 육회 1인분 2만3000원.

●참조 태백시청 관광문화과 033-550-2081, 태백관광안내소 033-550-2828, 033-552-8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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