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력vs무의지vs무개념, 직장생활 최악의 후배는?

[이현지의 컬티즘⑨] 위기에 처한 이대리의 직장생활탐구 2

머니투데이 스타일M 이현지 칼럼니스트  |  2014.07.28 14:10  |  조회 16905
컬티즘(cultism). 문화(culture)+주의(ism)의 조어. 고급문화부터 B급문화까지 보고 듣고 맛보고 즐겨본 모든 것들에 대한 자의적 리뷰이자 사소한 의견.
위기다. 직장생활이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예전에는 상사의 눈치만 보면 됐는데, 이제 상사와 후배 사이에 끼여 옆구리가 터질 지경이다. 후배는 하나부터 열까지 질문 해대고, 걸핏하면 상사의 기분을 거슬러 분위기를 엉망으로 만들기 일쑤다. 상사는 후배의 잘못까지 나에게 연대 책임을 묻는다. "믿고 맡길 사람이 없다"는 미명 아래 일은 점점 많아지고, 요구하는 사회생활도 더 늘어났다. 뭔가 억울한데 사회생활이 원래 다 그런거라고하니 할 말이 없다. 그래서 정리해보기로 했다. 직장생활에 대해서 말이다.


/사진=KBS2 '직장의 신'
/사진=KBS2 '직장의 신'
아침 9시. 어김없이 메시지 단체창이 시끌시끌하다. 모두 회사원들로 구성돼 있는 단체창의 대화는 늘 기-승-전-회사 이야기로 종결된다. 그 중에서도 단연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직장상사들에 관한 에피소드. 마르지 않는 샘처럼 매일 같이 새로운 에피소드들을 만들어 주시는 분들이다. 그리고 직장상사에 맞서는 잦은 빈도로 에피소드를 제공하는 이들이 있으니, 다름 아닌 후배들이다.

선후배라는 개념을 처음 알게 된 건 고등학생이 되던 해, 학교 동아리에 들어가서였다. 지금은 친구로도 지낼 수 있는 한 살 차이가 그때는 극존칭을 써야했던 선후배 사이였다. 그 후 다시금 선후배 관계를 인식하게 된 것이 직장에 들어오면서다. 직장 내 선후배가 더 힘들 수밖에 없는 이유는 많은 시간을 함께하는데다 힘든 회사일로 엮여 있어서다. 그렇다면 회사생활을 더욱 어렵게 하는, 일명 '네가지' 없는 후배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

/사진=KBS2 '직장의 신'
/사진=KBS2 '직장의 신'
#1. 예의 없는 후배
후배 A양은 습관적으로 반말을 하고, 빈정거리는 말투다. 평상시 말이 별로 없어 몰랐는데, 어느 날 부서 워크숍을 가면서 부서원들 모두가 알게 됐다. 그녀는 부장에게도 반쯤은 말을 놓는가하면 빈정거리는 말투를 고수했다. 식당에서는 선배에게 물통을 가져오라고 지시해 예의없는 1인이라는 이미지를 확고히했다.

결국 A양은 몇 달 뒤 "이유 없이 자신이 왕따를 당한다"며 SNS에 하소연식의 글을 올리고 퇴사했다. 그녀가 말할 때마다 모두 침묵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유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정말 맛있다"라는 선배의 반응에 "되게 좋아하네""라고 받아치는 후배에게 모두가 할말을 잃었을 뿐이다.

#2. 의지 없는 후배
후배 B는 늘 미스터리다. 좋은 대학을 나온 인재인데, 담당하는 업무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추진이 안 되고 블랙홀에 빠져버린다. 급기야 팀장이 매일 무슨 일을 하는지 업무일지를 써서 제출하라고 했을 정도다. 업무 중 전화가 와도 절대 당겨 받지 않는다. 사무실을 울리는 전화벨소리가 자기 귀에는 안 들린다고 한다.

결국 B는 얼마 전 다른 회사로 이직했는데, 퇴사 일주일전에 그 사실을 밝혀서 물의를 일으켰다. 인수인계를 제대로 하지 않고 떠난 것은 물론이거니와 업무도 진행된 것이 거의 없어 B의 대직자는 아직까지 야근을 하고 있다.

#3. 개념 없는 후배
친구 C는 후배 D가 활발하고 붙임성이 좋다고 했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말하기 치사하고 애매한 이유로 후배가 얄미워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예를 들자면 점심은 늘 자신이 원하는 메뉴를 먹어야 하고 식사 후에는 싱글벙글 웃으며 계산을 회피하기 일쑤라고.

커피 한 잔 사지 않으면서 여러 사람들이 함께 있을 때 무엇인가를 사달라고 조른다. 혼자 찾아볼 수 있는 사안인데도 잘 모르겠다며 매번 물어보며 귀찮게 하면서, 중요한 것은 또 혼자 처리해 버리는 통에 사수인 C를 곤란하게 만든다.

/사진=KBS2 '직장의 신' 방송화면 캡처
/사진=KBS2 '직장의 신' 방송화면 캡처
#4. 능력 없는 후배
후배 E는 무엇인가를 시키면 일반적인 업무시간의 3배가 더 걸린다. "다 됐어요?"라는 질문이 3번쯤 나왔을 때에야 "아직 불안하지만 보여드리겠다"며 서류를 넘긴다. 서류의 첫 부분에 말도 안 되는 실수를 연발하면 이 사람에게 일을 분담할 수 없겠다는 불안감이 엄습해온다.

잘 모르겠으면 물어보면 되는데 물어보지도 않고 입술을 깨물며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으니 속이 터진다. 서류작업은 안되겠다 싶어 전화 연락을 부탁하면 질문 하나 나올 때마다 전화를 막고 물어본다. 혼자 일할 수도 없고, 같이 일하긴 더 힘드니 난감한 지경이다.

이들 가운데 가장 일하기 힘든 후배는 누구일까? 회사는 현재 인원이 100% 일을 해냈을 때를 가정하고 적정한 인력을 배치한다. 만약 1명이 70%밖에 못하면, 나머지가 130%를 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능력 없는 후배와 일하기 힘든 이유다. 하지만 의지가 있다면 얼마든지 반복 학습에 의해 나아질 수 있는 것이 사람이다.

그렇다면 의지 없는 후배가 더 같이 일하기 힘든걸까? 딱히 단정짓기도 어렵다. 회사는 일만 하는 공간이 아니어서 개념 또는 예의 없는 후배와 일하는 것 역시 쉽지는 않다.

결국 힘들기는 모두 매한가지다. 왜 나는 이런 후배들과 일하게 되는가 싶은 순간도 있다. 친한 선배에게 이같은 고민을 진지하게 털어놨다. 하지만 이같은 답이 돌아온다. "야, 너도 똑같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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