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박 대표야, 주인공 아웃도어 입고 죽어야 돼"

[패션뷰티 속닥속닥] 과도한 TV 간접광고… 결국 소비자 부담

머니투데이 전혜영 기자  |  2013.10.31 16:00  |  조회 88854
사진 캡쳐=MBC드라마 '스캔들'
사진 캡쳐=MBC드라마 '스캔들'

"이번 드라마 PPL은 뭐야?"
"아웃도어인데요."
"넣어"
"아니 어떻게 죽어가는 암환자가 등장하는 장면에 아웃도어를 넣습니까."
"나 박 대표야. 넣어."

TV 개그 프로그램에나 나올법한 이 같은 간접광고(PPL)가 '실제 상황'으로 벌어져 화제입니다. 최근 한 인기 드라마에서는 이 개그 프로그램 같은 한 장면이 그대로 연출돼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었습니다.

지난주 종영한 TV 주말 드라마 마지막 회에서는 주인공을 유괴해 키운 양아버지가 암으로 죽을 것을 알고 주인공과 함께 캠핑을 떠나는 장면이 나옵니다. 온갖 회한이 가득한 표정으로 차에 오른 부자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S업체의 S아웃도어 브랜드 의상을 쫙 갖춰 입고 캠핑을 합니다. 주인공 아버지가 죽는 장소도 하필 S아웃도어 브랜드의 텐트 안이었습니다. 죽기 전 마지막 소원이 '캠핑'이 아니고서야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극 전개입니다.

사실 인기 드라마와 PPL은 불가분의 관계입니다. 최근에는 아웃도어가 워낙 잘 나가다보니 유명 드라마마다 아웃도어 업체들이 PPL을 주름 잡고 있습니다. 실제 국내 아웃도어 시장 규모는 올해 7조3000억원으로 지난해(5조5000억원)에 비해 30% 성장할 전망입니다. 다른 패션업체는 불황이 장기화하고 있지만 유일하게 성장세를 이어가는 분야입니다.

이렇다보니 드라마 속 주인공이 대부분 아웃도어 업체에 다니는가하면 취미가 캠핑인 주인공도 비일비재합니다.

실제 한 일일드라마 여자 주인공이 아웃도어업체 디자인 실장으로 나오고 남자 주인공도 같은 회사 디자이너로 나옵니다.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호평을 받았던 한 미니시리즈에서도 마지막 회에 주인공 가족이 모두 캠핑을 떠나는 웃지 못할 장면이 나옵니다. 어떻게든 PPL 장면을 끼워 넣다보니 극 흐름과 상관없는 돌발 장면이 나오는 것입니다.

그러나 아웃도어 업체들은 원활한 극 전개를 위해 PPL를 포기할 생각은 없어보입니다. 평균 수 천만원에서 수 억원을 투자하더라도 드라마만 뜨면 '완판'(매진)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지나치게 무분별한 PPL은 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립니다.
업계 관계자는 "PPL은 시청자가 해당 제품을 잘 모를 때 가장 큰 효과를 낸다"며 "광고주나 제작자도 무조건 제품을 노출하기보다 시청자를 사로잡을 수 있는 섬세한 연출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하나 더. 업체가 낸 PPL 비용이 과연 공짜일까요? 이 또한 제조비용이기 때문에 제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고스란히 시청자에게 부메랑으로 날아옵니다.
  • 페이스북
  • 트위터
  • 프린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