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대도 달리기 매력에 중독되다"

5~10㎞ 단축마라톤 인구 2만명→10만명으로…스포츠 패션, 매출도 덩달아 '껑충'

송지유 기자, 안정준 기자  |  2014.07.28 06:00  |  조회 6828
직장인 이소연 씨(31)는 1주일에 최소 2∼3일은 퇴근 후 한강변을 달린다. 비가 오거나 저녁 약속으로 한강까지 가기 어려운 날은 일찍 출근해 회사 내 피트니스센터 러닝머신 위에서라도 뛴다. 이 씨가 달리기에 재미를 붙인 것은 2년 전 한 스포츠 브랜드가 개최한 10㎞ 단축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면서 부터다. 친구 손에 이끌려 우연히 달리기를 시작했지만 지금은 이 씨가 더 적극적이다. 이 씨는 스포츠 브랜드들이 진행하는 각종 달리기 대회에도 빠짐없이 참여할 정도다.

20∼30대 일부 젊은 층이 달리기에 푹 빠졌다. 과거에는 나이 지긋한 중장년층들이 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하며 '인간승리'의 드라마를 연출했다면 최근에는 젊은 층을 주축으로 즐겁게 달리고, 재미있게 노는 새로운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나이키', '아디다스', '뉴발란스', '푸마' 등 대형 스포츠 브랜드들이 개최하는 단축 마라톤 행사에는 20∼30대 달리기 마니아들이 몰려든다. 스마트폰으로 달린 거리와 속도를 측정하고, 데이터를 관리하는 이른바 '스마트 러닝족'들이다. 이들은 러닝화와 운동복 등 달리기 위한 지출도 아끼지 않고 있다.

◇마라톤 대회 신청자 폭주…80% 이상이 20∼30대=국내에서 스포츠 브랜드 단축 마라톤의 출발은 2008년 나이키의 '휴먼레이스'로 거슬러 올라간다. 10㎞를 뛰는 이 행사에는 당시 2만명이 참가했다. 나이키는 이후에도 매년 달리기 대회를 개최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남.녀가 함께 뛰는 '위런', 여성만 참가하는 '쉬런' 등 개최하는 대회마다 3만명 이상이 참가하고 있다. 아디다스(10㎞)와 뉴발란스(10㎞)도 각각 2만명 이상 참가하는 대규모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단축 마라톤 초기만해도 20∼30대 비중이 지금처럼 높지는 않았다. 40∼50대도 많았지만 2012년 이후 젊은 러닝족들이 급격히 늘었다. 마라톤 대회 전·후 인기가수를 초청해 콘서트를 여는가하면 호텔을 통째 빌려 파티를 여는 곳도 생겨났다. 중장년층보다 젊은 층 참여율이 한결 높은 편이다. 남성과 여성 비율도 6대4 정도로 여성 참여 비중도 증가세다. 참가비 3만∼4만원만 내면 티셔츠와 양말, 선글라스, 가방, 제품 할인권 등 증정품을 챙기는 재미도 쏠쏠하다.

스포츠 브랜드 뉴발란스는 지난달 10㎞ 단축 마라톤에 이어 다음달 5㎞ 단축 마라톤인 '컬러런' 대회를 개최하는데 지난 21일 접수를 시작한 지 2시간도 안 돼 모집인원인 1만2000명을 모두 채웠다. 아식스가 22일 페이스북을 통해 500명을 모집한 '쿨런' 대회도 접수 개시 5분만에 마감됐다.

표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이 달리기 대회 참가티켓을 인터넷에서 구입하기도 한다. 한 마라톤 동호회 회원은 "참가 신청을 못한 러닝족들이 인터넷에서 3만∼4만원짜리 티켓을 5만∼8만원씩 주고 구입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스포츠 마케팅의 힘, 젊은 러닝족 증가하니 매출도 늘었다=젊은 세대들이 단축 마라톤에 빠진 것은 5~10㎞를 완주했을 때 남다른 성취감을 느낄 수 있어서다. 웰빙 트렌드 확산과 축제 같은 대회 분위기도 20∼30대 러닝족이 증가한 요인이다.

3년 전부터 달리기 대회에 참가해 온 대학생 박진수 씨(27)는 "굳이 마라톤 하프코스나 풀코스를 달리며 힘들어 할 이유가 없다"며 "5㎞나 10㎞ 단축 마라톤은 평소 연습을 하지 않아도 완주가 가능해 친구나 연인과 함께 즐기기에도 좋다"고 밝혔다.

스포츠 업계가 마라톤 마케팅을 시작한 것은 달리기 인구가 갈수록 줄고 있어서다. 마라톤 인구는 2005년 414만명에서 올해 400만명으로 감소한 것으로 관련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대형 스포츠업체들이 재미를 더한 단축 마라톤 대회를 잇따라 개최하자 젊은 러닝족이 눈에 띄게 늘었다. 관련 업계는 2008년 2만명 수준이었던 10㎞ 단축 마라톤 인구가 올해 10만명 이상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스포츠 업계 매출도 덩달아 뛰고 있다. 브랜드별로 차이가 있지만 일반 매장에서 러닝화는 10만∼20만원선, 운동복(상·하의)는 20만∼30만원선으로 기능성 제품을 모두 구입하는데 30만∼50만원 정도 든다.

특히 마라톤 대회 전후에는 매출이 평균 10∼30% 급증한다. 해당 브랜드 제품을 새로 구입하는 러닝족들이 많아서다. 푸마 관계자는 "대회 참가티켓을 배포할 때 제품 20∼30% 할인권을 함께 나눠주는 경우가 많은데 대회 전후 러닝화와 운동복 구매 수요가 크게 증가한다"며 "일부 브랜드는 현장 판매도 곧잘 먹힌다"고 말했다.

백화점 스포츠 매장도 러닝족 특수를 맞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올 상반기 스포츠 상품군 매출은 2010년 이후 4년만에 처음으로 아웃도어 매출 신장률을 넘어섰다. 올 상반기 아웃도어 매출은 제자리걸음을 했지만 스포츠웨어 매출은 전년보다 10% 이상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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