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품절…완판 마케팅의 비밀

[패션뷰티속닥속닥]부풀려진 완판 마케팅, 무조건 따라사지 말고 따져봐야

머니투데이 전혜영 기자  |  2014.04.16 05:50  |  조회 27748
너도나도 품절…완판 마케팅의 비밀
"'OOO 가방'이 완판 돼서 보도자료 보내드렸습니다."

기자에게 뿌려지는 수많은 보도자료 속에서 매일 빠지지 않는 단어가 바로 '완판(매진)'입니다. 'OOO 신발 완판', 'OOO 화장품 완판 임박' 등 자료만 보면 너무 인기가 좋아 온통 다 팔렸다는 내용뿐입니다.

업체들이 식상할 정도로 완판에 집착하는 이유는 확실한 마케팅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특정 제품에 완판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순간, 그 제품은 갖고 싶어도 가질 수 없는 히트 제품이 됩니다.

여기에 인기 스타들이 사용했다는 부연 설명이 추가되면 이때부터 여성들의 쇼핑 승부욕에 불이 붙습니다. 스타를 따라 예뻐지고 싶은 심리와 남들 다 갖고 있는 물건을 나도 갖고 싶다는 심리까지 합쳐져 구매욕은 배가됩니다.

하지만 실상 완판이라는 말에는 한 가지 비밀이 숨어 있습니다. 업체들이 홍보하는 완판, 즉 매진의 기준이 제각각이라는 것입니다. 업체 측이 밝히는 완판은 처음 만드는 초도 제작 물량이 모두 팔렸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초도 물량이 모두 팔려 '다시는 못 살 것 같던 그 물건'은 금새 백화점에서 다시 만날 수 있습니다. 초도 물량은 찔끔 만들어 분위기를 띄운 후 이후 재주문을 통해 엄청난 물량을 쏟아내는 것이지요. 일부 업체는 완판을 마케팅에 활용하기 위해 초도 물량을 200~300개만 만드는 식으로 소비자를 현혹시키는 경우까지 있습니다.

실제 최근 A 패션잡화 업체는 전속 모델인 B가 든 가방이 완판 됐다는 자료를 뿌렸는데 알고 보니 이 제품은 초도물량이 딸랑 300개였습니다. A업체 관계자는 "처음부터 부풀릴 생각은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결국 얄팍한 눈속임이었습니다.

해외 브랜드도 마찬가지 입니다. 일부 업체들은 '완판 마케팅'을 위해 일부러 수입 물량을 조절하고, 완판용 모델을 만들기도 합니다. 현지에 물량이 충분히 있는데도 국내에 조금씩 들여와 마치 구하기 힘든 물건인 것처럼 홍보하는 것이지요. 이런 경우 몇 배 비싼 값에 중고 매매가 성행하는 웃지 못할 일도 나옵니다.

남들이 갖지 못한 제품을 '득템'하는 것은 기분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완판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이미지라면 이야기는 달라지지요. 얄팍한 상술에 현혹되기보다 스스로의 쇼핑 기준과 가치를 명확히 따져보고 지갑을 여는 것은 어떨까요. 완판의 유혹에 조바심을 내지 않는 것도 진정한 '쇼핑 달인'의 지름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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