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기름 만들던 부엌에서 세계 최고수준 공장까지
아모레퍼시픽 화장품 생산 80년 역사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 2012.05.30 14:59 |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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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모레퍼시픽 창업주 고 서성환회장 모친 고 윤독정 여사(출처 = '세상을 바꾼 아름다운 이야기(아모레퍼시픽 간)) |
표준화된 제조법은 없었다. 하지만 전국을 누비는 보부상들을 총동원해 얻은 최고 품질의 동백나무 원료와 윤 여사의 손맛이 더해져 탄생한 동백기름은 사람들의 입소문을 탔고 불티나게 팔렸다. 윤 여사는 머릿기름이 잘 팔리자 '창성상점'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미안수'(스킨로션), '구리무'(크림), '백분'(파우더)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갔다.
서 회장은 10대 후반부터 어머니의 사업비법을 전수받았다. 일제 강점기 만주로 강제징용됐다가 개성으로 돌아온 서 회장은 1945년 '태평양화학공업사'를 창립했다. 회사는 개성에서설립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서울 회현동으로 옮겼다. 국내 최초 브랜드 화장품인 '메로디크림'이 이곳에서 나왔다. 회현동에서 사업기반을 쌓을 무렵 한국전쟁이 발발했고 서 회장은 1.4 후퇴때 짐을 꾸려 부산 초량동으로 내려갔다. 이후 'ABC포마드'(반고체 남성용 머릿기름)를 내놨는데 이 제품은 당시 부산 일대 남성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휴전 직후인 1954년 서울로 돌아온 서 회장은 후암동에 공장을 차렸다. 1956년에는 현 아모레퍼시픽 본사가 있는 서울 용산구 한강로 일대로 사무실과 공장을 옮겼다. 한강로에 터를 잡은 이후에는 거침이 없었다. 서 회장은 1958년 아시아 최초로 중량 4t, 높이 12m 규모의 '에어스푼기'(파운데이션·콤팩트분 등 제분기)를 독일에서 들여왔다.
1973년에는 서울 영등포 공장을 경기 수원으로 확장·이전했다. 화장품 품목은 물론 녹차 등 건강식품, 샴푸·치약·비누 등 생활제품 등으로 사업 영역도 넓혔다. 1980년 대전(스킨케어), 1990년 경북 김천(메이크업), 1995년 충북 진천(설록차) 등으로 추가 생산시설 구축도 진행됐다. 전국 8곳에 물류 센터도 만들었다. 이번에 준공한 경기 오산 공장은 진천에 이어 17년만에 새로 지은 생산시설이다. 개성에서 동백기름을 만들어 판지 80년만에 세계적인 수준의 생산망을 갖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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