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이 뭐에요? "이 물건, 없어서 못 판다"

파리게이츠·쟈딕앤볼테르·클럽모나코 등 골프·컨템포러리 패션 매출 고공행진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  2014.07.23 06:10  |  조회 9059
롯데백화점 본점 골프의류 브랜드 '파리게이츠' 매장에서 고객들이 제품을 고르고 있다. /사진제공=롯데백화점
롯데백화점 본점 골프의류 브랜드 '파리게이츠' 매장에서 고객들이 제품을 고르고 있다. /사진제공=롯데백화점
"칭 깐진 따빠오. 페이지 완디엔 스지엔."(빨리 포장해주세요. 비행기 시간이 늦었어요.) 지난 20일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의 골프의류 브랜드 '파리게이츠' 매장. 중국인 여성 관광객이 헐레벌떡 들어와 물건을 쓸어 담더니 판매원에게 포장을 재촉했다. 그녀는 이 매장에서만 순식간에 티셔츠와 치마, 모자 등 100만원 어치의 제품을 샀다.

불황으로 백화점 패션부문 매출은 뚝 떨어졌지만 유독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이는 효자 브랜드가 있다. 신제품 출시 때마다 마니아 고객들이 잇따라 매장을 찾는가하면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인기가 높아 요즘 같은 불경기에 두 자릿수 매출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불황이 뭐에요?…물건 없어서 못 파는데"=22일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일본 골프의류 브랜드 '파리게이츠'는 2011년 입점 이래 2012년 117.4% 매출이 늘어난데 이어 2013년에는 37.2%, 올 상반기에는 21.8% 등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매출만 봐도 롯데백화점 골프 부문 평균 매출 증가율인 8.4%를 훨씬 웃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골프 의류는 다른 패션 상품보다 고객들이 선호하는 브랜드를 쉽게 바꾸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며 "이처럼 보수적인 한국 시장에서 상륙한 지 얼마 안된 신흥 브랜드가 매출 고공행진을 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컨템포러리(현대적인 트렌드와 개성을 갖춘 고가의 수입패션) 브랜드 '쟈딕앤볼테르'와 '클럽모나코', '마크바이마크제이콥스' 등도 성장세가 남다르다. 올 상반기 '쟈딕앤볼테르'는 매출이 전년보다 33.1% 늘었다. 마크바이제이콥스와 클럽모나코도 매출 증가율이 각각 18%, 17.9%다. 컨템포러리 평균 매출 증가율(11.3%)를 훌쩍 넘어선 모습이다.

온라인과 스트리트 브랜드도 인기가 높다. 본점 영플라자에 입점한 '스타일난다'는 올 상반기 161% 매출이 늘었다. '밀스튜디오'는 62%, '원더플레이스'는 86.2% 각각 매출이 증가했다.

◇20∼30대 타깃 적중…톡톡튀는 디자인도 먹혔다=이 같은 불황 속 고성장의 비결은 20대 중반∼30대 중반 고객을 주 타깃으로 고급화 전략을 폈기 때문이다. 파리게이츠는 원색적인 컬러와 프린트, 세련된 디자인으로 젊은 고객들을 사로잡았다. 쟈딕앤볼테르와 클럽모나코도 마찬가지다.

박옥우 롯데백화점 아동스포츠MD팀 선임상품기획자(CMD)는 "20대 중반에서 30대 중반 젊은 고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면 40∼50대 중장년 고객들은 저절로 유입되는 효과가 있다"며 "확실한 타깃 마케팅이 성인 패션과 영 캐주얼 사이에서 갈 곳을 잃은 중장년층까지 사로잡은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과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들은 합리적인 가격과 트렌디한 디자인으로 국내는 물론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필수 쇼핑 코스로 자리 잡았다. 서승교 롯데백화점 영패션MD팀 선임상품기획자(CMD)는 "장기 불황으로 패션업계 신규 브랜드 출시가 급감하면서 백화점 상품기획자들이 새 브랜드 발굴에 골몰하고 있다"며 "온라인이나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가 높은 인기를 끌면서 가로수길이나 홍대입구 등을 누비는 일이 주 업무가 됐을 정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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