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들이여, '블랙& 화이트'는 그만…'강렬한 레드'를 입자

[나영훈의 TABLE⑨]봄·여름 컬러 하나로 간단하게 패셔너블해지는 방법

머니투데이 스타일M 나영훈 칼럼니스트  |  2014.07.29 09:42  |  조회 7326
한국 남성에게 필요한 혹은 필요해질 문화, 패션, 그리고 다양성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하나의 공간을 표현하는 'Table'. 이 칼럼의 대화가 남성을 넘어 우리 모두의 발전의 밑거름이 되길 바라며.
/사진제공=톰 브라운, 폴 스미스, 살바도레 페레가모 2014 S/S 컬렉션
/사진제공=톰 브라운, 폴 스미스, 살바도레 페레가모 2014 S/S 컬렉션
"이걸 어떻게 입어?"

컬러풀한 의상을 접했을 때 대부분 남성들의 반응이다. 여름에는 남성들의 옷도 여성복만큼 밝아지지만 블랙, 네이비, 화이트를 겉돌기 마련이다. 모노톤 의상은 시크하고 정제된 매력을 갖고 있지만 어느 날 보면 문득 지겹기도 하다.

패션 피플들과 TV 속 셀럽들이 과감한 오렌지, 레드, 옐로우와 같은 비비드한 색상의 의상을 선보이기 시작하면서 최근에는 조그마한 액세서리나 셔츠, 또는 재킷을 통해 과감한 컬러에 도전하는 남성들이 늘고 있다. 지금 내 옷장에 빨간색 아이템이 전무(全無)하다면 한번쯤 시도해보길 바란다. 레드 아이템 쇼핑을 말이다.

/사진=나일론
/사진=나일론
필자가 처음 구입한 것은 빨간색 데님 바지였다. 아주 강한 레드는 아니고 살짝 빛바랜 워싱이 들어간 다홍색 데님이었다. 5년 전인가 지금처럼 남성들이 컬러아이템을 자유롭게 입기 전이었는데, 과감한 패션을 즐기는 편이지만 그 바지를 입을 때면 남들의 눈치가 보이는 것은 사실 어쩔 수 없었다.

그 빨간색 데님을 입고 다니면 사람들의 반응은 대체로 "너의 패션세계는 참 어렵다"였다. 그러다가도 색상이 예쁘다며 계속 쳐다보거나 자기도 어울릴 것 같냐는 질문이 되돌아오기도 했다. 특히 여성들이 좋은 반응을 보였는데 대부분 남성들이 입고 다니는 옷의 컬러가 한정적이다 보니 튀는 컬러의 옷이 새롭고 나쁘지 않게 보였던 것 같다.

빨간색 데님에 적응한 후, 아주 선명한 빨간 면바지를 구입해봤다. 슈트 바지처럼 앞에 주름이 잡혀 있어 매우 포멀해 보이는 디자인이었다. 이 바지는 나의 봄·여름 히트 아이템으로 등극했다. 흰색 셔츠와 로퍼를 함께 코디하면 어딜 가든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강렬한 컬러와 발목을 시원하게 드러내는 짧은 기장은 봄과 여름에 어울리는 경쾌함을 자아냈다.

컬러풀한 의상들이 호평을 받으면서 분홍색 스트라이프 폴로 셔츠, 오렌지색 카디건 등으로 영역을 넓혔다. 붉은 계열은 보통 남성들이 잘 입지 않는 색상군이다. 분홍색을 입으면 여자 아이라고 놀림받을 것 같은 기분이랄까. 하지만 막상 입으면 이같은 사고방식이 무의미함을 깨닫게 된다. 실제 20대 중반의 지인 여성은 자신의 이상형이 "분홍색 피케 셔츠가 잘 어울리는 남자"라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복잡한 생각은 접고 그냥 일단 입어보는 것이 답이다.

컬러가 강한 아이템을 입을 때는 몇가지 주의해야 한다. 가령 핑크색 스트라이프 셔츠에 빨간색 면바지는 과하다. 이전 칼럼에서 언급한 것처럼 강한 아이템을 입을 때는 나머지를 모두 베이직한 것을 고르는 것이 좋다. 빨간 면바지에는 흰색 셔츠나 티셔츠를, 신발은 심플한 운동화나 로퍼가 좋다. 그냥 빨간 바지를 입었다는 느낌만 살리는 거다. 괜히 컬러를 맞추겠다고 어설프게 비슷한 색 아이템을 코디했다가는 무대 의상 같다는 말을 들을 수도 있다.

또 가능한한 디자인이 절제된 옷을 선택하기 바란다. 배기 팬츠가 대부분 모노톤인 것은 컬러마저 화려하면 과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강렬한 색일수록 최대한 단조로운 디자인이 좋다. 그래야 아이템 하나에 힘을 실을 수 있다. 보는 사람이 나의 컬러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말이다.

/사진=AD.M, 하이컷
/사진=AD.M, 하이컷
강한 컬러를 처음 시도한다면 분홍색 셔츠나 니트같은 상의를 추천한다. 이런 아이템은 폴로나 빈폴에서 매시즌 판매되는데, 그 중 옥스포드 소재(조직감이 육안으로 보이는 소재)로 제작된 것은 캐주얼한 분위기로 컬러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컬러도 빨간색 보다 부담이 적어 처음 시도하기에 어렵지 않다. 여기에 네이비나 베이지색 면바지 혹은 생지 데님진을 매치하면 부담 없이 컬러를 즐길 수 있다.

특히 상의를 추천하는 것은 이미 프린트나 패턴 등을 통해 컬러풀한 표현이 대중화됐기 때문이다. 컬러풀한 톱은 재킷이나 카디건으로 가릴 수 있는데다 하의보다 시선이 덜 간다. 그간 남성들이 입는 하의 색상은 대부분 정해져 있어 바지에 컬러를 적용할 경우 더 많은 시선을 받을 수 있다.

포멀한 느낌보다는 캐주얼을 추천한다. 디자인이나 소재가 담백한 느낌을 풍기기 때문에 부담감이 적다. 포멀한 슈트나 드레스셔츠의 경우 아이템 자체가 편안해 보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색상까지 강하면 몇 배로 화려해진다.

올 봄·여름 시즌용 빨간색 린넨 재킷을 구입했다. 재킷을 빨간색으로 입는 건 정말 용기가 필요하지만 그만큼 재미가 있다. 사람들의 반응, 어디에서나 쉽게 보지 못하는 스타일, 무엇보다도 봄과 여름에 가장 어울리는 화사함이 즐겁다.


남성들이여, '블랙& 화이트'는 그만…'강렬한 레드'를 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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